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강남클럽 버닝썬 폭행피해 신고자(김상교) 체포 관련 진정사건을 조사한 결과, 폭행피해 신고자에 대한 위법한 현행범 체포와 미란다원칙 고지 및 의료조치 미흡 부분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고 19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에 경찰청장에게 현행범 체포 시 체포의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범죄수사규칙에 반영하도록 개정하고, 부상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의 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하는 사례가 없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해당 경찰서장에게 사건 당시 지구대 책임자급 경찰관들에 대해 주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경찰관들에 대해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진정인은 피해자(김상교)의 어머니로, “지난해 11월 24일 피해자가 강남클럽 버닝썬 앞에서 클럽 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112에 신고했는데 오히려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체포와 이송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폭행을 당했으며, 얼굴에 피가 나고 갈비뼈 등을 다쳤으나 지구대에서 의료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2018년 12월 23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현행범 체포 부분>

경찰관들은 “피해자(김상교)가 흥분해 클럽직원들에게 위협적으로 달려들고 경찰관들에게도 시비를 걸어서 피해자에게 진정하라고 여러 차례 말하고, 계속 행패를 부릴 경우 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될 수 있음을 경고했는데, 피해자가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아 체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112신고사건처리표, 현행범인체포서, 사건 현장과 지구대 CCTV영상, 경찰관들의 바디캠 영상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우선, 폭행피해 신고사건 처리과정 전반을 볼 때 ▲경찰관들이 피해자와 클럽 직원간의 실랑이를 보고도 곧바로 하차하여 제지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클럽 직원들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신고내용을 청취하면서 2차 말다툼이 발생한 부분, ▲신고자의 피해 진술을 충분히 청취하거나 이를 직접 확인하려는 적극적인 조치가 부족했고, ▲피해자의 항의에 대해 경찰관 또한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부분은 신속한 현장 조치와 2차적인 사고위험을 예방해야 하는 관점에서 초동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특히, 당시 피해자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클럽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것은 약 2분이었고, 경찰관에게 한 차례 욕설을 했으나, 경찰관이 작성한 현행범인 체포서에는 ‘20여 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하였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하였다. 피해자가 폭행 가해자(장○○)를 폭행하였다’고 기재돼 있는 등 현행범인 체포서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피해자는 112에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한 후 경찰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는데, 출동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클럽 직원의 진술에 따라 피해자를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를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112 신고자인 피해자에게 진정하라고 몇 차례 말한 사실이 있으나,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체포될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하는 과정이 없었다. 또한 피해자가 한 차례 욕설을 하며 약 20초간 경찰관에게 항의하자 경찰은 피해자를 갑자기 바닥에 넘어뜨려 현장 도착 후 3분 만에 체포한 것으로, 이는 현행범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이에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피해자(김상교)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 등을 어지럽히고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상황, 피해자가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며 항의했던 사정, 나아가 현장 상황에 대한 경찰관의 재량을 상당부분 인정한다 하더라도,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당시 상황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공권력 행사의 남용으로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미란다원칙 고지 부분>

이와 함께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경찰관이 피해자를 넘어뜨려서 수갑을 채운 후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말하는 내용은 확인되나, 피해자가 폭력으로 대항하는 등 사전에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못할 정도의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체포 이후에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행위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의료조치 부분>

경찰관들은 “피해자가 병원 치료를 원한다고 해 역삼지구대에서 119에 신고했으나 피해자가 후송을 거부했고, 피해자의 어머니가 지구대를 방문해 119에 다시 신고했으나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을 요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돌아갔으며, 이후 피해자가 아프다고 계속 소리를 쳐서 일단 석방하고 나중에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갑을 해제하고 119에 신고했으나 피해자가 서류에 침을 뱉어 던져서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 억제 등을 위해 피해자에게 다시 수갑을 채우고 범죄가 추가돼 병원에 후송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응급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자의 병원 후송을 경찰관이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는 가운데, 피해자에게 상당한 부상이 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고, 피해자가 통증을 호소하고 피해자의 보호자가 지구대에 방문해 피해자의 치료를 계속 요청했고,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119 구급대원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피해자에게 뒷수갑을 채워 의자에 결박한 상태로 적절한 의료조치 없이 지구대에 2시간 30분가량 대기하게 했다가 경찰서로 인계한 행위는 피해자로 하여금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피해자의 건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현행범 체포와 지구대 인치 관행 관련>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장주의의 적용을 받지 않는 현행범 체포가 특별한 제약 없이 현장에서 오용되거나 남용된다면 영장주의 원칙이 퇴색하는 등 사법적 통제가 공동화(空洞化)될 수 있으므로 체포 현장에서 체포의 필요성을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현장 상황을 해결하는 만능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보충적 수단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요구되고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체포된 사람에게 부상이나 질병이 있어 치료가 필요할 때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 등으로 수사절차 상 신병 확보가 반드시 요구되지 않는다면 신속히 석방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조치해야 하고, 수사 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함으로써 부당한 인신의 제한이 계속되지 않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표성연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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