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대미문의 사법농단, 헌법 파괴적 행위로 국가와 정의의 위기를 초래했음에도 침묵하는 법률가들이 많다”며 “이 나라의 모든 법률가는 사법농단을 규탄하고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운 교수는 23일 페이스북에 ‘법률가의 최소한의 양심, 사법농단에 분노해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다.

박찬운 교수

박 교수는 “나는 능력도 딸리고 실수도 적잖게 한다.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훈계조의 말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면서도 “그럼에도 2018년을 보내면서 한 부류의 사람들에겐 한마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법률가들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나 역시 오랫동안 법률가라는 직업을 갖고 그것을 통해 먹고 살아왔고 여기까지 왔다. 그 직업은 내겐 자랑이었고 긍지였다. 내가 누구보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강하다면 그것은 그 직업과 관련이 있다”며 “그런 내가 사람들에게 낯을 들 수 없다, 법률가란 직업 때문이다. 그런 내가 자괴감이 든다, 법률가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찬운 교수는 “사법농단 사태는 그 사건 자체의 심각성 이상으로 이 사회에서 법률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케 하는 문제다. 도대체 법률가란 무엇인가? 법률가는 무엇을 위해 이 땅에서 사는 사람들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법률가는 자고로 뭔가를 생산하는 집단이 아니다. 그들은 생산자에 기생하는 집단이다. 기생이 항구성을 갖기 위해선 숙주에 이익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기생집단은 기생충집단이 되어 언젠가 구충제에 의해 제거될 운명에 처해질 것”이라고 봤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전대미문의 사법농단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침묵하는 법률가들이 많다”며 “헌법 파괴적 행위로 국가와 정의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하는데도 분노는커녕 관심조차 표명하지 않는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이어 “전국의 변호사와 판ㆍ검사, 그리고 법학 교수들은 어디로 갔는가.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분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물론 상당수의 법률가들이 이런 저런 방법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지만 그 소리는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침묵의 벽을 넘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거리행진에서 외치는 박찬운 교수
거리행진에서 외치는 박찬운 교수(왼쪽에서 두번째)

박찬운 교수는 “배운 대로 살라고 도덕책 한 줄을 소리 높여 읽는 게 아니다. 내가 그렇게 살았으니 너도 그렇게 살라고 꼰대스런 말을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면서 “그래도 이것은 아니다. 대법원이란 최고법원에서 대법관과 고위법관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바람을 뭉개버리고 재판을 개판으로 만들었는데도 그 관련자를 처벌할 수도, 탄핵할 수도 없는 현실...이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적어도 이 문제를 이렇게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며 “법률가들이 침묵을 깨고 일어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종언을 고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박찬운 교수는 “세상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분명 있다. 적어도 내 법률가 사전엔 사법농단에 분노하지 않고 침묵하는 사람을 법률가라고 칭하지 않는다”면서 “이 나라의 모든 법률가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사법농단을 규탄하고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법률가를 먹여 살리는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의 이 같은 글은 24일 오전 10시 현재 116회 공유될 정도로 누리꾼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박찬운 교수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박찬운 교수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박찬운 교수는 지난 9월 17일 전국 21개 로스쿨 교수 74명과 39개 법과대학(법학과) 교수 62명 등 136명이 참여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전국 법학교수 성명’의 발표를 이끌어냈다.

교수들은 “재판거래와 사법농단에 관여한 전ㆍ현직 대법관들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고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라!”, “국회는 이 사태에 대해 즉각적으로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특별재판부설치를 위한 관련법 제정을 서두를 것이며, 사법농단에 관여한 현직 대법관과 법관에 대한 탄핵절차에 돌입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앞서 지난 6월 11일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이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앞에서 개최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요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전국변호사 시국선언’에 참여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수는 “(양승태) 대법원장을 필두로 법원행정처 소위 엘리트 판사라는 자들이 사법부를 통째로 권부에 헌납하고 말았다”며 “이것은 명백한 헌법유린으로 국헌문란행위다”라고 규정했다.

박 교수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정의실현을 위한 최후의 보루가 사법부라고 볼 때, 이것은 단순한 사법의 위기가 아니라 정의의 위기다”라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의 전 구성원들은 사법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며 5가지를 제시했다

박찬운(56) 교수는 스물두 살 때인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소위 ‘소년급제’하며 법률가가 됐다.

박 교수는 20대 후반과 30대 대부분을 변호사로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과 난민법률지원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섭외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특히 시국사건 연루 양심범, 수용자 그리고 사형수의 인권을 위해 변호하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40대 중반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으로서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인정 등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표적 인권정채 권고에서 실무책임을 맡았다.

박 교수는 2006년부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또한 대한변협 사랑샘재단 이사, 인권정책연구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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