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학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는 23일 “기소권 없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주장하는 바른미래당의 입장은 뜬금없다, 서투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수처가 강한 수사권을 가지려면 기소권과 영장신청권을 가지는 검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공수처 검사에 강제수사권이 없다면 무늬만 공수처일뿐, 경찰청 특수수사대와 다름없다”고 지적하면서다.

먼저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의원총회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오늘 공수처법 관련해서 당론을 정하고, 이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더 이상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관해서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는 문제, 공수처장 추천과 관련해서 공수처장을 추천 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천위원회의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이 우리 당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에 기소와 수사를 분리한다는 건, 쉽게 말해 공수처에 수사권은 가지나 기소권은 뺀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와 관련, 한상희 교수는 23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바른미래당을 비판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에서 공수처법안에서 기소권을 빼자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뭔가 현행법제에 대해 면밀한 분석을 하지 않은 채 서투른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해 은근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공수처는 비리ㆍ부정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강력한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수사권이 강력한 것이 되려면 무엇보다 강제수사권을 가져야 한다”며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도 하고, 압수수색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한상희 교수는 “그런데 현행 헌법은 이런 영장을 검사만이 신청할 수 있게 정해놓았다. 검사만이 강제수사권의 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공수처가 강력한 수사권을 가지려면 반드시 그 내부에 검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그렇지 않고 지금의 경찰처럼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압수수색하기 위해 검찰청에 속한 검사에게 영장을 청구하게 하면, 그건 공수처가 아니라 경찰청 특수수사대에 다름 아니게 된다”며 “강제수사권의 발동 여부를 외부에 있는 검찰청 검사에게 맡겨두고 있는 공수처라면 있으나 마나한 것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바른미래당안은 기소권은 없되 영장신청권만을 가지는 검사를 공수처에 두자는 안으로 귀결된다”며 “그런데 영장신청권만 가지는 검사가 우리 헌법상의 검사일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상희 교수는 “헌법에서 영장신청권을 가지는 검사라는 게 그냥 이름만 그렇게 붙인다고 검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런 검사라면 검찰총장의 임명을 국무회의의 필요적 심의사항으로 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적어도 국가를 대표해 법원을 상대로 형사사법권을 행사하는 권한을 가진 자를 검사라고 해야 한다. 여기서 형사사법권의 핵심은 피의자를 법원에다 처벌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즉 기소권이라 할 수 있다”며 “따라서 그 직책상 기소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 바로 헌법이 말하는 검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사는 형사재판을 하기 위한 전 단계이자 기소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다. 그리고 바로 이런 맥락에서 우리 헌법은 굳이 ‘검사’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요컨대 기소권이 없는 검사는 일종의 형용모순에 해당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상희 교수는 “이런 해석이 타당하다면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바른미래당의 주장은 곧장 법리적 모순에 빠진다”며 “공수처가 강한 수사권을 가지려면 기소권과 영장신청권을 가지는 검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만약에 그 검사로부터 기소권을 제거해 버린다면 그 자는 진정한 검사가 아니라 명목상의 검사이며, 이는 형사사법권의 한 축을 검사에게 맡기고 있는 우리 법체계에 반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즉 그런 사람은 비록 직위를 ‘검사’라고 이름 붙인다 하더라고 그 자는 명목상 ‘검사’라는 타이틀만 가졌을 뿐, 실질적인 검사가 아니기에, 영장신청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결국 그런 공수처란 강제수사권이 없는 무늬만 공수처일뿐, 경찰청 특수수사대와 한 치도 달라지지 않게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 한마디 던졌다.

한상희 교수는 “물론 이런 해석은 아직 선행연구가 없는 듯해 일면 조심스럽고, 또 여러 페친들의 검증과 평가가 필요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을 중심으로 한 우리 형사사법체계를 비추어볼 때 기소권 없는 공수처를 주장하는 바른미래당의 입장은 뜬금없을 뿐 아니라 그 타당성도 상당히 떨어짐은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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