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장들로 구성된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회장 김용주)는 법무부가 추진하는 ‘피의자국선변호인제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먼저 법무부(장관 박상기)는 지난 3월 29일 법률구조법 개정이유와 주요내용을 국민에게 알려 의견을 듣기 위함이라며 법률구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현행 법률구조법의 ‘법률구조’ 정의에 ‘형사절차상 변호인의 조력’을 추가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피의자국선변호인을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다.

개정안은 법률구조공단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체포피의자의 체포 통지를 받은 경우 피의자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이를 해당 수사기관과 체포피의자에게 고지하도록 했다. 또 피의자국선변호인의 업무 독립성을 보장하고, 업무수행 내용은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접견, 피의자신문 참여, 의견 개진 등의 사항으로 정하도록 했다.

피의자국선변호인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에 피의자국선변호관리위원회를 설치한다.

법무부는 법률구조법 개정이유에 대해 “국선변호인 선임 대상자를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체포된 피의자로 확대해, 체포피의자의 형사절차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체포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인(이하 피의자국선변호인) 선정 등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변협과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4일 성명을 내고 “수사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로부터 피의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 대하여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개정안은 피의자에 대한 변호와 기소를 국가기관인 법무부가 모두 담당하게 돼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변호사단체는 “수사 및 공판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방어권을 공정하게, 그리고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변론의 주체가 검찰 등 수사기관과 법원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독립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현재 피고인국선변호인의 경우에는 법원이 선정권을 갖고 있고, 국선전담변호사의 경우에는 임면권까지 갖고 있다. 이러한 제도 하에서는 국선변호인이 법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소신껏 변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피고인과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무죄를 주장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적 판단을 달리하는 법원이 양형 변론만을 할 것을 종용하는 경우 국선변호인에게 커다란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국선전담변호사의 경우 재임용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재판장의 평가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변호사단체는 “이러한 문제는 피의자국선변호인제도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생한다”며 “현재 피의자에 대한 기소는 검사가 담당하고 있으며, 법무부는 검찰을 관리하는 국가기관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피의자국선변호인 선정 등 업무를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장관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이사장, 이사, 감사 임명권과 지도ㆍ감독권을 가지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사업에 관한 지시나 명령을 할 수 있다”며 “결국 법무부가 피의자에 대한 변호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은 현재 피해자국선변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가해자로 의심되는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인 제도를 같은 기관에서 함께 운영할 경우 변론의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단체는 “심판이 선수 선발에 관여하게 되면 그 경기는 이미 출발부터 공정성을 의심받게 된다”며 “수사와 재판의 생명은 공정성의 확보이다. 재판은 법원이, 수사는 검찰이, 변론은 변호사가 각각 독립해 진행해야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고 짚었다.

변호사단체는 “법원, 검찰, 변호인으로 이루어지는 형사소송의 삼각관계에서 법원 또는 검찰이 형사공공변호의 구성 및 운영권을 가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변호권이 위축된다”며 “이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공정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형사공공변호를 포함한 모든 국선변호제도의 운영은 국민을 위해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된 대한변호사협회가 담당해야 마땅하다. 그것만이 형사절차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강화하는 방법”이라며 “법무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주길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번 성명에는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변협회장,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김용주 회장, 서울지방변호사회 박종우 회장,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이임성 회장, 인천지방변호사회 이종린 회장,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이정호 회장, 강원지방변호사회 조동용 회장, 충북지방변호사회 류성룡 회장, 대구지방변호사회 이춘희 회장, 부산지방변호사회 이영갑 회장, 울산지방변호사회 김용주 회장, 경남지방변호사회 안창환 회장, 광주지방변호사회 임선숙 회장, 전북지방변호사회 최낙준 회장, 제주지방변호사회 고석상 회장이 동참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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