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김명수 대법원장은 4일 조재연 대법관을 “24년간 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법원 내부에 한정된 시각이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사법개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적임자”라며 오는 11일자로 법원행정처장에 임명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1956년 강원 동해 출신으로 1974년 덕수상고를 나와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가 1980년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그해 6월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12기를 수료했다.

1982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서울형사지법 판사,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판사,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재직하다가 1993년 의원면직했다.

이후 변호사로 개업해 대한변호사협회 장애인법률지원변호사, 경찰청 경찰수사정책위원회 위원, 언론중재위원회 감사 등으로 활동했다. 2017년 7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사진=대법원
사진=대법원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에 대해 대법원은 “1982년부터 1993년까지 11년간 법관으로 재직하고, 1993년부터 2017년까지 24년 간 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법률가로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 풍부한 실무경험과 능력을 구비했으며, 균형 있는 시각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보호와 인권의 신장, 민주적 시장경제질서의 확립 등 우리 사회의 헌법적 가치 수호에 이바지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밝힌 법관 재직 시의 주요 판결을 보면 1985년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저항의식이 담긴 소위 ‘민중달력’을 제작ㆍ배포한 피의자들에 대해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행위를 혐의로 압수ㆍ수색영장이 청구된 사건에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해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유력한 사회과학 출판사의 하나인 일월서각이 12대 국회의 첫 번째 회기 종료 후 야당 의원 13명의 국회발언 속기록을 ‘민주정치1’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것에 대해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하여금 압수ㆍ수색영장을 발부받게 하고 경찰이 출판사 대표를 조사한 뒤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심에 회부한 사건에서 ‘국회의원의 발언을 수록ㆍ편집한 것만 가지고는 유언비어 유포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1987년 동해에서 어로작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한 어부에 대한 간첩 혐의 사건의 주심판사를 맡아 증거관계를 면밀히 살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법원을 나와 변호사 활동 시의 주요 업무를 보면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자문위원, 2013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제심사위원, 미래창조과학부 고문변호사, 2014년 경찰청 수사정책자문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2015년 언론중재위원회 감사, 2016년 방송통신위원회 제9기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 위원 등으로 재직했다.

2017년 서울시 법률고문, 금융감독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공직 유관 분야에서 다양하고 폭넓게 사회에 기여해 왔다.

법조 직역 내부적으로도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애인법률지원변호사단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한편 같은 변협의 사법평가위원으로서 법률문화상 수상자 선정 등 공익적 활동에 참여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들의 전문분야별 교육 강화 방안으로 시행한 ‘전공별 커뮤니티’의 위원장으로서 변호사들의 전문지식 함양에도 기여했다고 대법원은 전했다.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사진=대법원)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사진=대법원)

대법관 재직 시의 주요 판결을 보면 ‘군대 내 불온서적 차단’ 지시에 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들의 법령준수의무, 군무 외 집단행위 금지 위반,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봐 이들에 대한 징계처분 및 전역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위 지시에서 ‘군대 내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서적의 출판사 또는 저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일괄

적으로 모두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위 판결들은 정신적 자유의 핵심인 학문과 사상의 자유, 그 기초가 되는 ‘책 읽을 자유’, 재판청구권을 정당하게 행사할 자유 등을 폭넓게 보호한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또 지난해 7월 12일 판결(2014도3923)에서 대학교 시간강사가 ‘현대 대중문화의 이해’ 과목의 강의시간에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강의 보조자료로 복사, 배부해 활용한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심판결을 무죄 취지로 파기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학문의 자유의 근간으로서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적 과정이라 할 수 있는 ‘교수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했다는 데에 취지가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판결(2015다45420)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미쓰비씨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지난해 11월 20일 판결(2016두35229)에서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시행자에게 주민편익시설 설치비용까지 부담시킨 조례에 대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봐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법령 규정을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시행자(국민)에게 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새로운 비용부담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고 본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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