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흑자인 회사의 매출액이나 총액 인건비 대비 비율이 낮다면, 회사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는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되는 인천에서 버스운송사업을 하는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들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인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을 전제로 통상임금을 재산정하고 회사에 이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을 청구했다.

1심과 항소심인 원고들 패소 판결하며 버스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시영운수는 재판 과정에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기업에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상임금 신의칙(信義則)을 항변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 22명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추가 법정수당을 청구한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신의칙을 적용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파기환송 이유는 “이 사건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인해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그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재판부는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해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한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 상황은 기업 내ㆍ외부의 여러 경제적ㆍ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으므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시영운수 사건에서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의 근거는 먼저 버스기사(근로자)들의 추가 법정수당 중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공제하면 근로자들이 시영운수에게 청구할 수 있는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위 추가 법정수당 규모는 시영운수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 정도에 불과하고, 시영운수의 2013년 기준 이익잉여금만 하더라도 3억원을 초과하고 있어서 위 추가 법정수당 중 상당 부분을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영운수는 2009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꾸준히 당기순이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매출액도 계속 증가하고 있고, 버스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공보관실은 “통상임금소송에서 사용자가 한 신의칙 항변을 인용할 것인지에 관해,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인해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그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에 대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의 판단 기준을 원칙적으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함을 추가로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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