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경찰장구 오남용 개선 권고 이후에도 유치장 안에서 사지를 뒤로 묶는 등 유사한 사례가 계속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경찰청장에게 조속한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유치장에서의 수갑과 포승 사용 요건과 방법에 관한 매뉴얼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할 것과 일선기관에 수갑과 포승의 오남용 사례를 즉시 전파하고, 전체 유치인보호관 대상으로 수갑과 포승 사용 요건과 방법에 대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라는 것이다.

진정인 A씨는 “2018년 6월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렸다는 이유로 OO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는데, 그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뒷수갑을 채우고 팔목과 발목을 포승줄로 묶었다. 이때 저항하던 진정인은 바닥에 나뒹굴면서 옆구리 부분을 다쳤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서측은 “경범죄처벌법 위반(쓰레기 투기)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진정인이 주취상태이고 인적사항도 밝히기 않아 유치장에 입감시켰는데, 진정인은 ‘담배꽁초 버렸다고 죄인 취급하느냐’고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하면서 입실을 거부해 밀어서 유치실에 입실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입실 후에도 진정인이 큰소리로 욕설해 경고를 했으나, 따르지 않아 다른 유치인들의 생활에 대한 침해와 자해가 우려돼 보호유치실로 이동시켰다”며 “이 과정에서 진정인이 거칠게 반항해 ‘피의자유치 및 호송규칙’에 따라 뒷수갑을 채웠다”고 밝혔다.

또 “보호유치실 입실 이후에도 진정인은 큰소리로 욕설을 하며 보호실 문을 발로 차는 등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았다”며 “만약 문을 발로 차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 부상을 입을 수 있고, 시설물 파손도 우려돼 비록 진정인이 경범죄로 입감됐지만 포승줄로 발을 묶는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해 진정인을 바닥에 눕혀 제압한 후 포승줄을 이용해 양다리와 양팔을 결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서측은 “이후, 진정인이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고 해 포승줄 결박 후 약 8분여 가량 지났을 때 포승을 해제했다”며 해명했다.

한편, 진정인은 조사과정에서 불법체류자로 확인돼 OO출입국외국인청으로 인계됐다.

인권위 조사결과, 허리 뒤로 수갑을 차고 있던 진정인이 유치실 출입문을 몇 차례 발길질하자, 유치인 보호관들이 진정인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양 발목에 포승줄을 감은 뒤 엉덩이 방향으로 포승줄을 잡아 당겨 진정인의 양 다리가 접힌 채 약 20분가량 결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위원장 최혜리)는 “양팔을 허리 뒤로 한 상태에서 포승줄을 발목에 감아 허리 부분으로 당겨서 양쪽 다리가 엉덩이 방향으로 접혀 있는 상태가 돼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방식은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자의적인 포승방법으로 경찰 장구의 사용 목적을 넘어서서 신체에 상당한 고통을 안겨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존엄에도 부합하지 않는 비인도적인 장구 사용방식”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다만, 경찰관들이 법령에 정하지 않은 변형된 방식 등으로 경찰장구를 사용했으나, 이는 포승의 사용방법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나 내부지침의 미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므로, 경찰관에게 개인적인 책임을 묻기 보다는 재발방지를 위한 관련 지침의 조속한 마련을 촉구하고 관련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5월 경찰청장에게 유치장 내 자의적인 방식의 경찰장구 사용에 대해 인권침해를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장구 사용과 관련한 실무매뉴얼의 마련과 유치인보호관 대상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경찰청에서는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만을 밝혔을 뿐, 현재까지 유치장에서 수갑과 포승의 사용 요건이나 방법에 관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유치인 보호관들도 하체승(다리를 묶는 포승법) 실시 요건이나 방법에 대해 달리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하는 등 일선 기관에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인권위는 파악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경찰 장구를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사용, 신체에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일이 없도록 시급한 권고 이행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이와 같은 포승 사용의 요건 및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부지침의 미비는 일선 기관의 혼란을 야기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잘못된 방법으로 수갑과 포승을 사용해 신체에 불필요한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혀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나타나는바, 경찰청으로 하여금 작년 인권위 권고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유사사례의 재발을 방지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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