[로리더]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5일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기준과 응시제한에 대해 점검할 예정”이라며 “(로스쿨) 도입 취지와 도입 이후의 변화된 상황 등을 고려해 단기적으로 가장 적합한 합격자 결정 기준이 무엇인지 재논의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박상기 법무부장관
박상기 법무부장관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수를 원칙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입학정원(2000명) 대비 75%인 1500명 이상으로 정하고 있으며, 현재 누적 탈락자들의 응시자 수의 증가로 1600명 선에서 합격자를 배출시키고 있다. 그런데 로스쿨에서는 입학정원 대비가 아니라 변호사시험 응시자 대비 75% 이상의 합격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가 뜨거운 감자가 된 가운데 지난 5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김순석)가 로스쿨 도입 10주년을 기념해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정상화를 이한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박상기 장관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회원들로 인해 다소 곤혹스러웠던 순간도 있었다.

축사하는 박상기 법무부장관

이 자리에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김순석 이사장, 법무부 박상기 장관과 이용구 법무실장,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변협회장,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법학적성시험 출제위원장,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회원들 등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서울대 로스쿨 장승화 원장, 제주대 로스쿨 오성근 원장 등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들이 참석했다.

축사를 위해 단상에 선 박상기 장관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은 우리나라 법조인 양성의 틀을 바꾼 역사적인 개화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장관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목표로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 지난 10년 간 그 틀을 갖추고 법조인 양성제도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며 “지금까지 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해 1만명 이상의 법조인이 배출되었고, 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양성된 다양한 전문 법조인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진출해 국민을 위한 법률적 조력을 강화하고 법치주의 기반을 확대하고 있는 점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상기 장관은 “법무부는 그동안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변호사시험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특히 지난해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10년 변호사시험 7회를 맞아 법무부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찾아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변호사시험개선위원회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등 제도와 정착을 위해 한 단계 더 높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그 결과 법무부는 올해 실시된 제8회 변호사시험부터 전국 5개 지역으로 시험장을 확대했고, 최신 판례의 출제 범위도 제한했다”며 “또한 선택형 시험과목을 헌법ㆍ민법ㆍ형법 3과목으로 축소하는 법령 개정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선택과목 시험 개선과 노트북 답안작성 등 추가 개선방안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변호사시험에 관한 다양한 요구에 항상 열린 자세로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축사하는 박상기 법무부장관
축사하는 박상기 법무부장관

박상기 장관은 “특히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기준과 응시제한에 대해서도 점검할 예정”이라며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와 도입 이후의 변화된 상황 등을 고려해 단기적으로 가장 적합한 합격자 결정 기준이 무엇인지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아울러 출산을 포함한 응시제한 예외사유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제도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과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하지만 이는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법무부와 교육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이고 법학전문대학원이 함께 협력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라고 짚었다.

박상기 장관은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보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제도가 국민의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로스쿨) 학생 선발 및 교육의 다양성과 전문성 포함해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등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나아가 법조인의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하여도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런 관심과 논의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정당성을 강화할 것이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논리적ㆍ제도적 근거가 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 심포지엄의 논의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우리의 상황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공론의 장을 마련해 주신 김순석 이사장 등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이찬희 변협회장의 축사가 끝나고 심포지엄을 시작하려고 할 때, 갑자기 심포지엄 토론자로 참석한 박은선 오마이뉴스 기자가 발언권을 요청해 기회를 얻었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소속으로 올해 제주대 로스쿨을 졸업한 박은선 기자는 박상기 장관에게 따졌다.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나온 박은선 기자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나온 박은선 기자

박은선 기자는 “로스쿨 제도 이대로 가면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스쿨은 국민들에게 양질의 변호사를 제공하려고, 그리고 또 (변호사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려고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며 “일단 양질의 변호사가 뭐냐, 여기 계신 로스쿨 교수님들은 알고 있다. 로스쿨이 만들려는 양질의 변호사는 시험공부 잘하는, 점수 잘 따는 변호사가 아니라, 심오한 전문적이고 올바른 법조인의 양성을 배출하는 그런 변호사이다”라고 설명했다.

심포지엄 행사장에 플래카드까지 준비한 박은선 기자
심포지엄 행사장에 플래카드까지 준비한 박은선 기자

박 기자는 “그런데 그런 변호사 우리 지금 못 만들고 있다”며 “제가 (로스쿨에서) 공부하던 것 가지고 왔는데 책이름이 변시ㆍ사시 기출문제 사변기다. 왜 이런 책이 나오냐, 변시(변호사시험)랑 사시(사법시험)랑 공부하는 게 똑 같아서이다”라고 말했다.

박은선 기자의 얘기가 길어지자 심포지엄 사회를 맡은 김명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국장은 “충분히 알겠다”며 제지했다.

책을 들어보이는 박은선 기자
책을 들어보이는 박은선 기자

그러나 박 기자는 계속 “사시랑 변시랑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공부를 (로스쿨) 3년 동안 계속 한다면 사시랑 다를 바가 없다. 신림동에 있는 (사법시험 공부하던) 분들이 왜 (변호사시험) 이 시험을 못 보냐. 사기 치는 거 아니냐. 로스쿨다운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선 기자는 “(변호사시험 합격자수를) 장관님이 결정할 때 국민을 중심에 놓고 도대체 우리사회 어디까지에 공공복리 서비스가 필요할지, 변호사 수가 필요할지 결정해 달라”며 “그거 (결정) 못하면 폐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명기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 사무국장
김명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국장

이에 심포지엄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발언권을 줬던 김명기 국장은 박 기자의 발언 중간에 “서면으로 해주면 저희가 법무부에 잘 전달하겠다”고 막기도 했고, 급기야 “충분히 알겠다”며 발언을 제지했다.

김 국장은 그러면서 “기념촬영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참석한 전국 로스쿨 교수들이 웃음을 나타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참석한 전국 로스쿨 원장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행사장 밖에서는 누군가 박 장관에게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심포지엄 행사장을 나서는 박상기 법무부장관
심포지엄 행사장을 나서는 박상기 법무부장관
심포지엄 행사장을 나서는 박상기 법무부장관
심포지엄 행사장을 나서는 박상기 법무부장관

한편,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법실련) 회원들은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심포지엄 행사장에 입장할 때 입구에 서서 그리고 심포지엄 행사장 내에서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를 이용한 합격자 수 통제 즉각 중단하라!!”, “로스쿨교육 정상화하라!”,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법무부는 당장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라” 등의 손팻말을 펼쳐 들고 시위를 벌였다.

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던 박상기 법무부장관을 ‘박상기 교수님!’이라고 표기한 플래카드도 펼쳐보였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는 교수, 변호사,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생 등이 함께 높은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춰 보다 가까운 법률서비스를 실현하고자 하는 단체다.

이 단체는 “이찬희 회장님, 더 이상 로스쿨을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좋은 법조인을 만드는 방법은 선발이 아닌 교육의 정상화입니다”라는 플래카드도 준비해 펼쳤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승준 충북대 로스쿨 교수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고를 위한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제도의 개선방안’을, 명순구 고려대 법전원장이 ‘법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변호사시험 개선방안’을, 조소영 부산대 로스쿨 교수가 ‘로스쿨의 균형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종합토론에는 김인재 인하대 로스쿨 교수와 김창록 경북대 로스쿨 교수, 문상연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과장, 오현정 변호사(법무법인 향법), 장승주(변호사시험 3회) 아주경제 기자, 박은선 오마이뉴스 기자, 이석훈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회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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