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법원이 조사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이라 불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을 서울행정법원이 국민들에게도 공개하라고 판결했으나, 법원행정처가 항소하며 또 거부했다. 이에 1심에서 승소했던 참여연대가 강하게 비판했다.

법원행정처
법원행정처

먼저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의혹 문건 대다수는 2018년 5월 25일 전후로 조사보고서 형태로 법원 내부와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그런데 이 문건들이 법원행정처의 거부로 국민에게 공개되지는 않아, 참여연대가 2018년 6월 1일 법원행정처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문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열흘 뒤인 6월 11일 ‘해당 문건은 감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8년 6월 28일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담긴 404개(410개 가운데 암호 미확인 또는 파일 손상된 D등급 파일 6개 제외) 문건에 대한 법원의 비공개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제6행정부(재판장 이성용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5일 참여연대가 정보공개를 거부한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제기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 비공개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참여연대가 정보공개 청구한 파일은 ‘공개될 경우 감사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법원행정처의 비공개 결정은 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당시 참여연대는 “대법원은 이번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사법농단의 진상과 진실을 투명하게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법원개혁의 첫 발임을 인정하고 해당 문건을 조속히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3월 11일 법원행정처(처장 조재연 대법관)는 참여연대에 승소 판결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2018구합69165)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13일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의 판결을 불복하고, 사법농단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하고 일단 문건의 공개를 막겠다는 것”이라며 “하급심 강화를 외쳐온 법원행정처가 정작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자가당착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은 법원 스스로 재판독립을 흔들어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훼손하고, 삼권분립이라는 헌정질서를 유린한 사건이었다”며 “따라서 이를 온전히 해결하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진상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마땅하고, 무엇보다 법원이 진실을 스스로 공개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법원의 반성과 개혁도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했던 법원행정처가 1심에서 참여연대가 승소했음에도 법원행정처가 재차 불복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여러 차례 사법농단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한 바 있지만, 정작 검찰수사 초기부터 벌어진 법원행정처의 비협조와 비위 법관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등으로 그 진정성이 여러 차례 의심받아 왔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 판결이 났음에도 불복하고, 또 다시 문서 공개를 거부한 것은 법원 스스로 법원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법원행정처는 문건 공개 시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상당수 문건이 법관 사회와 언론에는 공개되고 검찰수사까지 마무리돼 가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런 이유로 1심 법원도 비공개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면서 “사법행정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참여를 부정하는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관행을 타파하지 않는다면 사법농단 사태의 재발방지와 근본적 해결은 요원하다”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항소심을 통해서 국민의 알권리 보장 강화와 대법원의 폐쇄적이고 비밀주의적인 관행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표성연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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