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박영수 특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문 등을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국정농단 최순실(최서원)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K스포츠에 대한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 모금했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2016년 11월 20일 구속 기소됐다.

이후 국회는 2016년 11월 22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특별검사법 제3조는 대통령으로 하여금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의하여 추천한 후보자 중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조승식 변호사와 박영수 변호사를 특별검사 후보자로 추천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12월 1일 박영수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는 임명 당일부터 시작돼 2017년 2월 28일 종료됐다. 박영수 특검은 최순실씨를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최순실씨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의하여 특별검사후보자를 추천하도록 규정’한 특검법 제3조 제2항 및 제3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기각하자, 2017년 4월 헌법소원심판을 청했다.

최씨는 “특정 정당(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게 특별검사후보자 추천권을 부여해 새누리당과 정의당, 무소속 의원은 추천과정에 참여하지 못해 두 야당의 특검일 뿐 국민의 특검이라고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또 “대통령이 2명의 특검후보 중 1명을 임명하게 돼 있으나, 어느 누구를 임명하더라도 최근의 정치 상황에서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는 정파의 연합이 합의 추천한 후보 중 1명이므로 형식적 절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 같이 특정 정파에 대해 배타적ㆍ전속적 수사권, 공소권을 행사하는 검찰기구를 창설케 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 의회주의, 평등원칙에 반하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월 2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 제3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2017헌바196)을 내렸다.

헌재는 “청구인(최순실)은 심판대상조항이 국민주권주의 및 의회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한다”며 “심판대상조항을 포함한 이 사건 법률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다수결원리에 의해 입법된 것이므로, 국민주권주의 및 의회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특별검사후보자의 추천권을 누구에게 부여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인지에 관한 사항 역시 사건의 특수성과 특별검사법의 도입 배경, 수사대상과 임명 관여주체와의 관련성 및 그 정도, 그에 따른 특별검사의 독립성ㆍ중립성 확보 방안 등을 고려해 국회가 입법재량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며 “그러한 국회의 결정이 명백히 자의적이거나 현저히 불합리한 것이 아닌 한 입법재량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며 자신도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청구인 뿐 아니라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었던 안종범과 대통령비서실 부속비서관이었던 정호성이 구속됐고,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도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에 국회의 3개 교섭단체(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는 2016년 11월 14일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해 특별검사 후보 2명 모두를 야당이 추천하고 이들 중 한 명을 대통령이 특별검사로 임명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특별검사법은 국회의원 209인에 의해 발의돼 2016년 11월 17일 재석의원 220명 중 196명의 찬성으로 가결(재석의원 220명, 찬성 196명, 반대 10명, 기권 14명) 돼 11월 22일 공포 시행됐다.

헌재는 “이 법률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기간 중 3년 반 동안 은폐됐던 청구인의 국정개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돼, 법안 발의 후 사흘 만에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법률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법률의 특수성은 현직 대통령이 의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데 있다”며 “대통령과 국회 내 여당의원들이 동일한 정당에 소속됨으로써 정치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정당정치의 현실을 고려할 때, 여당이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 행사에 참여해 그 결과 임명된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 및 기소는 결국 추천권자와 이해관계를 같이 할 대상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별검사제도의 도입목적은 권력형 부정사건 및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건에서 대통령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특별검사에 의해 수사 및 공소제기ㆍ공소유지가 되게 함으로써 법의 공정성 및 사법적 정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는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함으로써 이해충돌 상황이 야기되면 특별검사제도의 도입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여당은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입법자가 정한 것을 두고, 심판대상조항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특별검사후보자 추천에서 배제된 정당이나 국회의원들 모두 법률안 발의에서부터 표결까지의 입법과정에 참여했다”며 “이 법률이 여야 대표의 합의로 발의돼 재석의원 220명 중 196명이라는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된 점을 고려하면, 추천권자에서 제외된 새누리당과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도 국회 표결절차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이 추천할 몫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두 야당은 변호사 중에서 2인의 특별검사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것에 불과하고, 특별검사를 직접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이 하도록 돼 있다”며 “대통령은 특별검사의 임명권과 해임권 모두를 보유하고 있는데, 두 야당이 합의 추천한 후보 2명 중에서 1명을 선택한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이 형식적 절차에 그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최순실씨 주장을 배척했다.

헌재는 “이 법률의 제정 배경과 사건의 위중함, 수사대상에 (박근혜) 대통령이 포함될 수도 있었던 사정, 국민적 요구와 여야 합의의 취지, 이 법률에서 규정하는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여러 보완장치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당적을 두고 있는 여당을 특별검사후보자 추천권자에서 배제하고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두 야당에게 특별검사후보자를 추천해 2인 중 1인을 대통령이 특별검사로 임명하게끔 규정했다고 합리성과 정당성을 잃은 입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2018년 2월 1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순실씨에 대해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 및 추징금 72억 9427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2018년 8월 24일 최순실씨에게 징역 20년, 벌금 200억원 및 추징금 70억 5281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과 최씨가 모두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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