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찰관의 배치를 통해 설정된 질서유지선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질서유지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집회 장소에서 미리 질서유지선으로 경찰관 배치가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 10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일반교통방해, 집시법 위반, 모욕 혐의로 기소된 권영국 변호사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6도19464)

재판부는 2012년 5월 10일 쌍용차 추모위 관계자들과의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 집회에서의 집시법 위반 혐의와 일반교통방해 혐의, 2012년 6월 16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집회를 마치고 여의대로 행진과 관련해 보도도로를 점거한 일반교통방해 혐의, 2014년 7월 20일 정부서울청사 후문 집회에서 경찰관에게 욕설한 모욕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권영국 변호사
권영국 변호사

대법원은 그러나 나머지 2012년 5월 19일과 2013년 2월 23일 서울역 광장 집회에서의 일반교통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유지했다.

대법원은 또 2013년 7월 24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집회 주최자 준수사항 위반으로 인한 집시법 위반, 질서유지선 효용침해로 인한 집시법 위반, 2013년 7월 25일 8월 21일 각 특수공무집행방해, 질서유지선 효용침해로 인한 집시법 위반 혐의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권영국 변호사의 혐의 중 2013년 7월과 8월 서울 중구 대한문 화단 앞에서 개최된 쌍용자동차 관련 집회에서 경찰이 노란색 플라스틱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대치하던 중 집회참가자들과 함께 경찰의 질서유지선을 임의로 치우고 화단 앞에 서 있는 경찰들을 밀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집회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가 개최한 것인데, 권영국 변호사는 민변 노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경찰의 질서유지선 설정 및 경찰관 배치의 적법성에 대해 1심과 원심(2심)은 경찰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권영국 변호사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자, 검사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집시법상 질서유지선의 정의 및 질서유지선의 침범 등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의 문언과 취지에 비춰 보면, 질서유지선의 띠, 방책, 차선 등과 같이 경계표지로 기능할 수 있는 물건 또는 도로교통법상 안전표지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경찰관들이 집회 또는 시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의 외곽이나 그 장소 안에서 줄지어 서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질서유지선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집시법에서 정한 질서유지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은 2013년 7월 24일과 25일 및 8월 21일 개최된 각 집회장소 내 화단 앞 질서유지선(플라스틱 구조물 등 물건의 배치를 통한 질서유지선)의 설정이 집시법상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각 집회장소 내 화단 앞 질서유지선이 집회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정해 설정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판결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원심은 “경찰관의 배치를 통해 설정된 질서유지선은 집시법상 질서유지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집회장소 내에 경찰관을 배치하지 않고도 화단 또는 문화재 등을 보호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 사정을 종합해 이 사건 집회장소 내 화단 앞 경찰관 배치가 집시법상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도 “원심판결을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경찰관들이 미리 집회장소인 화단 앞에 진입해 머물면서 그 일부를 점유한 것은 원심의 판단과 같이 집시법상 질서유지선의 설정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경찰관 배치는 집회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심은 “2013년 5월 이후 대한문 근처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 과정에서 화단에 진입하거나 화단 및 문화재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없었을 뿐만 이니라, 이 사건 집회참가자들이 위와 같은 시도를 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집회장소 내 화단 앞 질서유지선 설정 및 경찰관 배치가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이 이 사건 대한문 집회장소 내 화단 앞 질서유지선 설정 및 경찰관 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하다”며 “거기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집회에서 질서유지선 설정 및 경찰관 배치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와 함께 이와 연관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소사실 중 2013년 7월 24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2013년 7월 25일 및 8월 21일 각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원심은 공소사실 중 2013년 7월 24일과 25일 및 8월 21일 각 집회 주최자 준수의무 위반으로 인한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 피고인의 행위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사회적으로 상당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도 그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한편,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9형사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2015년 8월 20일 권영국 변호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원심)인 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재판장 이재영 부장판사)는 2016년 11월 8일 1심 판단에 대해 일부 판단을 달리했으나 벌금 300만원은 유지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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