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변호사 250명이 18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고시낭인’을 막겠다던 포부는 ‘변시낭인’의 배출로 무색해졌다”며 합격 정원제 방식이 아닌 변호사시험(변시)의 자격시험화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 성명서에는 류하경, 오현정 변호사 등 변호사 250명이 연명했다.

로스쿨 도입으로 전통의 법조인 선발방식이었던 사법시험이 폐지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3년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법조인이 될 수 있다.

“로스쿨이 붕괴됐다”고 판단한 변호사들은 성명에서 “변호사시험이 사법시험과 같은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면서 합격률이 매년 하락하고 있다. 무한경쟁이 심화하면서 로스쿨은 ‘변시학원’이 되었고, 로스쿨제도의 목적인 전인격적 교육을 통한 다양한 법조인양성이 불가능해졌다”며 “법무부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회 변호사시험을 앞둔 2011년 말,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변호사시험을 당분간 선발제로 운영하기로 하고 합격률을 “입학정원 대비 75% 내외”로 정했다. 일단 ‘잠정안’으로 하고 5년 후인 2017년 제6회 변호사시험에서 선발방식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변호사들은 “현재까지 재논의는 없다”며 “입학정원 대비 75% 선발방식은 잠정안이었다. 약속대로 재논의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변호사들은 “로스쿨 입학정원은 2000명이므로 입학정원 대비 75% 내외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미리 정해놓게 되면 합격자수는 1500명 내외가 된다. 이렇게 되면 해마다 불합격자 500여명이 계속 누적되므로, 합격률은 매년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19년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지난해 49%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8회 변호사시험 응시자 수는 3617명이고, 예년과 같이 1600명이 합격한다고 가정하는 경우 합격률은 44%가 되고 불합격자 수는 2000여명에 달한다”며 “입학정원 대비 75%합격이라기보다는, 입학정원 대비 100% 불합격이라고 해야 현실이 바르게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수한 성적으로 학부를 졸업한 후, 로스쿨 입학시험을 거치고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비슷한 수준의 수험생들이 두 명 중 한명도 합격할 수 없는 시험이 되고 만 것”이라며 1~7회 변호사시험 합격률 추이를 제시했다.

변호사시험 제1회에 응시자 1665명 중 합격자 1451명을 배출해 합격률은 87.15%였고, 제2회에 응시자 2046명 중 합격자 1538명을 배출해 합격률 75.17%로 낮아졌고, 제3회에는 응시자 2292명 중 합격자 1550명을 배출해 67.63%를 기록했다. 제4회에는 응시자 2561명 중 합격자 1565명을 배출해 합격률 61.11%로 낮아졌고, 제5회에는 응시자 2864명 중 합격자 1581명을 배출해 합격률 55.2%를 기록하며 50%대로 떨어졌다. 제6회에는 응시자 3110명 중 합격자 1600명을 배출해 합격률 51.46%로 더욱 낮아졌고, 2018년도 제7회 변호사시험에는 응시자 3240명 중 합격자 1599명을 배출해 합격률 49.35%로 50% 이하로 떨어졌다.

변호사들은 “노무현 대통령 당시 참여정부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를 통해 사법시험제도 폐해를 지적하면서 변호사시험법을 입법해 로스쿨을 도입했다. 그 주된 취지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으로 소위 ‘고시낭인’ 청년인력낭비 해소 ▲다양한 출신의 변호사수 확대로 법률서비스 대중화 ▲폐쇄적 기수문화 해소 등이었다”며 “로스쿨 도입 당시 정부는 변호사시험이 순수 자격시험임을 공언했다”고 상기시켰다.

변호사들은 “선발시험이 되면 로스쿨이 ‘고시학원’이 되고 ‘변시낭인’이 나온다는 예언이 불행히도 현실화 됐다”며 “학생들은 로스쿨 교수의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1학년 때부터 신림동 강의에 의존한다. 변시 합격률이 계속 낮아지고 합격점수는 상승하면서 입학 전부터 선행학습, 사교육이 과열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계속 운영된다면, ‘5탈’제도는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변호사시험법 제7조(응시기간 및 응시횟수의 제한)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한 가지 심각한 문제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에 따라 5년간, 5회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제한한 것으로 인한 폐해”라며 “변호사시험에 5번 탈락하면 평생 변호사시험에 응시도 할 수 없고, 로스쿨 재입학도 금지돼 그야말로 8년의 시간을 소모하고 1억원 빚만 진 ‘낭인’이 되는 인원이 해마다 수백 명 씩 나오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들이 변호사가 되려면 ‘환생’을 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암 투병을 해도, 임신을 해도, 재해민이 되어도, 파산을 해도 5년 기한은 중단되지 않는다”며 “현재 정원제 선발시험 하에 합격률이 30%대를 향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5탈제’는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전문교육기관의 존재목적은 교육을 통한 전문가 양성이고 자격시험을 원칙으로 한다. 의사(치과의사), 약사, 간호사, 한의사 시험은 자격시험이고 합격률은 90% 이상”이라며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의사시험은 전체 3373명의 응시자 중 3204명이 통과해 합격률 95%였다. 이전 4년 합격률은 92.8%, 93.5%, 94.6%, 93.8%였다. 약사시험의 최근 4년 합격률은 91.2%, 93.6%, 94.8%, 97.2%로 나타났다. 간호사시험 합격률은 96.1%, 96.4%, 93.8%, 96.7%였다. 한의사 시험의 합격률은 95.7%, 94.4%, 95.5%, 94.6%로 집계됐다. 의사(치과의사), 간호사, 한의사 시험 합격률은 최근 10년 동안 90% 밑으로 내려간 적이 한 번도 없다.

