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는 분묘(무덤)를 발굴한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160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A씨는 분묘를 발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 진행 중 A씨는 2017년 형법에서 분묘 발굴 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한 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형법 제160조(분묘의 발굴)는 “분묘를 발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춘천지방법원은 피고인(A)의 신청에 따라 유사한 범죄인 사체 오욕죄 등에 벌금형이 규정돼 있는데, 분묘를 발굴한 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160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28일 헌법재판소 8인의 재판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먼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조상을 높이 숭배했고, 이러한 조상숭배사상의 영향으로 좋은 장소를 찾아서 조상의 분묘를 설치하고 그곳을 조상의 시신이나 유골뿐만 아니라 영혼이 자리 잡고 있는 경건한 곳으로 생각했다”며 “또한 자손들은 물론 보통사람들도 이를 존엄한 장소로서 존중해야 하며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관념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헌재는 “입법자가 위와 같은 우리의 전통문화와 사상, 분묘에 대해 가지는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심판대상조항에서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에는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은 징역형의 하한에 제한을 두지 않아 1월부터 5년까지 다양한 기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고, 작량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등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따라서 법원이 구체적 사안에서 분묘의 상태, 행위의 동기 및 태양,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 등을 고려해 죄질과 행위자의 책임에 따른 형벌을 과하는 것이 가능해 보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하지 않고 징역형만을 법정형으로 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법정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는 오욕죄, 장사법 위반과 분묘발굴죄에 대해서도 비교했다.

헌재는 “형법 제159조의 사체 등의 오욕죄는 ‘사자에 대한 추도 및 존경의 감정’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고 행위태양도 손괴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에 불과한 반면, 분묘발굴죄를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은 ‘사자에 대한 추도 및 존경의 감정’과 함께 ‘분묘의 평온의 유지’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고, 행위태양도 복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거하거나 묘석 등을 파괴해 분묘를 손괴하는 것으로, 분묘발굴죄는 사체 등의 오욕죄보다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가 크고, 피해의 정도 또한 중하며 일반적으로 행위자의 책임에 대한 비난가능성도 크다”고 짚었다.

또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은 장사의 방법과 장사시설의 설치ㆍ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해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시장 등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분묘에 매장된 시신 또는 유골을 개장한 행위를 처벌하는 장사법 위반죄와 분묘발굴죄는 보호법익과 죄질을 전혀 달리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사체 등의 오욕죄(형법 제159조)나 장사법 제40조 제8호 위반죄와 달리 징역형만을 법정형으로 정한 것은 위와 같은 보호법익 및 죄질의 차이를 고려한 입법자의 결단으로 보이고, 그와 같이 법정형에 차이를 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상실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표성연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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