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영장도 없고 허락도 없이 주거지에 들어온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시민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 법원과 항소심도 무죄로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와 같은 아파트 주민이 2017년 12월 아침에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고 있다”는 취지로 112신고를 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관 2명이 10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싸우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고, A씨 주거지의 초인종을 수회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그러다 경찰관이 A씨 주거지의 현관문을 열어보자 현관문이 열려 허락 없이 들어갔고, 경찰관들과 A씨가 현관에서 마주하게 됐다.

이때 경찰관들은 A씨 주거지 내 현관문 앞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집 안에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고, A씨가 “당신들 누구냐”는 대화가 오갔다. 이후에도 경찰관들은 A씨의 집에서 퇴거하지 않은 채 범죄 여부를 추궁하는 취지의 대화를 했다.

그러던 중 A씨가 유리병을 집어 들고 던지려는 시늉을 2~3회 하자 경찰관 B씨가 집 안으로 들어가 이를 제지하려고 했고, 그 찰나에 A씨가 유리병을 던지며 B씨에게 왼손 주먹을 휘두르면서 폭행이 일어났다.

폭행 당시 A씨의 주거지 내에는 모친만 있었다. A씨는 종종 혼자 소리를 지르기도 했는데, 이웃은 이를 다툼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검찰은 “A씨가 경찰관을 향해 유리병을 던지고 주먹으로 경찰관의 뺨과 턱 부위를 때리는 등 폭행해 출동한 경찰관의 112 신고 사건 처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며 기소했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2018년 10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피고인에 대한 영장을 소지하거나 제시하지도 않았고, 피고인을 현행범인이나 준현행범인으로 볼만한 사정도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허락 없이 주거에 들어간 경찰관들의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사는 “사건 당시의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A씨 주거지는 범행 직후의 범죄장소에 해당하거나, 사람의 생명ㆍ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때에 해당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출입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출입한 행위는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그럼에도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출입한 직무집행을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은 공무집행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최종한 부장판사)는 3월 26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검사의 항소(2018노4026)를 기각하며,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당시 피고인에 대한 영장을 소지하거나 제시한 적이 없고, 당시 피고인의 주거지를 범행 직후의 장소로 볼 만한 사정이 없었으며 더욱이 압수ㆍ수색ㆍ검증에 대한 사후 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았고,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 앞에 도착했을 때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고, 이는 ‘지금도 다투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신고자의 신고 내용과 달랐으며, 신고자가 경찰관의 신원 파악 요청에 불응하는 등 신고의 진정성 자체가 의문이 드는 상황이었으므로 신고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사태가 발생해 인명ㆍ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주거지에 임의로 출입한 것은 법률에서 정한 강제처분의 요건 또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적법한 공무집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에 대항해 경찰관들에게 폭행 행위를 했더라도 이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며 “따라서 적법한 공무집행행위라는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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