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한 병가와 휴직을 불허하거나 사직을 요구한 행위는 차별이라고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해당 복지관장에게 향후 유사한 사례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또 해당 도지사에게 위탁기관을 비롯한 관내 관리감독 기관에서 임신, 출산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 실태를 파악하고,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종합복지관에서 음악치료사로 근무해오던 A씨는 습관적 유산 진단을 받았다. 그러다 2017년 9월 체외수정 시술과정 등 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해 8주간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병가를 신청했으나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래가 불가피하게 휴직을 신청했는데, 복지관 인사위원회는 A씨에게 직장과 임신 중 한 가지만 선택하라며 사직을 강요했다.

A씨는 인사위원회에서 또 다시 인신공격성 발언을 들을 것이 겁이 나고,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이틀 후에 자신의 의사에 반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A씨는 “임신준비를 이유로 사직권유를 받아 어쩔 수 없이 사직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했다.

A씨는 “습관적 유산만으로도 힘든데, 경력과 일까지 단절돼 여성으로서 우울감과 상실감이 컸다”고 한다.

당시 복지관 인사위원들은 A씨에게 ▲“너 꼭 임신하고 싶냐? 임신과 일 중에 하나만 선택해라. 왜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려고 하냐?”, ▲“늦은 나이에 임신하려는 네가 대단하다. 난 손가락 다섯 개가 다 붙어 있을지 겁나서 임신 못하겠다. 너 시도하는 용기가 대단하다”, ▲“내 친구가 임신했는데, 억이 들었다. 쉬는 게 낫지 않겠냐?”는 취지로 인식공격성 발언을 했다

결국 A씨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복지관장은 “진정인이 병가 신청 당시 임신한 상태도 아니고, 습관성 유산은 복지관 복무규정의 병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인사규정의 휴직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 불허했다”고 밝혔다.

또 “진정인은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으로 이전에도 유산의 경험이 있었고, 그로 인해 휴가와 특별휴가를 계속 사용했던 점, 진정인은 장애아동을 치료하는 음악치료사인데, 다른 직원이 진정인의 업무를 대체하기 어려워, 진정인의 휴가기간 중 업무공백 등으로 복지관 이용자 부모들의 민원이 제기됐던 점, 진정인의 업무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복지관에서 치료를 받는 장애아동의 몫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점 등에 대해 논의를 했으나 결정하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정상환)는 “습관성 유산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등록된 질병이고, 해당 복지관 복무규정과 인사규정, 병가와 휴직의 목적이 요양을 함으로써 건강상태를 회복하도록 하는 것임을 종합해 볼 때, 복지관장은 진정인의 병가 또는 휴직 신청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허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습관성 유산의 상태가 되면 그 후의 임신 예후가 극히 불량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진정인이 습관성 유산 치료와 안정적인 임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신 이전부터 일정기간 안정가료가 필요해 장기 병가 또는 휴직이 불가피했던 상황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대체인력을 채용해 복지관 이용 장애아동의 지속적인 치료를 보장하면서 진정인의 병가 또는 휴직 등을 허가해 퇴사에 이르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음에도, 대다수 인사위원들이 진정인에게 직장과 임신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점, 따라서 습관적 유산 진단을 받은 진정인이 유산치료 등을 위해 신청한 병가와 휴직을 불허하거나 사직을 요구한 행위는 임신, 출산 등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진정인의 사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2014년 결혼한 A씨는 고령이었는데 2017년 9월 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해 8주간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복지관의 배려나 허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임신한 후 입원 치료 등을 거쳐 2018년 8월 아기를 출산했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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