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349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된 것과 관련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서 허탈하고, 황당하다”면서도 법원이 여러 제한을 둔 것에 대해 “가택연금 수준”이라고 봤다.

특히 “(MB는) 이번에 보석으로 석방되기는 했지만, 2심(항소심) 판결이 선고될 때 보석 취소하고 법정 구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먼저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열린 공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만 머물러야 하며, 변호인, 배우자, 직계혈통 외에 접견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보석 보증금 10억원도 제시했다.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보석은 무죄 석방이 아니라 엄격한 보석조건을 지킬 것을 전제로 구치소에서 석방하는 것이다. 구속영장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보석조건 위반을 이유로 피고인이 보석이 취소돼 재구금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사진=페이스북)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사진=페이스북)

이날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대담에서 서기호 변호사는 “보석 청구가 들어오기 전에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됐다면, 구속기간 만료일까지 충분히 선고가 가능했다”며 “그런데 재판이 느리게 진행되다 보니까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와서 부득이하게 석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2월 25일 법관인사 이동 때 기존의 재판장이 법원행정처로 가고, 새로 바뀐 재판장 입장에서는 구속기한이 한 달밖에 안 남은 상황이다 보니 한 달 안에 재판을 충실하게 마칠 수 없다고 판단해서 보석 허가를 해주게 된 것”이라고 봤다.

MB 측에서는 병보석을 요청했는데, 서 변호사는 “돌연사 위험이 있다고 하는 질병 호소는 기각했다. 많은 분들이 병보석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는 “병보석 신청을 기각한 것을 보면, 재판부도 진정한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고, 실제로 병보석 신청하는 경우 대부분 꾀병이 많기 때문에 기각을 많이 한다. 병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가 많지 않다”며 “그리고 이번에 보석 허가하면서 재판부가 주거지 제한 외에도 접견 제한, 통신 제한까지 꼼꼼하게 했는데, 이것은 사실상 가택연금 수준”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서 변호사는 “재판부가 접견제한, 통신제한 등 조건을 굉장히 까다롭게 붙인 것은 그만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고, 그것은 재판부가 최소한 실형 이상의 선고 심증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분석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보석으로 석방되기는 했지만, (항소심) 판결이 선고될 때 보석 취소하고 법정 구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2심 판결을 예상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 청구는 기각된 것에 대해 서기호 변호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병보석 신청도 아니었던 데다가 재판이 시작되기 전 상황이기 때문에 6개월 구속기간이 많이 남아 있다. 때문에 이번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시간이 촉박해서 보석을 허가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5일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ㆍ현직 판사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 이제 피고인 신분으로 동료 법관들의 판결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에 대해 서기호 변호사는 “이민걸, 이규진의 경우는 거의 임종헌과 같은 행동대장 수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기소가 예정돼 있던 편이었다”고 말했다.

또 “나머지 임성근,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판사의 경우는 가담 정도가 양승태 대법원장이나 임종헌 차장의 지시에 따르는 수준을 넘어서서 주도적으로 같이 동참했다는 점이 인정돼 기소됐고, 그 외에도 이태종, 심상철, 방창현, 유해용 역시 가담 정도가 심각하다고 봐서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금까지 전ㆍ현직 법관 14명을 기소해 법정에 서게 됐다.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현직 법관(8명)으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가 재판을 받게 됐다.

전날 검찰은 또 수사과정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관여한 혐의가 확인됐다며 현직 법관 66명에 대한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방법 수석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영장전담 재판부를 통해 검찰 수사 상황을 빼내고 영장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성창호 부장판사와 조의연 부장판사는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일하며 수사기밀을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자유한국당이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에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서기호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밀 누출 건으로) 성창호 판사만 기소된 게 아니고, 같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받고 있는 조의연, 신광렬 부장판사 3명이 같은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세 명이 같이 공범으로 엮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창호 판사만 찍어서 기소한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성창호 판사의 범죄 내용을 보면, 단순히 수사기밀에 관한 것들을 구두로 정보 전달한 점을 넘어서서 수사 기록에 들어있는 조서나 수사보고서, 이런 중요한 수사 자료들을 복사해서 통째로 전달했다”며 “이런 점들은 공무상비밀누설의 혐의의 심각성이 굉장히 크다”고 판단했다.

한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6일 당대표 및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서 성창호 판사는 임종헌 전 차장의 직권남용에 따라 부당하게 지시를 받고 보고한 피해자로 기술돼 있다”며 “이런 성 판사를 범법자로 기소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기호 변호사는 “그것은 팩트를 왜곡한 것”이라며 “성창호 판사는 직권남용죄의 피해자로 기재된 게 아니고, 공무상비밀누설죄라는 다른 범죄로 기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흔히 피해자로 기재됐다는 취지는 아마 직권남용죄를 말하는 건데, 직권남용죄의 피해자 혹은 상대방으로 기재된 사람들은 주로 법원행정처의 심의관급에서 문건을 작성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 사람들은 양승태, 임종헌 등에 의해서 의무 없는 일을 당한 사람들이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서기호 변호사는 “지금 추가 기소된 10명에 대해서는 재판업무에서 배제하는 직무 배제 조치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 이것은 법원장과 대법원장의 권한으로 사무 분담을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재판 업무 배제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같은 동료 판사들이 같이 재판을 하는 재판장을 법정에서 피고인으로 재판한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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