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사법농단의 최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과 관련, “법원은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사법농단 책임자를 처벌하고 과거의 관행과 불법적 행태와의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국회는 하루 빨리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법농단 관여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2시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5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명제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것도, 나아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도 사법부 71년 역사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민변(회장 김호철)은 논평을 내고 “오늘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관사찰 및 재판거래ㆍ재판개입 행위를 지시하고 직접 실행에 옮긴 ‘사법농단의 몸통’ 양승태를 구속 수사해 진상규명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 국민의 열망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변은 “오늘의 구속영장 발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단순히 보고를 받는 것을 넘어 실제 사법농단의 핵심관여자로 구체적인 실행행위를 분담했음이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민변은 “검찰은 양승태가 강제징용 재상고심과 관련해 전범기업인 피고를 대리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와 여러 차례 독대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했다. 상고법원 도입 등에 반론을 제기하는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에도 양승태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또 “헌법재판소 기밀 유출을 직접 지시하고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화하여 격려금을 준 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독자적인 혐의 내용”이라며 “위 사항들을 포함해, 사법농단 사태의 전말은 향후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와 공정한 재판 과정을 통해 모두 명명백백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민변은 “한편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이 다시 한 번 기각된 것에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제동원 손해배상소송,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에 개입하는 등 중대한 범죄 혐의의 윤곽이 드러났고, 추가로 서기호 전 의원 법관 재임용 탈락 불복소송에 적극 개입한 혐의 등이 확인됐음에도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치 않다는 법원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의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새벽 검찰이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 청구한 두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경호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 보기 어렵다.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고 영장기각 이유를 밝혔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노역 피해소송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사건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포함해 3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민변은 “양승태 사법부가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근거해 판결을 내려야 하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고 삼권분립의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동안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내쫓겼고, 재판을 정치적 흥정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동안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세상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국민 기본권 수호의 마지막 보루여야 하는 사법부는 이제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찰과 기밀유출, 재판거래도 서슴지 않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며 “이 모든 사태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양승태와 박병대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우리는 헌정 사상 최초로 대법원장이 구속된 오늘이 단순한 ‘사법부 치욕의 날’이 아닌, 법원이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날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법원은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사법농단 책임자를 처벌하고 과거의 관행과 불법적 행태와의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또 다시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자정 노력에 나서야 한다. 수십 년간 형성돼 온 관료적 사법행정구조의 폐해를 끊어내고 진정한 제도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검찰은 향후에도 성역 없는 수사와 이를 토대로 한 기소로 사법농단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국회는 하루 빨리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법농단 관여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은 “양승태를 정점으로 한 법원행정처의 조직적 범죄행위에 적극 가담한 판사들의 손에 다시 재판을 맡길 수 없다”며 “사법농단 사태가 진정한 의미의 해결을 맞을 때까지 법원과 검찰, 국회 모두 엄중한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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