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군생활 33년을 하고 명예전역을 했는데, 미성년자 시절 범한 유죄판결이 뒤늦게 드러나 하사관 임용이 무효가 되고 전역수당과 퇴직연금 환수처분을 받았던 전직 육군 원사가 대법원 판단으로 가까스로 구제받게 됐다.

법원과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1983년 1월 육군에 입대해 그해 3월 하사관 후보생에 임명됐고, 1983년 6월 단기복무 하사관, 1986년 6월에는 장기복무 하사관에 임용됐다. 그 후 육군에서 원사로 진급해 복무하던 중 명예전역을 신청했고, 육군참모총장은 2015년 9월 A씨에 대해 2015년 12월 31일부로 명예전역을 명했다.

그런데 육군참모총장은 A씨가 1982년 7월부터 9월경까지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범죄사실로 1982년 12월 30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받아 판결(이하 종전범죄)이 확정된 사실을 확인하고 후속조치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육군종합군수학교장은 2016년 1월 29일 A씨에 대한 단기복무 하사관 임용을 무효로 하는 인사명령을 발령했다.

A씨는 명예전역수당 및 퇴직급여(퇴직연금 일시금)를 지급받다가 2016년 8월 19일 국군재정관리단장으로부터 ‘단기복무 하사관 임용’의 무효를 이유로 전역수당 및 퇴직급여 환수처분을 받았다.

A씨는 환수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해 2017년 4월 “원고는 ‘군인으로서 20년 이상 복무’한 경우에 해당해 군인연금법에 따른 퇴역연금일시금 및 군인사법에 따른 명예전역수당을 수령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한다”라는 이유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돼 A씨는 2017년 6월 국군재정관리단에 퇴역연금을 신청했다. 그러나 국군재정관리단은 A씨에 대한 단기복무 하사관 임용을 무효로 하는 인사명령이 유효하게 지속 중이라는 이유로 퇴역연금의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A씨는 육군참모총장, 육군종합군수학교장, 대한민국을 상대로 ‘퇴역 대상자 지위확인’ 등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심준보 부장판사)는 2017년 6월 A씨의 육군종합군수학교장에 대한 소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각하하고, 육군참모총장 및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허용석 부장판사)는 2017년 9월 A씨의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소는 부적합하다며 각하하고, 육군종합군수학교장, 대한민국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다며 기각 판결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건은 A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4일 원사로 명예퇴역한 A씨가 육군참모총장, 육군종합군수학교장,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퇴역 대상자 지위확인’ 등 청구소송 상고심(2017두62587)에서 “원심판결 중 육군참모총장과 대한민국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상고와 관련, 재판부는 “원고는 명예전역의 유효성을 현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적법하고 유효하게 전역한 군인에 대한 혜택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으므로, 명예전역명령의 유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의 명예전역수당과 퇴역연금일시금에 관한 관련판결이 확정된 사정을 들어 확인의 이익을 부정했다. 원심의 판단에는 행정소송법 제35조에 따라 ‘무효 등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한민국에 대한 원고의 상고이유도 대법원은 정당하다며 받아들였다.

구 군인사법 제10조 제2항 제5호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유예 중에 있거나 그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자가 장교ㆍ준사관 및 하사관으로 임용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임용 당시 위 조항에 따른 임용결격사유가 있는데도 장교ㆍ준사관 또는 하사관으로 임용된 경우 그러한 임용행위는 당연무효가 된다는 대법원 판결(2003. 5. 16. 선고 2001다61012)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18년 9월 개정된 소년법 제67조 제1항 제2호로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에 의하여 형의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자격에 관한 법령을 적용할 때 장래에 향하여 형의 선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아울러 소년법 부칙 제2조는 “제67조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전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에 의하여 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은 사람에게도 적용한다”라고 정하여 개정된 소년법 제67조 제1항 제2호를 소급해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따라서 과거 소년이었을 때 죄를 범해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 장교ㆍ준사관 또는 하사관으로 임용된 경우에는, 구 군인사법 제10조 제2항 제5호에도 불구하고 소년법 제67조 제1항 제2호와 부칙 제2조에 따라 그 임용이 유효하게 된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돼 있는 출생연월일이 착오 등으로 잘못 기재됐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이해관계인은 사건 본인의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해 잘못 기재된 출생연월일을 바로잡을 수 있다”며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한 정정절차를 거쳐서 가족관계등록부의 출생연월일이 정정된 경우 그 의미는 생년월일의 잘못을 바로잡은 것으로, 사건 본인의 생년월일이 문제되는 법령을 적용할 때 이 점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년법이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로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자격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때 장래에 향하여 그 선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는 취지는 인격의 형성 도중에 있어 그 개선가능성이 풍부하고 심신의 발육에 따른 특수한 정신적 동요상태에 있는 소년의 시기에 범한 죄로 장래를 포기하거나 재기의 기회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소년법 제67조에서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인지는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형의 집행유예 등 선고 이후에 가족관계등록부의 출생연월일이 실제 생년월일에 따라 정정되었다면 그와 같이 정정된 출생연월일을 기준으로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고는 2016년 5월 24일 대구가정법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출생연월일을 ‘1962년 5월 19일’에서 ‘1963년 5월 19일’로 정정하는 허가결정을 받았다.

기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1962년 5월’로 인정하면 범죄 당시(1982년 7월~9월) 성인에 해당하지만, 법원의 허가로 정정한 가족관계등록부상의 ‘1963년 5월’로 인정하면 미성년자에 해당돼 소년법 적용이 가능해진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가 종전범죄를 저지를 당시 원고 나이는 구 소년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19세이다. 종전범죄로 원고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이 선고돼 확정됐는데, 이는 원고가 소년이었을 때 범한 죄로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원고의 자격에 관한 법령을 적용할 때에는 장래에 향하여 형의 선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구 군인사법 제10조 제2항 제5호에도 불구하고 소년법 제67조 제1항 제2호, 부칙 제2조에 따라 원고에 대한 단기복무 하사관 임용과 장기복무 하사관 임용은 모두 유효하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에 대한 단기복무 하사관과 장기복무 하사관 임용행위는 모두 무효라고 봐 하사관 임용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위 형사판결 당시 존재했던 공부에 기초해 원고의 출생연월일을 추정해 원고가 종전범죄 당시 소년이 아님을 전제로 선고돼 확정됐고, 그와 같이 확정된 형사판결의 효력이 장래에 발생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며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가족관계등록부 정정과 소년법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육군종합군수학교장에 대한 상고에 대해 재판부는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상고심 법원은 상고이유에 의해 불복신청한 한도 내에서만 조사ㆍ판단할 수 있으므로, 상고이유서에는 상고이유를 특정해 원심판결의 어떤 점이 법령에 어떻게 위반 되었는지에 관해 구체적이고도 명시적인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며 “상고인이 제출한 상고이유서에 위와 같은 구체적이고도 명시적인 이유가 기재돼 있지 않은 때에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