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김상환 신임 대법관은 28일 “우리 사법부는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한 나머지 국민의 사랑과 믿음을 잃고 있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농단 사태를 짚으며 “우리 스스로가 감당해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환 대법관(사진=대법원)
김상환 대법관(사진=대법원)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김상환 대법관은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본관 2층 중앙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다.

28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사진 촬영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환 대법관(우) / 사진=청와대
28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사진 촬영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환 대법관(우) / 사진=청와대

김상환 대법관은 “저는 우리 헌법이 담고 있는 귀중한 의미와 가치가 대법원 판결에 온전히 녹아들어 우리 사회의 굳건한 생활 규범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우리가 의지해온 법리가 오랜 관성이나 타성에 근거한 것은 아닌지 헌법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소수의 목소리가 미약하다고 하여 그 안에 잠재돼 있는 힘을 가볍게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무엇보다 저는 재판기록에 나타난 국민들의 고통과 애환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살피고, 판결에 켜켜이 쌓여있는 동료 법관들의 고뇌에 진지한 마음으로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밝혔다.

김상환 대법관은 특히 “우리 사법부는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한 나머지 국민의 사랑과 믿음을 잃고 있다. 사법부의 구성원들에게도 국민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라면서 “하지만, 이는 다른 이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감당해내야 할 일”이라고 짚었다.

김 대법관은 “지금으로서는 언제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굳건한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지만 꼭 이루어내야 하기에, 우리 법원의 모든 동료들을 믿고 그들과 함께 사법의 든든함을 회복하기 위한 길에 기꺼이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상환 대법관(사진=대법원)
김상환 대법관(사진=대법원)

< 다음은 김상환 대법관의 취임사 전문 >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가족 여러분!

25년 전 처음 법복을 입고 재판에 임하였던 그날의 벅참과 떨림이 아직도 생생한데, 저는 오늘 대법관이라는 무거운 소임을 맡아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따뜻하고 지혜로운 가르침으로 법관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늘 일깨워 주셨던 선배와 동료 법관들, 저에게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법원 가족 여러분에게 먼저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10월 예기치 못한 부름을 받고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는 대법관으로서의 책임과 사명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성찰하여 왔습니다.

저는 우리 헌법이 담고 있는 귀중한 의미와 가치가 대법원 판결에 온전히 녹아들어 우리 사회의 굳건한 생활 규범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 의지해온 법리가 오랜 관성이나 타성에 근거한 것은 아닌지 헌법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소수의 목소리가 미약하다고 하여 그 안에 잠재되어 있는 힘을 가볍게 보지 않겠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재판기록에 나타난 국민들의 고통과 애환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살피고, 판결에 켜켜이 쌓여있는 동료 법관들의 고뇌에 진지한 마음으로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법이 추구하는 보편적이고 공정한 가치와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들 마음속에 사법부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되살아나도록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사법부는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한 나머지 국민의 사랑과 믿음을 잃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구성원들에게도 우리 국민들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이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감당해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언제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굳건한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지만 꼭 이루어내야 하기에, 우리 법원의 모든 동료들을 믿고 그들과 함께 사법의 든든함을 회복하기 위한 길에 기꺼이 나서겠습니다.

추운 날씨와 연말의 바쁘신 일정에도 저를 위해 귀한 발걸음을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정의롭고 공평, 타당한 재판을 위하여 맡은 업무에 전념하고 계신 법원 가족 여러분께도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사랑이 늘 함께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8. 12. 28.

대법관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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