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사법농단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5일 사법농단에 가담한 전ㆍ현직 법관 10명을 추가로 기소하고, 대법원에 현직 법관 66명의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사법농단 사태로 지금까지 전ㆍ현직 법관 14명이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현직 법관 8명으로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가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또 수사과정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관여한 혐의가 확인됐다며 현직 법관 66명에 대한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2017년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 규명을 시작으로 사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을 촉구해온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5일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가담한 법관이 최소한 80명에 달한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 다시 한 번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참여연대는 “재판과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한 이들 법관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반드시 단죄되어야 한다”며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이들에 대한 처벌과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10명을 추가 기소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권순일 대법관과 차한성 전 대법관을 제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권순일 대법관은 2012년 8월부터 2014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내며,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의혹, 강제징용 사건 관련해 청와대를 만나 대법원 재판지연의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을 요청한 의혹, ‘통상임금 판결 선고 후 각계 동향’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점 등 범죄 혐의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차한성 전 대법관 또한 2011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1차 공관회의’에 참가해 일제 강제징용 관련 기존 대법원 판결을 전범 기업 쪽에 유리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접수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전달하는 등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들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공모 관계에 있다고 보고 공범으로 적시했던 검찰이 이번에 내놓은 해명은 구차하다”며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이들을 기소하지 않은 것은 ‘범행이 구체화, 본격화돼 심각한 수준이 되기 전에 퇴직했다’는 이유다. 검찰은 공범으로 적시하고도 무혐의 처분이 가능한 것인지, 기소유예를 한 것인지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번에 기소된 현직 법관 8명은 물론, 검찰이 제출한 권순일 대법관 등 사법농단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비위 법관 66명을 재판업무에서 배제하고, 신속하게 징계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현직에 있는 74명의 법관은 사법농단에 가담한 혐의가 검찰 수사로 확인된 만큼 적어도 ‘공정성의 외관’을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공정한 재판을 하리라 기대할 수 없는 판사들이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하거나 판결을 선고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위법관들에 대한 직무배제와 신속한 징계는 국민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는 “무엇보다 국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조속히 사법농단 가담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에 나서야 한다”며 “국회는 더 이상 사법부 견제라는 입법부의 역할과 책무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즉각 법관 탄핵 소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6일 출근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기소 내용과 비위 통보 내용을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권순일 대법관도 같이 검토하는지와 관련해 조재연 처장은 “그 부분은 비위통보인지 아니면 참고 내용으로 통보한 건지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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