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사법농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자 “피의자 양승태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법원을 욕되게 하지 말라. 여기는 당신의 죗값을 심판해야 될 법원이다. 죗값을 달게 받으라”고 호통을 쳤다.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 출두에 앞서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지자,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간부들에게 이날 소집령을 발령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청사 진입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였다.

대법원 정문 안쪽에서 양승태 구속을 외치는 법원본부 간부들

법원본부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11일 오전 9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가 있기 전에 이미 대법원 청사 정문 안팎에 집결했다. 간부들은 “사법적폐 청산, 양승태 구속! 적폐법관 OUT!”라는 문구가 적힌 인쇄물을 들고 나왔다.

법원본부 간부들은 특히 “양승태 구속!”이라는 플래카드와 “피의자 양승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대법원 정문 옥상과 대법원 담벼락에 올라가 주목을 받았다.

대법원 정문 안쪽에서 “근무하기 부끄럽다. 사법적폐 청산하고 양승태를 구속하라!”는 팻말을 들고 마이크를 잡은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양승태는 더 이상 법원을 욕되게 하지 말고,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 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그리고 죗값을 달게 받으라”라며 “그것이 법원을 위한 마지막 길이다”라고 질타했다.

조 본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승태가) 대법원 앞에서 입장 발표를 한다고 한다. (양승태는) 이것을 통해서 뭘 얻고자 하는가. 법원에 심어 놓았던 자기 라인의 법관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인가? 영장심사를 담당할 판사들에게 ‘나 전직 대법원장이었다’고 전관예우를 바라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아니면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을 모욕주기 위해서 이러는 것인가”라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추궁했다.

조 본부장은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심히 부당하고, 온당하지 못한 처사다. 지금 당장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본인의 입장을 발표하라”고 외쳤다.

그는 “(양승태는) 더 이상 법원을, 사법부를 욕되게 하지 말라”며 “오늘 기자회견은 재판개입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대법원 앞에서의 기자회견은 온당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 (양승태는) 기자회견을 그만 두고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라. 그리고 자신의 죗값을 달게 받도록 수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조 본부장은 “우리 법원구성원들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들은 이 상황을 결코 용납하지 못한다. 기자회견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 것이다. 우리의 투쟁으로 당신의 기자회견을 반드시 막고야 말겠다”며 투쟁을 선언했다.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

이에 이날 집회 진행을 맡은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은 “피의자 양승태는 검찰로 가라”고 선창했다.

이날 9시경 대법원 정문에 그랜저 승용차가 도착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변호인인 최정숙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와 함께 정문 앞에 나와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때 정문 안쪽에서는 조석제 법원본부장이 확성기를 통해 “피의자 양승태에게 경고한다. 지금 여기는 대법원이다. 당신의 죗값을 심판해야 될 법원이다”라고 목청 높여 주지시켰다.

또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입장을 발표하는 동안 대법원 정문 청사 안팎에서는 법원본부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집결해 현수막을 펼치고 피켓을 들고 연신 “양승태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각종 소리가 뒤엉킨 가운데서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전직 대법원장이 아니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할 피의자 신분이다. 그런 사람이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건 온당치 않다”며 “무엇을 노리고 기자회견을 하느냐. 지금 당장 기자회견을 멈추고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석제 본부장은 “이제 더 이상 법원을 욕되게 하지 말라”며 “사법농단으로 사법부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우리 사법부 구성원들이,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이제는 사법농단을 인정하고 죗값을 받아라”고 질타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청사 진입을 원천봉쇄한 법원본부 간부들과 조합원들

조 본부장은 거듭 “피의자 양승태에게 경고한다. 여기는 더 이상 당신이 근무하던 대법원이 아니다. 당신의 죗값을 심판해야 될 법원이다. 그런 사람이 검찰조사 당일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용납될 수 없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법원에 애정이 남아 있다면,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기자회견을 중단하고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라”며 “이것이 무너진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을 위한 법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다”라고 지적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양승태는)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라. 자신의 잘못을 국민들에게 사죄하라. 그것만이 사법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정문을 지키는 법원본부 간부들과 조합원들
대법원 정문을 지키는 법원본부 간부들과 조합원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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