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방송통신위원회ㆍ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공영방송사 이사 임명 시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과 방송평가 항목에 양성평등 항목 신설 및 미디어다양성 조사항목 확대를 권고했다고 7일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는 성별 고정 역할에 근거한 편견을 재생산하는 방송사례를 모니터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자문기구로 성평등특별위원회 설치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방송(TV 프로그램)에서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2017년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직업을 살펴보면, 남성은 사회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 많은 반면 여성은 남성의 지시를 따르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사장, 국회의원, 장관, 회사 팀장급 이상, 의사, 국회의원 등의 전문가 그룹에서의 성별 비율을 보면, 여성 등장인물 중에서 이런 직급에 있는 여성이 360명 중에서 76명으로 21.1%인 반면, 남성은 455명중 214명이 전문직 종사자로 등장해 47.0%를 차지했다
회사 일반직, 비정규직, 자영업, 시민단체 활동가, 무직 등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성 등장인물이 이런 직종으로 나오는 경우는 50.6%인데 반해 남성은 35%에 그쳤다.
2015년과 2017년을 비교하면 드라마 속 여성 전문직 종사자의 비율은 18.5%에서 21.1%로, 남성은 35%에서 47%로 드라마 속의 전문직 종사자의 비율은 모두 늘었지만 여성보다는 남성의 증가폭이 훨씬 컸다.
뉴스의 경우 7개 채널 저녁종합뉴스의 여성 앵커는 10명중 8명이 30대 이하이고, 남성 앵커는 10명중 9명이 40대 이상(87.7%)이었다. 2015년과 비교하면 여성앵커 중 40대가 늘어나고 남성앵커는 30대가 진입하는 변화가 있으나 나이 든 남성앵커와 젊은 여성앵커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다음으로 앵커의 역할을 보면, 클로징 멘트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하는 비율이 69.3%인 반면, 오프닝 멘트는 두 명의 앵커가 함께하는 경우가 24.2%이고, 남성앵커가 전담하는 경우가 65.7%로 가장 많고, 여성앵커가 전담한 경우는 10.6%에 불과했다.
2015년과 비교할 때 여성앵커의 오프닝 멘트 비율이 다소 늘었으나, MBN 저녁종합뉴스의 경우 주중에는 여성앵커(김주하)가 단독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성과 여성이 함께 뉴스를 진행하는 경우 여성앵커가 오프닝 멘트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전체적인 뉴스아이템 소개비율은 2015년에 남성앵커가 51.3%, 여성앵커가 39.4%로 남성앵커가 뉴스를 소개하는 비율이 더 많았으나, 2017년에는 여성앵커의 뉴스아이템 소개 비율이 51.7%, 남성앵커의 뉴스아이템 소개비율이 44.2%로 여성앵커가 뉴스를 소개하는 비율이 더 많았다.
그러나 뉴스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1~5꼭지 내 뉴스아이템에 대한 소개는 남성앵커가 75%를 담당하고, 여성앵커가 담당한 경우는 16.4%에 불과했는데, 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MBN의 김주하 앵커가 주중에는 저녁 종합뉴스를 혼자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뉴스 전반부에 여성앵커가 뉴스를 소개하는 비율은 거의 미미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2015년과 차이가 없었다.
다음으로 뉴스앵커의 성별에 따라 소개하는 뉴스아이템의 차이를 살펴보면, 남성앵커와 여성앵커가 소개하는 뉴스아이템에서는 일관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치관련 뉴스아이템을 남성앵커가 소개하는 비율은 55.8%로 여성앵커가 소개하는 비율 39.6%에 비해 약 16% 포인트 높았고, 경제뉴스 아이템의 63.3%는 여성앵커가 소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관련 뉴스아이템, 생활정보 뉴스아이템, 날씨 및 해외 뉴스아이템은 여성앵커가 소개하는 비율이 많았고, 정치와 국방관련 뉴스는 남성앵커가 소개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인권위는 “이렇게 뉴스아이템을 전달함에 있어 여성앵커는 가벼운 주제를 주로 다루는데 반해, 남성앵커는 정치, 국방 등의 다소 무겁고 사회적인 위기와 관련된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뉴스아이템 소개에서 여성앵커와 남성앵커 간의 이러한 역할 분담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고정관념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분석대상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남성 진행자 비율은 90%, 여성은 10%였다. 출연자(총 198명) 중 여성은 21명(10.6%)에 불과했다. 이처럼 시사토크 진행자와 출연자가 주로 남성이라는 점은 정치적이거나 시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는 주로 남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한편,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 5명 모두 남성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위) 위원 9명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하다. 방통위 위원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국방송공사 이사 11명 중 여성은 2명이다. 방통심위가 임명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은 모두 남성이었다가 2018년 8월 여성 2명이 이사로 선임됐으며, 한국교육방송공사 이사도 9명 모두 남성이었다가 2018년 9월 여성 4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와 현행 방송제도 등을 검토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에게 방송정책 결정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방송사 스스로 양성평등 수준을 평가해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갈 수 있도록 방송평가 항목에 방송사 간부직 성별 비율 신설, 양성평등 실천 노력 추가 점수 부여 등 방안을 권고했다.
방송 콘텐츠 내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 재생산 방지와 양성평등 제고를 위해 미디어다양성 조사에 시사토크 장르 포함, 등장인물 성별에 따른 역할분석 등 정성적 평가 도입, 방송 콘텐츠 제작자에 미디어다양성 조사결과 공유 등도 권고했다.
[로리더 신혜정 기자 desk@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