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으로 활동하는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법원이 헌법에 규정돼 있지도 않은 ‘사법부 독립’을 내세우면서 법원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다가 터진 것인 이번 사법농단 사태라고 진단했다.

사법부 개혁은 사법부가 알아서 한다면서 국민이나 외부세력이 간섭하면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식으로 나섰지만, 사법부가 제대로 법원개혁을 했느냐고 따지면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사법행정개혁에 대한 의견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자리에서다.

헌법학자인 임지봉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저희 시민단체들이 법원개혁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고, 국회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법원개혁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해서 주장을 하고 전달하고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해서 일부 보수적인 분들은 굉장히 사시 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임 소장은 “(그분들은) 당신들이 뭔데, 사법부 독립을 보장받는 법원에 대해서 이렇게 개혁해야 된다. 저렇게 개혁해야 된다고 하느냐. 사법부 독립이라는 것이 헌법에 규정돼 있는데, 왜 시민사회단체들이 간섭을 하느냐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저는 헌법연구자이자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 사법권 독립에 관한 규정이 있다. 그런데 사법부 독립이 아니다. 법관의 독립에 대해 규정한 것”이라며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 그런데 제103조 법관 독립 조항은 그 자체가 우리가 헌법에서 중요시하는 금과옥조로 여겨야할 목적적인 조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지봉 소장은 “법관의 독립을 헌법이 보장해준 이유는 바로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의 원리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 국민으로부터 사법권이라는 권력을 위임 받은 법관들이 오직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 다른 행정부나 입법부 혹은 다른 법원 상층부로부터 간섭 받지 않고 오직 공정하게 독립해서 재판을 하라는 조항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임 소장은 “즉 헌법 제103조의 법관의 독립 조항은 사법부 독립 조항이 아니라 법관의 독립 조항이다. 법관의 독립은 헌법 제1조에 의해서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재판권을 사법부가 국민을 위해서 공정하게 행사하라고 규정해 놓은 수단적 조항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국민들은 또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사법권을 제대로 행사라고 법원개혁을 위해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것이고,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거기에 대해서 ‘사법부 독립을 흔든다’는 등 이런 식으로 폄훼하는 주장은 헌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말씀 드린다”고 반박했다.

좌측부터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 김지민 민변 사법위원장, 한상희 참여연대 실행위원,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좌측부터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 김지민 민변 사법위원장, 한상희 참여연대 실행위원,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임지봉 소장은 “저는 이제껏 법원이 바로 이 헌법의 ‘사법부 독립’ 있지도 않은 조항을 내세우면서 여러 가지 법원의 문제점들이 개혁되지 않고 고쳐지지 않고, 그것이 남아 있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 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임 소장은 “법원은 사법부 독립 미명 하에 항상 법원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비판 그리고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을 잠재워 왔다”며 “사법부 개혁은 사법부가 알아서 한다. 국민이라든지 다른 외부세력들은 간섭하면 ‘그것은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식으로 나섰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가. 사법부가 제대로 했는가. 사법부가 안 그래도 과거 전관예우라는 사법부의 특수한 고질적인 병폐죠. 그것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낮아 있었는데 이번에 결국은 국민들 (소송) 사건을 가지고 청와대 인사들을 만나고 그것을 위해서 사법부가 재판에 개입하고, 재판을 거래하려 하고 또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법관들 중에 대법원의 상고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법관들에 대해 사찰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각종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고 이런 일들이 터진 것”이라고 질타했다.

임지봉 소장은 “특히 공권력의 행사로부터 재판을 통해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사법부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이유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 이번 재판거래 행위다”라고 일갈했다.

