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 변호사)는 28일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검찰을 견제하고 국가권력의 불법에 대해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자료사진
앞줄 김갑배 위원장과 박상기 법무부장관(법무부 자료사진)

이날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의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심의한 결과 조사대상 사건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은 2008년 6월 김종익 KB한마음대표가 블로그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게시한 것을 계기로 2008년 7월 신설된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불법사찰 해 김종익 대표가 회사의 지분을 처분하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도록 했다.

또한 경찰에게 압력을 가해 수사하도록 했는데,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해 검찰이 세 차례에 걸쳐 수사했으나, 소극적인 수사로 청와대 등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지 못했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무총리실 비선조직이 정권에 비판적인 민간인들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늑장수사, 축소수사를 한 결과 수사 및 기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판단해 조사대상 사건으로 선정했다.

진상조사를 위해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이 사건의 담당검사, 당시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 지휘부, 당시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진술을 대면 또는 유선으로 청취하거나 진술서를 받았고, 관련 수사 및 재판기록, 김종익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기록,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2017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회의록, 단행본 등의 자료를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 김종익에 대한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관련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2008년 9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피해자 김종익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으나, 그해 11월 지원관실 직원이 국무총리실장 명의의 공문을 동작경찰서로 직접 가지고 와서 김종익에 대한 수사를 재차 의뢰했다.

동작경찰서는 2009년 2월 ‘혐의 없음’으로 내사종결을 했으나, 그 후 내사사건이 재기돼 같은 해 3월 피해자 김종익의 이명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내사종결 및 기소 경위, 지원관실의 직제 및 적법한 업무 범위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 김종익에 대한 동작경찰서 수사 당시 지원관실이 동작경찰서 수사팀에 위법한 압력을 행사했고, 이는 형법상 처벌 대상인 강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집행방해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 행위는 2009년 3월에 있었던 일이어서 7년의 공소시효가 끝난 것으로 봤다.

또한 검찰이 김종익에 대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 당시 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행위를 알았음에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도 인정했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은 김종익에 대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 당시 이미 경찰 기록 등을 통해서 지원관실이 법령상 허용된 직무 범위를 벗어나 불법적으로 민간인을 사찰하고, 민간인 김종익의 대표이사직 사임, 회사 지분 양도 등을 강요, 협박했으며,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수사의뢰 자체도 그러한 수단의 하나였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은폐했고, 이로써 김종익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된 민간인에 대한 지원관실의 불법사찰과 강요행위 등을 용인하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 검찰의 압수수색 시기가 지연되었거나 부적절했는지 여부

서울중앙지검은 2010년 7월 5일 국무총리실의 수사의뢰 직후 1차 수사팀을 구성했는데, 공직윤리지원관실 핵심인물인 장OO 주무관은 이날 이레이징의 방법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인멸했다. 다시 7월 7일 하드디스크 4개를 컴퓨터에서 떼어낸 후 전문업체에 맡겨 디가우징의 방법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인멸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0년 7월 8일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이메일 서버 관련 사항이 미비해 이를 보완한 후, 7월 9일 압수수색영장을 재청구해 발부받았고, 같은 날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1차 검찰 수사팀의 지원관실 압수수색 시기가 지연돼 부적절했고, 결과적으로 지연된 압수수색으로 인해 지원관실이 증거인멸을 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 검찰의 압수수색 시기에 관해, 청와대 압력이 있었거나 조율 여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조사결과에 의하면, 당시 검찰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압수수색에 관한 정보를 청와대에 전달했거나 청와대와 압수수색 시기를 조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위원회는 “2차 수사 당시의 법무부장관(민간인 불법사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서울중앙지검장, 청와대 관련 고위직 공무원 등이 대검 진상조사단의 조사 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는 상태에서 압수수색 시기에 관한 수사기밀 유출이나 조율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은 민간인 김종익의 이명박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 시부터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등 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인지해 수사하지 않았고, 1차 수사 당시 청와대 관련 대포폰 수사도 매우 소극적으로 진행했으며, 2차 수사에서도 청와대 윗선 가담 관련 수사를 소극적으로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의 비선조직이 정권에 비판적인 민간인 등을 광범위하게 불법사찰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 등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를 매우 소극적으로 진행했고, 오히려 불법을 자행하는 정치권력을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통해 국가권력에 대한 엄정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에서 밝혀진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비선조직에 대한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와 진상은폐는 그 동안 지적돼 온 검찰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검찰을 견제하고 국가권력의 불법에 대해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공수처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것도 명백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불법행위를 엄단하고 소극적인 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공수처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국가 권력에 대해 수사하는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고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은 수사지휘를 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철저하게 지키고, 범죄혐의와 무관한 사항을 이유로 지휘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이며, 위법ㆍ부당한 검찰 지휘부의 수사지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 조사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기록과 증거물 원본을 찾지 못하는 등 기록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았다”며 “검찰은 향후 기록관리에 관한 제도적 보완장치(관리책임자 지정 및 이동 상황에 대한 기록)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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