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법농단’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들이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다.

8일 대법원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이 기소한 현직 법관 8명 가운데 이미 정직 징계처분을 받은 2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에 대해 3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사법연구’ 발령을 명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연구’ 발령 조치는, 검찰의 기소로 재판을 받게 된 판사가 계속 국민들의 재판을 담당하게 되면 재판에 대한 공정성 시비와 신뢰 훼손으로 결국은 사법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사진=대법원)
김명수 대법원장(사진=대법원)

사법농단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5일 현직 법관(8명)인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를 기소하며 재판에 넘겼다.

위 보직은 사법농단에 관여할 당시의 직책이다. 검찰은 이들 판사들에게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현직 도지사 신분임에도 이례적으로 법정 구속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많은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도 포함됐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재직하던 중 상급자인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시에 따라 검찰 수사기밀을 빼내 법원행정처에 전달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작년 12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정직 6개월,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에게는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려, 두 사람은 이번 사법연구 조치에서 빠졌다.

대법원은 이들 법관 6명의 사법연구 장소를 현재 근무 중인 법원이 아닌 사법연수원 등으로 지정했다. 이는 기소된 판사들이 자신의 재판을 맡은 재판부와 같은 법원 청사에서 근무하면 접촉할 수 있는 등 재판 공정성에 대한 우려 등을 감안한 조치다. 이들은 사법연수원에 정상적으로 출근해 사법연구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법원은 “유례없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으로 형사 재판을 받게 될 법관이 계속 재판업무를 맡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법부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각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인 조치”라고 전해졌다.

대법원은 또 이번 조치와 별도로 기소되거나 비위사실이 통보된 법관들에 대해 징계 청구, 재판업무 배제 여부 등을 신속히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다.

현직 법관들을 기소한 검찰은 또 “수사과정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관여한 혐의가 확인됐다”며 현직 법관 66명에 대한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는 8일 성명을 내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연루법관 전원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가 아니라, 양심 있는 법관들에게 재판받을 권리를 가진다. 양심은 사라지고 지식만 남은 자들이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김명수 대법원장에 요구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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