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무부(장관 박상기)가 법원이 주로 피의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국선변호 지원을 피의자가 체포단계부터 국선변호를 받을 수 있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위해 지난 3월 29일 법률구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4월 중에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장관

현재 구속 전 피의자심문, 체포ㆍ구속적부심사 또는 형사재판 단계에 제공되는 국선변호인의 지원을,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수사단계의 피의자까지 확대해 국선변호인의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방어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는 체포 직후의 피의자(체포된 중죄 피의자)는 48시간 이내 신속히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해야 하나 심리적인 불안 등으로 자신을 충분히 변호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주요 내용은 기존의 피고인 국선변호제도가 단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단기 3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중죄로 체포된 피의자’를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범위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확정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중장기적으로 향후 제도의 성과 등을 분석해 미성년자ㆍ노인ㆍ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 등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피의자까지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행 국선변호는 형사재판 중인 피고인과 수사단계에서 법원으로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 또는 체포ㆍ구속적부심사를 받는 일부 피의자에게만 인정되는 제도로 법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구속영장의 청구를 받은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해 구속사유를 판단하는 절차다. 체포ㆍ구속적부심사는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법원이 체포ㆍ구속의 적법 여부와 필요성을 심사하는 절차다.

현재 법원이 운영하는 국선변호인제도는 중죄 여부를 불문하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나 체포ㆍ구속적부심 피의자들이 대상이어서 대상자가 많다. 그러나, 법무부가 추진하려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체포된 중죄사건 피의자’가 지원 대상으로 연간 8000건에서 1만건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체포ㆍ구속적부심사 및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제외한 수사단계에 국선변호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독립된 위원회에서 운영하므로 법원의 기존 국선변호제도와 중복되지 않으면서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중립적인 운영을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독립된 ‘피의자 국선변호관리위원회’를 신설해 변호사 선발, 평가, 명부작성 등 제도 운영에 필요한 사항 전반을 관리ㆍ감독하도록 했다.

피의자국선변호관리위원회는 대법원장, 법무부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 3명씩 추천하는 동수의 위원(총 9명)으로 구성된다.

법무부는 48시간 이내에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점 및 예산상의 제약 등을 고려해 실무 운영상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인적ㆍ물적시설을 활용해 전국에 산재한 수사기관에 대응해 국선변호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체포한 즉시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 선임 의사를 확인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체포 사실을 통지한다. 단, 이미 변호인이 선임돼 있거나, 선임불원의사를 명시한 경우는 제외된다.

통지를 받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보유ㆍ관리하는 국선변호인 명부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선정 사실을 수사기관 및 해당 변호사에게 통지한다.

피의자 국선변호인은 선정 즉시 피의자 접견, 피의자신문 참여 및 수사절차에 관한 의견 개진 등의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형사공공변호인은 계약변호사ㆍ전담변호사 등으로 구성된다. 각 지역별로 계약변호사 명부가 작성된다. 명부 작성 시 각 지역 변호사의 명망과 평판 등의 고려된다.

법무부는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삼례 나라슈퍼 사건 관련, 지난 1월 수사단계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법률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영국은 오래 전부터 피의자 국선변호 제도를 운영 중이고, 일본도 2018년 6월 국선변호의 대상을 모든 범죄의 피의자에까지 확대하는 등,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 제공은 이미 국제기준(Global Standard)이 됐다”고 전했다. 미국은 1964년, 영국은 1949년부터 공적 형사변호 기구를 설치ㆍ운영하고 있다.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으로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가 예방돼,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강하게 보장될 것”이라며 “피의자가 체포 단계부터 체계적인 국선변호를 받게 돼,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인권침해 소지가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법원에서 운영하는 기존의 국선변호와 중복되지 않으면서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어 국민의 권리가 더욱 폭넓게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무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보다 합리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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