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가부장적인 남편이 생활비를 마련하는 자신의 수고와 노력만 중요시하고, 가사와 육아에 들이는 아내의 수고와 어려움은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면서 갈등을 빚은 이혼사건에서 법원은 남편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를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여)와 B(남)는 2014년 3월 혼인신고를 하고, 두 자녀(3세, 4세)가 있다.

B씨는 2015년 2월 중국 음식점을 개업했다. A씨는 어머니에게 첫째를 맡기고 몇 개월 동안 카운터 업무를 돕다가 어머니가 아이 돌보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자 일을 그만 두었다.

B씨는 아내가 음식점 일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으며, 음식점을 개업한 후 소비가 늘었다는 이유로 불만이 있었다.

A씨는 남편으로부터 월 100만원을 생활비로 받아 사용했다. B씨는 아내가 생활비로 받은 현금을 대부분 친정 가족들과의 외식비, 택시비로 다 쓰고, 신용카드로 과소비를 한다고 생각했다.

B씨는 2016년 6월 술을 마시고 들어와 아내에게 욕설을 하면서 뺨을 때렸다. B씨는 병원 치료를 받고 와서 하소연하는 아내에게 “가장을 공경하고 섬겨야 가정이 편안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지경까지 올 수밖에 없다. 암탉이 크게 울면 침몰한다. 순종하고 항상 가장의 뜻이 먼저라고 생각해라”라고 답했다.

또한 두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외출하는 것에 불편을 느낀 A씨가 2017년 1월 친정 오빠로부터 차량을 받아 오자, B씨는 아내가 아이들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친정 식구들을 태워주려고 차량을 가져왔으며, 기존에 운행하던 경차에 대해 할인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차량을 오빠에게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가 차량 명의를 언니로 변경했으나, B씨는 계속 아내에게 차량을 돌려주라면서 차량을 계속 가지고 있겠다면 생활비를 주지 않겠다고 했다.

A씨가 아이들을 편하게 병원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위한 것이며, 기존처럼 월 100만원의 생활비만 주면 된다고 해도, B씨는 “날 물주로 생각하지 말고 짐 싸서 너네 집 가라. 이혼밖엔 없군. 가정파탄은 다 니 책임이다”라고 하면서 차량을 돌려주라고 요구했다.

두 사람은 차량 문제로 수개월 동안 계속 다투었고, B씨는 아내가 차량을 반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7년 4월 이후 생활비를 주지 않자 A씨는 2017년 6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

이렇게 불화가 계속돼 결국 A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하자, B씨도 반소 이혼소송을 냈다.

부산가정법원 가사3단독 윤재남 판사는 최근 “원고(A)와 피고(B)는 이혼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1인당 월 50만원, 이후 성년이 될 때까지는 1인당 월 6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윤재남 판사는 “원고와 피고가 이혼을 원하는 점, 2017년 6월부터 별거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보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다”고 판단했다.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은 피고에게 있다고 봤다.

윤재남 판사는 “원고와 피고가 2017년 1월부터 차량 문제로 다투다가 별거에 이르렀는데, 원고가 피고와 상의 없이 오빠의 차량을 이전받아온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윤 판사는 “그러나 피고가 어린 형제(3세, 4세)를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원고의 수고를 알고 자신의 차량을 사용하도록 배려했다면 원고가 오빠의 차량을 받아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피고가 원하는 만큼 음식점 일을 돕지 못했으나, 어린 연년생 형제를 키우는 원고가 가사와 육아 이외에 음식점 일까지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윤 판사는 “피고는 원고가 생활비, 차량을 친정 가족들을 위해 사용한다고 단정해 원고를 서운하고 불쾌하게 한 점, 차량 문제로 갈등이 생기기 전까지 원고는 피고가 주는 생활비 한도 내에서 특별한 요구나 불평 없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면서 생활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피고는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하는 자신의 수고와 노력만 중요시하고, 가사와 육아에 들이는 원고와 수고와 어려움은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면서 원고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원고에게 자신이 정한 기준에 일방적으로 따를 것을 강요하면서 원고의 희생을 요구해 부부 사이의 갈등이 극심해졌다고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윤재남 판사는 “그러므로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은 피고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위자료 액수와 관련해 윤 판사는 “혼인파탄 경위와 책임 정도, 혼인기간과 별거기간, 원고와 피고의 나이, 재산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위자료 액수를 15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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