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19세라는 나이 차이가 상당한 국제결혼으로 문화 차이와 세대 차이가 예견됐음에도 서로 존중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가정이 파탄 난 부부에게, 법원이 이혼하라고 판결을 내렸으나 위자료 청구는 양측의 책임이 동등하다고 봐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가정법원이 있는 부산법원청사

부산가정법원에 따르면 A씨는 B(여)씨와 2009년 7월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서, 미성년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B씨는 베트남 국적이었는데, 2015년 11월 귀화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결혼 당시 남자는 40대, 여자는 20대였으며,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19세였다.

A씨는 혼인생활 중 아내의 친정에 주택 신축비용으로 1000만원을 보내고, 때때로 용돈이나 병원비를 보내는 등 합계 3000만원 정도를 송금해 줬다.

A씨는 자신이 바라는 만큼 아내가 가사일과 자녀양육을 잘하지 못하고, 베트남에 있는 친정 가족들에게 장시간 국제전화를 하며, 핸드폰을 자주 바꾸는 등 과소비를 한다고 생각해 아내에게 불만을 가졌다.

한편 B씨는 자신과 모국인 베트남을 비하한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불만을 갖게 됐다.

그런데 두 사람은 2016년 6월 아이들을 데리고 2주간 베트남에 있는 B씨의 친정에 다녀왔다. A씨는 베트남에 다녀온 후 독감에 걸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B씨는 남편에게 삶은 옥수수와 감자 잼을 해주었다.

A씨가 식단에 불만을 표하면서 서로 몸싸움을 벌였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아내를 폭행했고, 이로 인해 상해죄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2016년 7월 이 같은 부부싸움이 있은 후 친구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남편과의 분리를 요청해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 두 사람은 그 무렵부터 현재까지 별거하고 있다.

A씨는 아내가 집을 나간 직후 아이들과 함께 집에 돌아올 것을 권유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으나, B씨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A씨는 2017년 5월~6월 사이 B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은혜를 악마로 갚아라’, ‘여자깡패’, ‘사기꾼’, ‘꽃뱀’, ‘거지’, ‘부친이…계속 돈 뜯어내라고 하든가?’ 등 B씨와 처가를 비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B씨의 어머니와 언니에게도 유사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A씨가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자, B씨도 반소 이혼을 청구했다.

부산가정법원 제1가사부(재판장 김종민 부장판사)는 최근 “A씨와 B씨는 이혼한다”고 판결하고, 양측의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이혼을 원하고 있고, 2016년 7월부터 별거하고 있으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해 앞으로 혼인생활을 지속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했다”며 이혼 판결을 내렸다.

특히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쌍방 모두에게 있고, 그 정도가 대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B)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았고, 가사 및 육아방식과 관련해 원고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 원고가 2016년 7월 피고를 폭행했던 것은 사실이나, 원고와 피고는 폭행이 있기 직전에 베트남에 있는 친정을 함께 방문하는 등 비교적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폭행 사건이 발생한 경위와 피해의 정도, 별거 이후 당사자들의 태도 등을 고려하면 폭행이 원인이 돼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짚었다.

또한 “원고가 피고와 가족들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혼인파탄 이후로 보이고, 그 이전에도 원고가 피고를 폭행하거나 폭언을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오히려 원고와 피고는 단기간의 만남 끝에 국제결혼을 했고 나이 차이가 상당히 난다는 점에서 문화차이와 세대차이로 인한 갈등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혼인생활 중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서로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며 갈등을 심화시켰던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은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있고, 그 정도는 대등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산분할 청구에 관해 재판부는 “분할대상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원고와 피고의 기여 정도, 혼인생활의 과정과 기간, 원고와 피고의 소득, 재산 및 경제력 등을 참작했다”며 원고 80%, 피고 20%를 인정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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