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는 7일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직 법관 66명에 대한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한 것에 대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허용될 수 없는 행위”라며 “검찰이 마지막 칼을 휘둘러 영웅적인 마무리를 하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이 무산되고, (검찰ㆍ경찰) 수사권 조정도 되지 않는다면, 검찰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드디어 권력기관의 왕좌에 오르게 될 검찰의 미래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먼저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은 지금까지 전ㆍ현직 법관 14명을 기소해 법정에 서게 됐다.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에 현직 법관(8명)으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가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또 수사과정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관여한 혐의가 확인됐다며 현직 법관 66명에 대한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좌측 맨앞이 박판규 변호사
좌측 맨앞이 박판규 변호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해오는 박판규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7일 페이스북에 “검찰은 수사기관이지 자경단이 아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올리며 검찰을 비판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자경단(自警團)’은 “지역 주민들이 도난이나 화재 따위의 재난에 대비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조직한 민간단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판규 변호사는 “이번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각종 범죄수사를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수사팀의 노력은 충분히 평가되어야 한다. 검찰은 전ㆍ현직 법관 14명을 기소했고, 부가해 66명의 현직 법관에 대해 대법원에 비위사실 통보를 했다”고 검찰 수사결과를 정리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나 뭔가 찜찜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이번에 한 현직 법관 66명에 대한 비위사실 통보는 실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현직 법관 66명에 대해 검찰이 입건했다면 불기소처분(기소유예 또는 무혐의)을 한 후 이를 소속기관에 통보하거나, 입건하지 않았다면 범죄혐의가 없어 (소속기관 통보 없이) 내사종결하면 된다”며 “그런데 이렇게 하면 검찰이 관련 법관들의 혐의를 덮어준 것처럼 보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짚었다.

그는 “검찰은 (대법원에) 비위사실 통보가 국민적 지지를 받을 것이기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사법농단 수사로 영웅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검찰은 비위사실 통보라는 마지막 칼을 휘둘러 영웅적인 마무리를 하려고 한 것”이라고 짐작했다.

박판규 변호사는 “하지만 검찰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이지, 법률상 권한도 없는 일을 하는 자경단이 아니다”면서 “입건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참고인에 대한 수사자료를 비위사실에 관한 자료라며 임의로 소속기관에 넘기는 것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검찰개혁이 가장 먼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는 박 변호사는 “그러나 검찰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건 수사를 거치고, 앞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사건 수사카드를 저울질하면서 과거의 적폐를 처단하는 영웅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사법역사를 보면 검찰은 검찰개혁의 요구가 커질 때마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수사에 집중하면서 영웅적인 역할을 자처해 왔고, 이를 통해 검찰개혁의 요구를 비껴왔다”고 꼬집었다.

박판규 변호사는 “사법농단 사건 이후 각종 문제가 드러난 법원과 영웅적 역할을 수행한 검찰 사이의 균형추는 급격히 검찰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전망하며 “개별 독립기관인 법원에 의한 통제는 큰 의미가 없고, 국회는 검찰이 제공하는 각종 편의를 쉽게 버리지 못한다. 행정부 또한 권력이 약화되는 시기에 있을 검찰의 반격에 늘 노심초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 검찰이 반대하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시간이 흐를수록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나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는 검찰쪽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크게 의존하면서 사실상 형사법체계 뿐만 아니라 사법제도 전반이 검찰쪽에 유리한 지형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변화는 느리고 조금씩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지형이 완전히 변한 이후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판규 변호사는 “공수처 도입이 무산되고, (검찰ㆍ경찰) 수사권 조정도 되지 않는다면, 검찰은 이제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드디어 권력기관의 왕좌에 오르게 될 검찰의 미래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판규 변호사는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가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37기를 수료했다. 판사로 임관해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수원지방법원에서 근무하다 2017년 법복을 벗었다. 현재 법무법인 현진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판규 변호사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박판규 변호사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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