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술을 마시고 택시를 운전하다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 앞차를 들이받아 손괴하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현장을 떠나 벌점 125점을 받은 택시기사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개인택시기사 A씨는 2013년 1월 혈중알코올농도 0.09%의 술에 취한 상태로 서울 시내에서 택시를 운전하다가 앞서 가던 다른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과실로 그 차량을 들이받아 손괴하는 교통사고를 야기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는 이유로 벌점 125점(음주운전 100점 + 안전거리 미확보 10점 + 손괴사고 후 미조치 15점)을 부과 받았다.

경기도북부지방경찰청장은 A씨의 누산점수가 125점으로서 운전면허 취소처분 기준인 1년간 121점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A씨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했다.

이에 A씨는 “처분벌점의 감경사유에 해당해 처분벌점을 110점으로 감경해야 함에도, 경찰은 운전면허 취소ㆍ정지 처분기준에 위반해 처분벌점을 감경하지 않은 운전면허취소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또한 A씨는 “교통사고로 인해 인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물적 피해도 경미해 원만히 합의한 점, 택시영업이 유일한 생계수단으로서 처와 두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으로서 면허취소 처분으로 장동차운전면허가 취소될 경우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마저 취소되는 점, 종전에 음주운전을 한 전력은 없는 점 등을 참작하면, 면허취소 처분은 그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보다는 원고에게 가하는 불이익이 너무 커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인 수원지방법원 이상윤 판사는 2013년 10월 A씨가 경기도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상윤 판사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의한 처분의 감경은 필요적인 것이 아니라 임의적인 것에 불과해, 이 규정에서 정한 처분기준의 감경사유가 존재하더라도 행정청이 반드시 그에 따라 처분을 감경해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가사 피고가 운전면허 취소ㆍ정치 처분기준에 위반해 원고의 처분벌점을 감경하지 않은 채 면허취소 처분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면허취소 처분이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재판장 지대운 부장판사)는 2014년 5월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A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하급심과 같았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월 14일 음주운전에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 교통사고를 내고도 현장을 그대로 떠나 벌점이 종합돼 운전면허가 취소된 개인택시기사 A씨가 경기도북부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패소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행위와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를 나누어 벌점을 부과한 다음 원칙적으로 이를 누산해 일정한 기준에 이르면 면허 취소나 정지처분을 하도록 한 취지 및 법규위반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한 경우의 벌점 합산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는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하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규정은 법규위반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에 대해 항목별 벌점을 합산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고, 교통사고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별도의 법규위반 행위가 존재해 법규위반 행위와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에 대해 동시에 벌점을 부과하는 경우에도 그중 가장 중한 법규위반에 대한 벌점만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혈중알코올농도 0.09%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5km 이상의 거리를 운전하다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과실로 앞서 가던 다른 자동차를 들이받아 손괴하는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그 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 법규위반이 둘 이상인 경우’라 함은 ‘교통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둘 이상의 법규위반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해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교통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행위는 안전거리 미확보이고 음주운전은 간접적인 원인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피고가 원고에게 음주운전 벌점 100점, 안전거리 미확보 벌점 10점, 손괴사고 후 미조치 벌점 15점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혈중알코올농도 0.09%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상당한 거리를 운전함으로써 이미 교통법규를 위반했고, 그와 같은 상태에서 상당한 거리를 운전함으로써 이미 교통법규를 위반했고, 그와 같은 상태에서 다시 안전거리 확보 주의의무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일으켰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음주운전을 해 교통법규를 위반한 행위와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는 별개의 벌점 부과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음주운전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벌점 100점을 부과하고,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에 대해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벌점과 손괴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벌점의 합계 25점을 부과한 것은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을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량권에 관한 법리오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의 법규위반 정도와 그로 인한 도로교통상이 위험성, 원고가 법규를 위반하게 된 경위, 자동차 운전을 업으로 삼고 있는 경우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방지라는 공익상의 필요, 개인택시 운전사가 개인택시운송사업면허와 관련해 입게 되는 불이익은 운전면허 취소처분과 간접적인 관계에 있을 뿐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면허취소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가 그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 보다 가볍다고 할 수 없어 면허취소처분에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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