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는 31일 법원이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댓글공작에 가담했다고 인정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먼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2형사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는 30일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드루킹의 댓글공작에 가담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에 대해 징역 2년, 또 오사카 총영사 제안 등 공직 제안 혐의(공직선거법)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김동원 등과 공모해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 순위조작 범행은 온라인상에서 마치 실제 이용자가 기사 댓글에 공감 클릭한 것처럼 허위정보 등을 입력해서 포털사이트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 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댓글조작범행은 실질적으로 단순히 포털사이트 업무방해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상 투명정보 교환과 건전한 온라인 여론형성이라는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이는 현대사회에서 일반 대중이 인터넷 모바일 등을 통해서 정치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접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게 됨으로써 온라인 방향이 사회 전체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경신 교수는 31일 페이스북에 <인터넷에 검은 리본을 달아야 할 날>이라는 글을 올리면서다.

박경신 교수(사진=페이스북)
박경신 교수(사진=페이스북)

박 교수는 “처음부터 잘못 되었다. 김경수와 드루킹을 분리해서 사고하려는 전략 자체가 힘겨워 보였다”며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그렇게 긴 기간을 그렇게 많은 텔톡(텔레그램 대화)이 오는데 (김경수가) 보지 않았다고 입증하기가 어려워 보였다”고 김경수 지사측 재판전략을 지적했다.

그는 “이럴게 아니라 드루킹의 행위 자체가 중범죄가 될 수 없음을 힘을 합쳐 소명했어야 한다”며 “드루킹에 대한 유죄판결은 이미 인터넷의 사회적 역할에 조종을 울린 날이었다”고 말했다.

박경신 교수는 “물론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댓글/추천 올리기에 대해서 컴퓨터업무방해죄를 적용한 사례들이 있지만, 내가 아는 한 모두 벌금형 정도였다”며 당연한 근거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첫째,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컴퓨터들이 작동하는 방식대로 그 결을 따라 이용을 했고 일일이 손으로 할 것을 자동화한 것뿐인데, 이걸 갑자기 범죄로 몰아치는 것은 신뢰이익에 어긋난다”고 봤다.

그는 “미국 교수에게 물어보니 웹사이트라는 게 원래 막노동으로 하던 걸 자동화한 것인데 웹사이트 만드는 것도 범죄냐고 반문한다”며 “OECD국가 중에서 매크로 어뷰징을 범죄로 처벌하는 나라 있으면 제발 알려 달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둘째, 우리나라 인터넷규제가 유별나서 드루킹의 행위도 처벌된다고 치자”면서 “다른 댓글들에 쏠렸을 관심을 가로챘다는 잘못이 있다. 오프라인에 비교하자면 길거리에서 가두 확성기를 불법 데시벨로 틀어놓은 정도의 일이다. 절대로 징역 살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경신 교수는 “‘업무방해’? 네이버의 업무에 대한 손해가 정녕 징역 2년 어치가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네이버의 실명정책을 어겼다고 한들, 그건 네이버의 비즈니스 모델일 뿐, 국가가 개입해서 형사처벌로 보호할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더욱이 지인들이 자신의 계정을 제공해준 것이라면 실명정책을 어기기는 한 것인가? 네이버가 각자 스스로 쓴 댓글을 통해 여론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도 네이버의 소망일 뿐 이용자들이 곧이곧대로 안 따라 주면 범죄가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교수가 좋은 학생들 키우고 싶어서 제발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하라고 얘기하는데 학생들이 10시간 공부 안 하면 교수에 대한 업무방해가 되는가? 검찰이 업무방해죄로 노조 탄압할 때 사용자가 피해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노조에게 업무방해죄 뒤집어씌울 때가 자꾸 생각난다”고 환기시켰다.

아울러 “‘여론 훼손’? 네이버 댓글 양상이 언제부터 여론이 되었는가?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그냥 그건 여론이 되고, 거기서 다른 사람이 안 쓰는 도구를 써서 주의를 끌면 여론훼손죄가 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경신 교수는 “미네르바 처벌하고 비슷한 동어반복의 냄새가 난다”며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던 미네르바 구속 사건을 언급했다.

이어 “미네르바가 페이스북 이전 시기에도 팔로워들이 수십 만명이었고 이 수십 만명이 몰리는 걸 보고 여론을 호도한다며 난리쳐서 미네르바가 처벌을 당했다”며 “그땐 다음 아고라가 ‘여론’이었고, 지금은 네이버 댓글이 ‘여론’이라는 식이다”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으로 활동했던 박 교수는 “게다가 여론훼손죄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처벌하는 건 원님재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근대국가에 여론훼손죄는 이정현씨가 최근 유죄판결을 받은 방송간섭죄밖에 없고, 방송은 방송에게 주어진 특수하고 독점적인 임무 때문에 그런 보호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신 교수는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의 활동이 생각난다. 소비자불만전화는 소비자불만을 털어놓으라고 만든 곳이고 소비자들이 전화해서 ‘당신 물건 팔아줬는데 당신네 회사가 조중동에 광고해서 기분 나쁘다’라고 불만 털어놓았더니, 불만을 조금 많이 털어놓았다고 업무방해죄로 처벌당했다”고 상기시켰다.

박 교수는 “네이버 게시판은 이용자들이 댓글을 달고 추천하라고 만들어 놓았고, 드루킹은 댓글을 달고 추천하는데 더 열심히 하려고 소프트웨어를 이용했더니 업무방해죄로 처벌되고 있다”며 “애시 당초 알고리즘의 기능방식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므로 원래 컴퓨터업무방해죄의 입법목표였던 해킹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대중들이 자유롭게 이합집산하며 의견을 표시했던 날은 이제 종부지를 찍는 것인가? 이제 인터넷은 대중운동의 요람이 되지 못하고, 극우보수의 가짜뉴스와 일베의 혐오 글들만 남기자는 것인가?”라고 했다.

박경신 교수는 “국정원 댓글과 비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선거에 영향을 줘서 범죄가 된 게 아니라, 국정원 직원들이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해서 즉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공무원은 종인데 종이 주인을 오도하려고 해서 범죄가 된 것”이라며 “국민들이 합법적인 도구를 이용해서 (매크로가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있는데 그럼 MS엑셀도 불법이다) 열심히 의사표시를 한 걸 가지고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부터 문제다”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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