임 소장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사법부가 공권력(청와대)을 자기 발로 찾아갔다. 청와대 인사들을 만났다. 그리고 일제강제징용자와 관련된 권리침해에 대해 구제를 해주기는커녕 그와 관련해서 청와대 인사들을 만나고 재상고된 (손해배상청구) 사건을 5~6년이 지나도록 재판을 안 하고 묵혀두고, 그 사이에 피해자 원고들은 하나둘 돌아가시고 이러한 그야말로 사법부 존재이유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들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제는 법원개혁은 꼭 필요한 것이다. 이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지봉 소장은 “왜냐하면 사법농단 사태 때문에 국민들이 법원개혁에 대한 관심과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민변과 참여연대는 국민의 입장에서 국회의 사법개혁특위에 특히 사법개혁을 위한 첫걸음으로써 사개특위가 꼭 반영하고 법안을 만들어 내야 할 세 가지를 이야기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변과 참여연대는 ‘사법행정개혁에 관한 의견서’에서 관료적 사법행정구조를 타파하고 사법행정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법행정위원회 설치’ㆍ‘법원행정처 탈판사화 명문화’ㆍ서열식 인사구조의 핵심인 ‘고등부장 제도 전면 폐지’ 등 3대 법원개혁 과제를 제안했다.

좌측부터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 김지민 민변 사법위원장, 한상희 참여연대 실행위원,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임지봉 소장은 “사법행정위원회가 대법원장의 들러리 기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권한을 가지고 사법행정에 있어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게 외부인원의 참여를 과반수 보장하는 그런 사법행정위원회를 법으로 조문화 해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임 소장은 “그리고 법원행정처의 판사들이 사법농단에 사실상의 주체였음을 우린 요새 많이 목도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서 판사들을 빼내라. 행정은 재판하는 판사들이 잘하는 게 아니라, 행정전문가들이 있다. 행정전문가들을 법원행정에 있어서 실무진으로 배치해야 된다는 조문을 만들어 달라”고 밝혔다.

임지봉 소장은 “그리고 고등부장(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 폐지. 과거 이용훈 대법원장도 정식으로 내걸고 추진했다. 그런데 법조문화가 안 돼 있다 보니까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것을 중단시켰다. 왜냐 고등부장제도야 말로 법관들을 대법원장만 바라보게 하는 아주 전형적인 대법원장의 권력장악의 도구다”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법원 판사들은 최초의 발탁인사가 이뤄지는 고등부장에 승진해야 법원장도 할 수 있고, 대법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등부장이 되고 안 되느냐는 법관들의 평생의 중요한 문제다”라면서 “그래서 이것 때문에 사실은 판사들이 초임 법관 때부터 고등부장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 상층부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들이 많이 있었다. 고등부장 폐지 이것을 법조문으로 조문화 해달라”고 촉구했다.

임지봉 소장은 그러면서 “이 세 가지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반드시 실천해 달라”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그리고 이 세 가지 이외에는 법원개혁 과제들이 없느냐. 많이 있다. 그런데 저희들이 우선순위를 둬야 하기에 세 가지를 추린 것”이라며 “그 외에 나중에 중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할 과제로 판사들의 대폭적인 증원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에게는 헌법이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 재판청구권이 기본권으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사법 분쟁은 많은데 판사 수는 전국에 3천명 정도 밖에 안 된다. 이 분들이 너무 많은 분쟁 사건들을 처리하다 보니까, 빨리 사건들 처리하기에 바빠서 소송당사자인 국민의 의견을 청취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그 과중한 재판업무 때문에 판사들 기록을 보며 재판 준비하다가 젊은 분들이 돌아가신다. 이건 뭔가 잘못된 거다. 판사 수의 대폭적인 증원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임지봉 소장은 “그리고 법관들은 고등부장이 되기 전까지 2년에 한 번씩 근무지를 옮기게 돼 있다. 이건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판사가 임지를 옮기기 전에 맡은 사건의 판결을 안 내리고 끌다가 다른 판사가 와서 재판을 하게 된다. 새 판사가 오면 기록을 다시 읽고 재판을 하다 보니까 신속한 재판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점들도 앞으로 중장기적인 법원개혁 과제로 계속해서 요구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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