변호사들은 “변호사시험법 제10조 제1항은 ‘변호사시험의 합격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법무부는 명확한 법적근거 없이 합격자를 1600명 내외로 고정한 선발시험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법률과 반대로 법학전문대학원 취지를 형해화하고 고시학원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호사들은 “변호사시험의 잘못된 운영으로 인해 로스쿨은 출범 10년 만에 존폐위기에 처했다”며 “로스쿨은 판사, 검사, 변호사를 배출하는 유일한 창구다. 하나뿐인 법조인 양성제도가 이 상태에 이른 것에 우리 변호사들은 국민 앞에 부끄러움과 부채감을 느끼며, 절박한 심정으로 성명을 발표해 이제라도 제도를 개혁하고자 한다”고 성명을 발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변호사시험을 사법시험처럼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하지 말라”며 “로스쿨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을 반드시 애초 약속대로 자격시험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어야 합니다’ 성명에 참여한 변호사 명단>

변호사 강덕수, 강래원, 강정규, 강형광, 강희웅, 고영남, 고재연, 공기광, 공준식, 곽예람, 곽은비, 권소연, 권영실, 권오훈, 김가희, 김경은, 김경은(2), 김광민, 김근확, 김기원, 김도희, 김동창, 김묘희, 김민정, 김배년, 김병욱, 김봉호, 김서현, 김성근, 김성민, 김성주, 김성훈, 김세윤, 김수아, 김수영, 김수진, 김승선, 김연지, 김예니, 김용혁, 김우중, 김웅, 김윤영, 김윤진, 김재왕, 김재희, 김정은, 김정환, 김종보, 김주표, 김주형, 김지선, 김지영, 김지훈, 김진경, 김진영, 김채민, 김태욱, 김태은, 김형주, 김형철, 김혜림, 김훈욱, 김희진, 남윤국, 노종화, 노현경, 류하경, 마한얼, 문은영, 민하영, 민홍기, 박기태, 박다혜, 박다희, 박동하, 박병철, 박상진, 박수관, 박수빈, 박원연, 박은지, 박인동, 박정호, 박종완, 박주희, 박준기, 박지환, 박한희, 박현서, 박현지, 박효진, 반희성, 배문형, 변형관, 서성민, 서유진, 서주원, 서채완, 서희원, 성초록, 손도형, 손명호, 손익찬, 손준호, 송아람, 송용준, 송지은, 송진성, 신고운, 신동영, 신성윤, 신예지, 신하나, 신훈민, 심정민, 안문환, 안샘물, 안준학, 안현지, 양성우, 양세희, 양진모, 엄선희, 오동현, 오민애, 오반석, 오용택, 오원섭, 오윤영, 오재훈, 오진해, 오현정, 유승희, 유영준, 유태영, 윤석빈, 윤성범, 윤성봉, 이경재, 이고은, 이광덕, 이동우, 이동준, 이두규, 이민우, 이선민, 이성림, 이소아, 이수경, 이수진, 이승환, 이에린, 이연지, 이영기, 이용세, 이윤주, 이장우, 이재원, 이정민, 이정언, 이정환, 이종권, 이종훈, 이주희, 이주희(2), 이준범, 이지완, 이지원, 이진용, 이진우, 이진혜, 이철우, 이탁건, 이하림, 이학민, 이학철, 이한나, 이현서, 이현우, 이형ㅇ준, 이혜선, 이혜정, 이호영, 이호헌, 임소라, 임재성, 임춘화, 장범식, 장석우, 장윤정, 장호준, 전민경, 정구연, 정순문, 정연순, 정웅채, 정재우, 정준석, 정준영, 정지용, 정진아, 정현아, 제본승, 조경애, 조덕상, 조미연, 조민지, 조연민, 조영관, 조자운, 조제희, 조준경, 조진형, 조현삼, 조현수, 주영혜, 채규민, 천지선, 최석군, 최승호, 최신영, 최용근, 최은미, 최재홍, 최종연, 최초록, 최혁용, 최환석, 하인준, 하지현, 하태승, 한경태, 한병철, 한수정, 한지선, 함보현, 현정민, 현지현, 홍다영, 홍민정, 홍자연, 황규수, 황윤정, 황인규 (이상 250명, 가나다순)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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