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근로계약에 전업(專業)과 비전업을 구분해 강사료를 차등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균등대우 원칙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되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부분은 무효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뿐 아니라, 근로내용과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새롭게 제시한 판결이어서 의미가 크다.

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국립 안동대학교 음악과 시간강사인 A씨는 2014년 2월 대학과 매월 8시간의 강의를 담당하기로 하는 시간강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강의를 했다. 강의료 단가는 ‘전업 시간강사는 시간당 8만원’, ‘비전업 시간강사는 시간당 3만원’의 기준으로 하고, 대학은 전업 여부의 확인을 위해 ‘전업-비전업 확인서’를 제출받았다.

A씨는 자신이 전업 시간강사에 해당한다고 고지하고, 그에 따라 전업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기준으로 강사료를 지급받았다. 2014년 3월분 강사료는 64만원이었다.

그런데 2014년 4월 대학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A는 부동산임대사업자로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별도의 수입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학은 “A씨가 비전업 시간강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미 지급한 강사료 중 전업과 비전업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의 반환을 통보하고, 그 이후에는 비전업 시간강사에 적용되는 강사료를 지급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A씨가 “대학의 조치가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며 대학을 상대로 ‘시간강사료반환처분 등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제1심과 원심(대구고등법원)은 “대학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고,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항소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시간강사의 전업-비전업 구분을 다른 직업 소득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결정하고, 세무서나 국민연금공단 등에 확인을 거치거나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나 사업자등록증을 제출받아 다른 직업 소득을 확인하는 게 불명확한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대학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강사료를 인상할 필요성이 있었으나, 예산상 문제로 인해 전업 시간강사와 비전업 시간강사로 구별해 차등을 두되, 전업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대폭 인상한 것이므로 차별적 처우가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미 전업 시간강사료는 시간당 8만원, 비전업은 시간당 3만원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위법하지 않고, 비전업 시간강사로 확인된 A씨에게 반환 처분을 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국립대학교 총장이 전업-비전업에 따라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차등 지급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의 판단은 하급심과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3월 14일 시간강사인 A씨가 국립 안동대학교를 상대로 “전업과 비전업 여부에 따라 시간강사료를 차등 지급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시간강사료반환처분 등 무효확인 상고심(2015두46321)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법원은 “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먼저 대학의 시간강사 또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균등대우 원칙’(근로기준법 제6조) 및 성별과 관계없이 동일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 임금을 지급해야 함을 의미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남녀고용평등법 제6조 제1항)은 모두 헌법상 ‘평등 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국립대학교 총장인 피고로서는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을 해서는 안 됨은 물론 그밖에 근로내용과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전업(專業)’의 의미와 관련해 재판부는 “전업은 국립 안동대학교에 전속돼 일해야 한다는 뜻인지, 출강은 어느 대학이든 자유로 할 수 있으나 시간강사 외의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인지, 강사료 외에는 다른 소득이 없어야 한다는 뜻인지 불명확하다”며 “나아가 어떻게 이해하더라도 근로제공의 대가로서 임금인 강사료를 근로의 내용과 무관한 사정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사용자측의 재정적인 상황은 시간강사의 근로내용과 무관한 것이므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데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임대수입이 있다고 시간강사 직업에 전념해 일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원심의 판단은 임대수입이 있는 근로자나 주부는 전업 근로자나 전업 주부로 볼 수 없다는 논리와 같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전업과 비전업을 구분해 강사료를 차등지급하는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균등대우 원칙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되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부분은 무효로 봐야 한다”며 “나아가 피고는 국립대학교 총장으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는 지위에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그럼에도 이 사건 차등 처분이 부당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평등 원칙, 균등대우 원칙,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잘못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균등대우 원칙’과 남녀고용평등법이 정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모두 헌법상 ‘평등 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뿐 아니라 그 밖의 근로내용과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새롭게 제시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추후 근로내용과 무관한 사정을 이유로 한 임금 등 근로조건의 차별이 문제되는 사례에서 근로자를 보호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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