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지인과 술을 마시다 시비로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던 남성이 충동조절장애 관련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심신미약 감형’을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상인도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매우 심각해 정신병과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라야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8월 새벽 자신의 주거지에서 피해자와 술을 마시다 두 살 많은 피해자가 반말을 하고 뺨을 2회 때리자 격분해 싱크대에서 주방 흉기를 들고 피해자의 목 부위를 향해 3회 휘두르고, 쓰러진 피해자의 후두부를 향해 3회 휘둘러 살해하고자 했다.

그러나 도중에 피해자가 손으로 출혈 부위를 누르며 도주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피해자는 다행히 치료일수 약 14일이 걸리는 부상을 입었다.

제1심 서울서부지방법원은 A씨의 살인미수 혐의에 징역 3년 6월, 여자친구에 대한 상해 혐의에 징역 6월 등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하면서 충동조절장애 등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3년 10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군 입대 전 신체검사에서 우울증, 충동조절장애, 뇌전증(간질) 판정을 받고 군 면제가 됐고, 그 이후부터 관련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피고인이 충동조절장애로 쉽게 흥분하고 감정 억제를 하지 못하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을 배척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술집에서 만나 피고인의 집에 가서 술을 더 마시게 된 경위, 술자리에서의 상황 등을 수사기관에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억해 진술한 점, 피고인이 살인미수 범행에 대해 피해자가 자해했다고 거짓 진술했으나 이후 과거 폭력 범죄 전과와 범행 당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다는 이유로 겁에 질려 거짓말을 했다면서 흉기를 휘두른 사실을 인정하고 범행 당시 상황을 상세히 진술한 점”을 들었다.

사건은 피고인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흉기를 휘둘러 살인미수와 상해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충동조절장애를 주장하는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월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현상은 정상인에게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그것이 매우 심각해 본래의 의미의 정신병과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이 충동조절장애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정상인도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그것이 매우 심각해 본래 의미의 정신병과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라야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전개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격적 결함을 가진 사람에게 충동을 억제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 판결은 대법원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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