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6일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의 의견으로,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사로서 세무사의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세무사법 조항에 대해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법적 공백상태를 우려해 입법자(국회)가 세무사법을 개정할 때까지 종전 세무사법은 계속 적용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제시한 개정 시한은 2019년 12월 31일까지다.

반면 “세무사법 관련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재판관의 반대의견(합헌)이 있었다.

제청신청인 A씨는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2008년 10월 세무대리업무 신규등록처분을 받고 세무대리를 하던 중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 신청을 했다가, 세무대리업무등록직권취소처분 및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신청 반려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서울행정법원에 각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 판결을 선고받자,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 계속 중 세무사법 제6조, 제20조 제1항, 제20조의2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고, 제청법원인 서울고법은 2015년 5월 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세무사법 제6조(등록) ① 제5조의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가 세무대리를 시작하려면 기획재정부에 비치하는 세무사등록부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등록하여야 한다.

세무사법 제20조(업무의 제한 등) ① 제6조에 따른 등록을 한 자가 아니면 세무대리를 할 수 없다. 다만, 변호사법 제3조에 따라 변호사의 직무로서 행하는 경우와 제20조의2 제1항에 따라 등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세무대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부실 세무대리를 방지함으로써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세무행정의 원활한 수행 및 납세의무의 적정한 이행을 도모하려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일응 수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재는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ㆍ적용에 있어서는 일반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ㆍ처리하는 법률 전문직인 변호사에게 오히려 그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는 법률에 의해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받았으므로 그 자격에 따른 업무를 수행할 자유를 회복한 것이고, 세무조정업무 등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ㆍ적용이 필요한 세무사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해 세무사로서의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이는 세무사의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회복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서, 세무사 자격 부여의 의미를 상실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격제도를 규율하고 있는 법 전체의 체계상으로도 모순되고, 세무사 자격에 기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세무대리업무가 세무관청과 관련된 실무적 업무처리로 충분한지, 아니면 세법 및 관련 법령의 해석ㆍ적용이 중요한지를 판단한 후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중 가장 적합한 자격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무대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에 보다 부합한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가 받게 되는 불이익이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경미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다만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일반 세무사의 세무사등록에 관한 근거규정이 사라지고,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마저 세무조정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한다”며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로 하여금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ㆍ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데에 있고, 이들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대리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은 입법자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고, 입법자의 개선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용을 명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재판관의 반대의견(합헌)

이들 재판관들은 “변호사에게 다른 자격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 및 어느 정도의 업무 수행 권한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자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세무대리업무 중 세무조정업무와 같이 세무관청과 관련된 실무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회계지식이 필요한데, 자격취득에 필요한 시험의 과목 등을 고려할 때 세무관청과 관련된 실무적 업무에 관해 변호사가 세무사와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법을 교육받은 변호사에게 세무사와 같은 업무 권한을 주는 방안 등은 세무사 자격시험과 같은 정도의 운영의 투명성이나 결과의 정합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달리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상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변호사로서 업무 수행에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세무사의 세무대리 영역 업무만 수행하지 못하는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불이익이 부실한 세무대리를 방지하고 납세자에게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들 재판관들은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합헌 의견을 제시했으나 소수에 그쳤다.

이들은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와 변리사 업무를 하려는 변호사를 차별 취급하는 것이 아니고,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와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을 한 뒤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는 공인회계사 사이에는 차별 취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나, 공인회계사는 실무적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할 전문지식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헌재 결정의 의의

한편, 2003년 12월 31일 개정된 세무사법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변호사에게 세무사의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면서도(제3조 제3호), 그 시행일인 2003년 12월 31일 당시 종전 규정에 의해 세무사의 자격을 가진 변호사와 사법연수생(사법시험에 합격한 자를 포함)만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하여 세무대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부칙 제2조 제1항), 그 외의 변호사는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제20조 제1항).

그 후 2017년 12월 26일 개정된 세무사법은 그 시행일인 2018년 1월 1일 이후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하는 자는 세무사의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지 못하도록 규정했다(부칙 제2조).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2003년 12월 3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사이에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한 자 중 2003년 12월 31일 당시 사법시험에 합격했거나 사법연수생이었던 자를 제외한 자의 경우 세무사의 자격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세무사로서는’ 그 직무에 해당하는 세무대리(세무사법 제2조), 특히 세무조정업무를 일체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 위 변호사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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