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13일 단속과정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직권조사 결과,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법무부 장관에게 관련자 징계 권고,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이사장에게 피해자 및 유가족 권리구제 법률구조를 요청을 권고했다.

출입국ㆍ외국인청 직원들은 건설현장 불법취업 외국인 단속요청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 8월 22일 합동 단속을 벌였다.

이날 미얀마 국적의 A씨는 건설현장에서 점심식사를 하다가 출입국관리 공무원들의 단속을 피하려고 창밖으로 도주하다가 7.5m 공사장 아래로 추락,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사 상태로 18일간 지내다 9월 8일 사망했다. 사건 당시 A씨는 미등록체류자였다.

사고 소식을 들은 A씨 아버지가 한국에 입국, 이후 A씨의 장기 기증을 결정하고 한국인 4명에게 기증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살인단속 규탄 및 미얀마 노동자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에서 위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의 대책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언론보도 내용, 현장 목격자 진술, 미등록체류자 단속과정에서 유사 사망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단속과정에서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의무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2018년 10월 4일 직권조사 실시를 결정했다.

법무부와 OO출입국ㆍ외국인청은 피해자 사망과 관련 “단속반원들은 도주하는 피해자의 추락 과정에서 물리력의 행사나 추격을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적법한 공무집행에 응하지 않고 도주한 것이 추락의 원인이며 단속반원들이 예측할 수 없었던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위원장 정문자)가 사고 당시 상황을 녹화한 바디캠 영상, 법무부 내부 보고서, 119 신고자료를 검토하고 현장조사, 단속반원 및 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 “피해자와 단속반원 간 신체적 접촉이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단속반원들은 사건현장의 구조, 제보 내용을 통해 사고의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구체적인 안전 확보 방안을 강구하도록 한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그 결과 피해자 등 외국인 약 9명이 가장 위험한 경로인 창문으로 도주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추락하는 결과가 발생했는바, 피해자의 추락 및 사망은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된 단속으로 인한 사고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또 “단속반원들에게 단속 업무 시 안전계획과 조치를 강구할 의무를 해태한 책임이 있고, 사고 이후 119 신고 이외 아무런 구조행위를 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단속을 진행한 것도 공무원으로서 인도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은 매우 부적절한 대처”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피해자 사망에 대해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보고, 법무부 장관에게 관련자 징계 권고,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이사장에게 피해자 및 유가족 권리구제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서 지적된 주거권자 동의 절차 위반, 긴급보호서 남용, 단속 중 과도한 강제력 사용, 단속 후 장시간의 수갑 사용 등 적법절차 위반 사례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직무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또 단속과정에서 반복되는 인명사고 방지를 위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현행 단속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법원에 의한 통제 등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실질적 감독체계 마련도 권고했다.

[로리더 표성연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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