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저작권자가 누리꾼들이 포털사이트에 무단으로 게시한 저작물의 삭제나 차단을 요청할 때에는 해당 저작물을 특정할 수 있는 인터넷주소(URL)나 게시글 제목 등을 제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저작물뿐만 아니라 누리꾼들이 어떤 불특정 게시물을 무단으로 복제해 인터넷에 퍼 날라 피해를 입었을 때, 포털사이트에 어떻게 요구해야 삭제나 차단되는지 가이드를 제시해 주는 것이어서, 판결내용을 자세히 담았다.

A씨는 자신이 제작한 당구 강좌(3쿠션 및 4구) 동영상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DAUM)의 카페와 동영상 이용 공간인 티비팟(tvpot)에 무단으로 게시된 사실을 확인하고, 2010년 8월 다음 측에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다음 측은 당구 동영상을 업로드한 회원에 대해 경고조치를 하고, 특정 가능한 동영상은 삭제했다. 일부 동영상은 특정이 불가능하다며 동영상의 URL 주소 등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달라고 답신했다.

이후 2013년 A씨는 당구 동영상이 게시된 카페의 대표주소와 동영상을 검색했을 때의 화면 등을 첨부해 다음 측에 삭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다음 측은 게시물의 특정이 불가능하다며 게시물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답변을 보냈다.

결국 A씨는 “다음카카오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서, 회원의 저작권(복제권, 전송권) 침해행위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방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며 동영상 조회수 등을 산정해 15억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남부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오재성 부장판사)는 2015년 8월 A씨가 다음카카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했다.

피고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한 점, 동영상 중 무엇이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인지를 검색결과 자체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점, 피고는 원고에게 게시물을 특정해 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한 점 등을 제시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2016년 11월 “피고(다음카카오)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회원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동영상에 관한 원고의 저작권(복제권, 전송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원고가 제작한 동영상은 강의자가 당구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고 직접 시범 등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그 내용만으로도 누군가의 노력으로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고, 피고 사이트의 회원들은 원고의 허락 없이 동영상을 피고 사이트에 개설된 카페에 업로드해 일반인이 이를 재생ㆍ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는 40개의 동영상을 삭제하고 동영상을 올린 피고 회원들에게 경고 조치한 것 이외에는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거나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저작권 침해 방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2월 28일 A씨가 다음카카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6다271608)에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에게 동영상에 대한 피고 회원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알리고 그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보냈다. 그러나 원고는 요청서에 동영상을 찾기 위한 검색어와 동영상이 업로드된 카페의 대표주소만을 기재했을 뿐, 동영상이 게시된 인터넷 주소(URL)나 게시물의 제목 등을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원고가 요청서에 기재한 검색어를 피고 사이트의 검색창이나 업로드된 동영상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 티비팟(tvpot)의 검색창에 입력하면 수많은 동영상이 나타나는데, 그중 어떤 것이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인지는 검색결과 자체만으로는 특정하기 어렵고, 또한 그렇게 나타난 동영상 중에는 이 사건 동영상과 아무런 관련 없는 동영상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요청서에는 피고 카페의 대표주소도 기재돼 있으나, 그 카페 내에 게시돼 있는 수많은 게시물 중 어떤 것이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인지를 특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연속적인 영상으로 이루어진 동영상의 특성상 일부 화면이 유사한 것만으로 곧바로 저작권 침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검색결과 나타난 동영상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를 가리기 위해서는 동영상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일일이 재생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포털사이트의 규모, 권리침해 신고 건수, 업로드되는 동영상의 수, 동영상의 재생시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요청서에 첨부된 자료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찾아내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도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의 요청서에 첨부된 사진 등을 통해 특정 가능한 일부 게시물을 삭제했고, 저작권 침해 게시물의 인터넷 주소(URL) 등의 정보를 요구했으며, 따라서 피고는 기술적ㆍ경제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삭제할 게시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달라는 요구를 여러 차례 했고, 원고가 제시한 카페의 대표주소 중 동영상이 게시된 게시물의 인터넷주소(URL)를 기재해 그것이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게시물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답변을 보내기까지 했는데, 이에 대해 원고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동영상 등의 원본 파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이용해 저작물을 인식ㆍ차단하는 기술인 특징 기반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동영상의 원본 파일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동영상의 원본 파일을 피고에게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에게 동영상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에 대해 구체적ㆍ개별적으로 삭제와 차단 요구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또한 피고는 원고가 제공한 검색어 등으로 검색되는 게시물이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를 명확히 알기 어려웠고, 그와 같은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해 기술적ㆍ경제적으로 관리ㆍ통제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는 동영상에 관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피고 사이트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의 책임을 부정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가 업로드된 저작권 침해 게시물을 삭제하고 차단조치를 할 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이를 위반한 피고가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부작위에 의한 방조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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