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철도역 매점운영자들은 코레일유통에 상당한 정도로 전속돼 지휘ㆍ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2015년 4월 코레일관광개발에 단체교섭과 임금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공고하지 않았다.

이에 철도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했고 서울지방노동위는 “코레일관광개발은 철도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사실을 전체 사업장에 공고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중노위도 “철도노조는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적법한 노조로, 코레일관광개발이 교섭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며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코레일유통과 철도역 내 매장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매점 등을 운영하는 매점운영자 30여명은 철도노조 매점지부의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가, 중노위의 재심판정 이후에 탈퇴했다.

코레일유통은 2004년 8월 설립한 철도역사 내 점포사업 자회사로 코레일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철도노조는 독립사업자인 매점운영자 3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 등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따라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할 의무가 없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쉽게 말해 코레일관광개발은 독립사업자인 매점운영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된 철도노조는 노동조합법상 노조가 아니어서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철도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차행전 부장판사)는 2016년 1월 코레일관광개발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중노위의 재심판정이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매점운영자들을 코레일유통과 사이에 사용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자로 볼 수 없으므로, 철도노조는 결국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이 허용된 단체로서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중노위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도 2016년 5월 항소를 기각하며 코레일관광개발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의 판단은 하급심과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코레일관광개발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 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 취소소송 상고심(2016두41361)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속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타인과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특정 노무제공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해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ㆍ전속적인지, 특정사업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ㆍ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ㆍ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코레일유통과 철도역 내 매장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매점 등을 관리하며 물품을 판매한 30여명 매점운영자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점운영자들이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참가인(철도노조)이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코레일유통은 미리 마련한 정형화된 형식의 표준 용역계약서에 의해 매점운영자들과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수를 비롯한 용역계약의 주요 내용을 대부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매점운영자들이 제공한 노무는 코레일유통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것이었고, 매점운영자들은 코레일유통과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일정한 경우 재계약하는 등 용역계약관계가 지속적이었고, 코레일유통에 상당한 정도로 전속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매점운영자들의 기본적인 업무는 용역계약에서 정한 특정 매점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용역계약에 의해 업무내용과 업무시간이 결정됐다. 매점운영자들은 코레일유통이 공급하는 상품을 코레일유통이 정한 가격에 판매해야 하고, 판매현황을 실시간으로 포스(POS) 단말기에 등록하도록 돼 있었다. 용역계약에 따라 휴점은 월 2일까지만 가능한데, 휴점을 하려면 별도로 신청을 해 허가를 받도록 돼 있었다.

또 매점운영자들은 코레일유통이 실시하는 교육 및 연수를 받아야 하고, 코레일유통이 소집하는 회의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참석해야 했다. 코레일유통은 자신의 비용으로 매장 내에 웹카메라를 설치ㆍ운용했고, 매점운영자들을 상대로 정기 또는 수시로 영업지도 및 재고조사 등을 했다.

재판부는 “코레일유통은 매점운영자들이 용역계약을 위반하거나 매점의 운영에 문제를 발생시킨 경우 등에는 경고를 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매점운영자들은 어느 정도는 코레일유통의 지휘ㆍ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매점운영자들은 코레일유통이 제공한 물품을 판매한 대금 전액을 매일 코레일유통 명의의 계좌에 입금하고, 매월 코레일유통으로부터 보조금과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로 산정된 용역비를 지급받았다”며 “이는 매점운영자들이 제공한 노무인 매점 관리와 물품 판매 등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코레일유통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코레일유통과 경제적ㆍ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매점운영자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매점운영자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참가인(철도노조)이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단정해, 참가인이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조합임을 전제로 원고에게 참가인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재심판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및 노동조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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