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아기에 욕설한 돌보미 ‘비밀녹음’에 들통…아동학대 유죄 증거
대구지법, 아기에 욕설한 돌보미 ‘비밀녹음’에 들통…아동학대 유죄 증거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9.03.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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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돌보던 10개월 아이에게 욕설한 게 녹음돼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돌보미가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피해아동의 엄마가 집에 설치한 녹음기에 녹음된 내용을 1심 재판부는 ‘몰래 녹음’이라고 봐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비밀 녹음’으로 봐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무죄 판단이 뒤집어졌다.

이 사건은 피해아이의 엄마가 ‘돌보미가 피해아동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하는 부분’을 녹음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 사안이어서, 자세히 짚어본다.

말을 할 수 없는 어린아이들에 대한 아동학대와 관련된 중요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대구 북구청에서 위탁 운영하는 사회복지재단인 모 센터 소속의 아이 돌보미이다.

그런데 A씨는 2017년 9월 피해아동의 집에서 피해아동(생후 10개월)이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운다는 이유로 “미쳤네, 미쳤어, 돌았나, 제정신이 아니제, 미친놈 아니가 진짜, 또라이 아니가, 또라이, 울고 지랄이고”라는 등 큰소리로 욕설을 했다.

또한 A씨는 피해아동이 큰소리로 울고 있는 것을 보고도 울음을 그치도록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텔레비전을 봤다. 이는 아이 엄마가 설치해 둔 녹음기에 돌보미의 욕설이 그대로 담겨 범행이 들통 났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아이돌보미로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단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며 기소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고, 청취해 취득한 대화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대구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2018년 5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돌보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아동의 엄마가 녹음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돌보미가 아이에게 한 말은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고, 이를 몰래 녹음했으니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생후 10개월의 피해아동을 상대로 한 피고인의 말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고, 나아가 녹음행위는 피고인의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허용 한도를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녹음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녹음에 따르면, 피고인이 피해아동에게 정서적 및 신체적 학대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이를 모두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임범석 부장판사)는 1심 무죄 판결 중 정서적 학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돌보미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2018노1809)

2심 재판부는 이번 녹음이 비밀녹음이라고 봐 증거능력을 인정하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해아동이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등의 음성 부분은, 언어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10개월에 불과한 피해아동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울음 등의 음성으로 표출하는 것인바, 사람의 의사소통의 기본적 수단인 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과 피해아동의 모친 사이에 나눈 전화통화 부분은, 대화 당사자인 모친이 녹음한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 특히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상대로 하는 말 부분’이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생후 10개월에 불과한 피해 아동에게 큰소리로 욕을 해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런데 피해아동은 아직 언어능력이 온전히 발달하지 않아 피고인이 하는 말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바, 결국 범죄성립 여부는 피고인 말의 내용이 아닌, 목소리의 크기, 억양 등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생후 10개월의 피해아동에게도 충분히 위협적으로 들릴 만한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증거로 필요한 부분은 피고인 말의 내용이 아닌 피고인의 목소리, 억양 등 비언어적 정보라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상대로 하는 말은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 행위’를 의미하는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사건 녹음이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에 비해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내지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인지도 살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범죄는 피해아동의 정서 발달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중한 범죄임에도, 이러한 범죄는 주로 피해아동과 단 둘이 있는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특히 언어능력이 없는 피해아동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말조차 할 수 없어, 범죄 의심을 품은 부모 입장에서는 녹음과 같이 몰래 녹음하는 것 외에는 증거를 수집하거나 범죄를 적발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아동의 모친 역시 불가피하게 비밀녹음을 한 것으로 보이는바, 비밀녹음을 통해서 드러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를 비밀녹음을 통해 얻었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배척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피해아동 부모의 집에서 계약에 따라 피해 아동을 돌보는 업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는바, 이러한 공간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온전히 보장될 것이라 기대되는 사적 영역에 해당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종합하면, 피해아동의 모친이 피고인의 업무 공간에서 발생하는 피고인의 목소리 등을 몰래 녹음했다고, 피고인의 인격적 이익의 침해정도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와 비교할 때 사회통념상 허용 한도를 초과할 정도의 현저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녹음 중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상대로 하는 말 부분’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정서적 학대행위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아동이 오랫동안 울고 보채는데도, 피고인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아동에게 큰소리로 거친 억양의 욕설을 여러 차례 한 사실이 인정돼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신체적 학대행위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녹음을 들어보면, 누군가가 뭔가를 두드리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여러 차례 들리고, 특히 둔탁한 소리 이후 피해아동이 더 크게 우는 경우도 있어, 피고인이 피해아동에게 위협적 행동을 한 것 같다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둔탁한 소리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공소사실과 같이 때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아동이 범죄에 대한 방어능력이 전혀 없는 점을 이용해 피해 아동에게 큰소리로 욕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해 죄질이 좋지 않은 점, 피해아동 부모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다만 피고인이 자백하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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