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변호사인 이대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대표는 28일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했으나, 수많은 적폐수사 속에서 검찰의 권한이 점점 비해지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 없는 공수처로는 검찰개혁을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공수처를 제안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에 대해 “불과 몇 년 후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 같은 그런 치욕의 이름이 되지 않도록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대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대표
이대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대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ㆍ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ㆍ참여연대ㆍ한국투명성기구ㆍ한국YMCA전국연맹ㆍ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등 6개 시민사회단체는 2018년 3월 28일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을 출범시키고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촉구해 왔다.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공수처가 아니다’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에 나선 이대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대표는 “저는 사실 변호사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바른미래당의 (공수처)안 대로 공수처가 운영됐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변호사로서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변 회원은 아니다.

이대순 대표는 “기소권이 여전히 검찰에 있다. 수사권만 별개로 공수처로 만들어서 한다고 한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는 바른미래당을 겨냥했다.

그는 “여러분들 미드(미국 드리마) 보시죠. 미국에서는 기소권과 수사권이 분리돼 있다. 그런데 결국 검찰이 경찰에 대해 ‘너 이렇게 수사하면 기소하기 어려워’ 계속 그렇게 수사에 간섭하는 것도 보실 수 있다”며 “바로 그렇다. 공수처가 지금처럼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 없이 출발할 때,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이대순 대표는 “또 하나 우리가 짚어볼 게 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사법적폐로 전직 (양승태) 대법원장이 감옥에 있다. 판사들도 감옥에 있다”며 “이 정권 출범하면서 자기들이 제일 일성(一聲)으로 했던 게 무엇입니까. 검찰개혁이다. 그런데 검찰개혁 제대로 했습니까? 아직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오히려 수많은 적폐수사 속에서 검찰의 권한이 점점 비해지지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수사권만 있는 공수처) 수사기관만 덜렁 만들어서 검찰에 종속시킨다? 검찰권한을 견제할 수 있을까요? 검찰개혁 할 수 있을까요?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 평상시라면, 평화로운 시기라면 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공수처법 만들자, 몇 년 또 지나서 법 개정해서 기소권을 공수처에 주자, 이런 징검다리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대순 대표는 “그리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이미 대한민국은 골든타임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제대로 이 상황을 헤쳐 나가지 않고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 위기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왜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촛불을 들고 나왔습니까? 본능적으로 모든 국민들, 시민들은 바로 이 위기를 알고 있다. 청년들 역시 절감하고 있다”며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다”고 짚었다.

이대순 대표는 “가장 안 좋은 의사가 뭔 줄 아느냐. 흔히 이런 일을 얘기할 때 인체에 많이 비유하곤 한다. 가장 안 좋은 의사는 수술을 안 하는 의사가 아니고, 수술하다가 그만 두는 의사다. 그건 애당초 수술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오히려 수술을 안 했더라면 몇 개월, 1년이라도 살 수 있었던 사람이 곧바로 죽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촛불을 들고 이 정권에, 이 정치권에, 이 정치인들에게, 개혁을 수만, 수십만, 수백만이 모여서 요구했다”며 “그런데 이것을 덮으려고 한다. 이것은 처음에 안 하느니만 못하다. 위기의식이 없다”고 질타했다.

변호사인 이대순 대표
변호사인 이대순 대표

이대순 대표는 특히 “지금 우리는 백척간두에 있다. 바른미래당은 현실을 냉정히 보시기 바란다. 지금의 당신들의 선택이 불과 몇 년 후에 ‘을사오적’ 같은 그런 치욕의 이름이 되지 않도록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단호하게 충고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

이에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은 “기소권이 보장되지 않는 공수처는 결국 기존 검찰 권력에 기소독점을 놔두는 행태가 된다”며 “(수사권만 있는 공수처는) 단순히 경찰이 확대되는, 광수대(광역수사대)가 조금 확대되는, 경찰판 중수부(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생길 수는 몰라도, 기소권이 그대로 검찰에게 있다면 검찰개혁 과제로서 공수처 설치에 본연의 취지는 전부 퇴색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정책자문위원장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정책자문위원장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대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대표, 조성두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공동대표가 발언자로 나섰고, 김경자 한국투명서기구 이사와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정책자문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또 윤철한 경실련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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