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사건을 의뢰받은 변호사가 검찰청에서 수사를 받는 피의자와의 접견을 신청했는데, 검사의 접견불허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특히 피의자 등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확보되기 위해서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 역시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보장돼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결정이어서 주목된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피의자 Y씨는 2015년 10월 5일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A변호사는 피의자 Y씨 가족들의 의뢰를 받아 다음날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에게 변호인 접견이 가능한지 전화로 문의한 후, 접견신청서를 지참하고 검사실을 방문해 검사에게 변호인 접견신청을 했다.

10월 6일 Y씨 호송을 담당한 부산구치소 교도관은 검사실에서 Y씨를 인계받아 검찰청 내 구치감에 대기시켰다가, 이날 오후 7시 10분경 검사로부터 야간 피의자신문을 위한 피의자 소환을 요청받고 Y씨를 검사실로 인치했다.

이후 검사는 교도관에게 변호인의 접견신청이 있었음을 알렸고, 교도관은 부산구치소 변호인 접견 담당직원에게 문의한 후, A변호사에게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8조 제1항에 따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상 근무시간(09:00~18:00)이 경과해 변호인 접견을 허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검사는 A변호사의 접견신청에 대해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A변호사는 결국 피의자(Y)를 접견하지 못한 채로 검사실에서 퇴실했다. 검사는 변호사가 퇴실한 이후 피의자(Y씨)에 대한 신문을 계속했고, A변호사는 Y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못했다.

이에 A변호사는 “변호인 접견신청을 허용하지 않은 검사와 교도관의 행위와 교도관이 법적 근거로 삼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8조 제1항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2015년 12월 28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변호사는 헌법소원에서 “검사와 교도관의 접견불허행위로 인해 피의자(Y)와 접견하지 못한 결과 피의자를 조력할 기회를 상실했고,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도 직접적인 불이익이 초래됐다”며 “접견불허행위는 피의자의 접견교통권뿐만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의자가 체포되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므로 그 사이에도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점, 영장실질심사 직전에는 변호인의 조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변호인의 접견시간을 공무원의 근무시간에 한정하고 있는 접견시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변호사는 “체포된 피의자가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 접견ㆍ참여 등 규칙’ 제7조 제1항,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 제37조 제1항이 적용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상 근무시간이 아니더라도 변호인 접견이 허용된다”며 “따라서 피의자가 구치소에 수용됐는지 아니면 유치장에 입감됐는지에 따라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행사에 불합리한 차별이 생기므로, 접견시간 조항은 변호인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월 28일 A변호사 측이 부산지검 검사와 부산구치소 교도관을 상대로 낸 변호인 접견불허 위헌확인 등 청구사건 (2015헌마 1204)에서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2015년 10월 6일 오후 7시경 부산지검 검사실에서 청구인(A변호사)과 피의자(Y)의 접견을 허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검사의 행위는 변호인이 되려는 청구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한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청구가 적법한지부터 판단했다.

검사의 접견불허행위에 대해 헌재는 “담당교도관의 접견 불허 통보 이후 검사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실질적으로 청구인(A변호사)의 접견신청을 불허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므로, 검사의 접견불허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로서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 선임을 위해 피의자 등이 가지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호되어야 하고,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은 피의자 등이 변호인을 선임해 그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피의자 등이 변호인 선임을 통해 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는다는 것이 유명무실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 “이와 같이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은 피의자 등을 조력하기 위한 핵심적인 부분으로서 헌법상의 기본권인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과 표리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의자 등이 가지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확보되기 위해서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 역시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도관의 접견불허행위와 관련, 헌재는 “피의자신문 중에 변호인 등의 접견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피의자를 수사기관으로 호송한 교도관에게 이를 허가하거나 제한할 권한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교도관의 접견불허행위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아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접견시간 조항에 대해서도 헌재는 “청구인은 검사를 상대로 피의자신문이 계속되고 있던 피의자(Y)에 대해 접견신청을 했으므로, 여기에는 접견시간 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며, 당시 검사도 위 조항을 적용해 접견신청을 불허한 것이 아니다”며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 검사의 접견불허행위의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그러나 헌재는 접견불허행위에 대해 “청구인은 검사에게 접견신청을 하고 검사실에서 머무르다가 검사의 접견불허행위로 인해 결국 피의자를 접견하지 못하고 검사실에서 퇴실했으므로, 청구인의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이 제한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변호인 등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으로써는 물론 법률로써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나,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신문 중 변호인 등의 접견신청이 있는 경우 이를 제한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이는 피의자 등이 가지는 접견교통권의 중요성을 감안해 변호인 등이 가지는 접견교통권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형집행법 제41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접견시간 조항은 수용자의 접견을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른 근무시간 내로 한정함으로써 피의자와 변호인 등의 접견교통을 제한하고 있는데, 위 조항은 교도소장ㆍ구치소장이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변호인 등의 접견신청의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피의자신문 중 변호인 등의 접견신청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위 조항을 근거로 변호인 등의 접견신청을 불허하거나 제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그렇다면 청구인의 피의자에 대한 접견신청은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게 보장된 접견교통권의 행사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또한 검사의 접견불허행위는 헌법이나 법률의 근거 없이 이를 제한한 것이므로, 청구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 조용호, 이은애, 이종석 재판관의 검사의 접견불허행위에 대한 반대의견

한편, 반대의견을 낸 조용호, 이은애, 이종석 재판관들은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볼 수 없으므로, 접견불허행위에 대한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 가능성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검사의 접견불허행위가 이미 종료됐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으로서는 형사소송법 제417조의 준항고를 제기해 이를 다툴 수 있다 할 것이어서, 접견불허행위에 대한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구비하지 못해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 이번 결정의 의미는?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 공보관실 관계자는 “접견시간 조항은 수용자의 접견을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른 근무시간 내로 한정함으로써 피의자와 변호인 등의 접견교통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 결정을 통해 헌법재판소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피의자신문 중 변호인 등의 접견신청의 경우에는 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위 조항을 근거로 변호인 등의 접견신청을 불허하거나 제한할 수도 없다는 점을 최초로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의 조력권 중 핵심적인 부분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선례에 따라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피의자 등에 대한 접견교통권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음에도 헌법재판소가 이 부분 쟁점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었다.

이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통해, 피의자 등이 가지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확보되기 위해서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 역시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하고, 그러한 전제에서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 침해를 이유로 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적법한 청구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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