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제도가 도입된 이후 로스쿨별 합격률이 최초로 공개됐다.

공개 결과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간의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 격차가 벌어지며, 로스쿨별 편차가 심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법무부(장관 박상기)는 전국 25개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공개한 내용은 로스쿨 제도 시행에 맞춘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부터 2018년 제7회 변호사시험까지 7년간의 각 학교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이다.

이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변호사시험 학교별 합격률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1심 판결에 이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도 지난 3월 “정보공개대상에 해당한다”며 변협에 승소 판결을 내린데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로스쿨 학교 간의 과다경쟁으로 인한 교육 부실화 방지 및 서열화 우려 등을 고려해 학교별 합격률을 비공개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공개의 필요성을 고려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서울고법 판결이 확정됐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따른 공개 대상정보는 “제6회 변호사시험 학교별 응시자, 합격자, 합격률”이나, 법무부는 판결의 취지를 고려해 “제1∼7회 변호사시험의 학교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을 모두를 공개했다.

로스쿨 졸업 후 치르는 변호사시험이 2012년 처음 시행된 이후 7년째로 접어들면서 합격률은 계속 낮아지고, 로스쿨별 합격률 편차는 심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 현황을 보면, 전국 25개 로스쿨 대학 출신 3240명이 응시해 1599명이 합격해, 49.35%의 합격률로 나타났다.

7회 변시 합격률은 서울대가 78.65%, 연세대가 73.38%, 고려대가 71.97%로 선두 그룹을 형성하며 3개 대학만이 합격률 70%를 넘었다. 이는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소위 ‘SKY’(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로스쿨 졸업자 10명 중 7∼8명이 합격해 법조인 자격을 취득했다는 얘기다.

이어 아주대 68.12%, 성균관대 67.11%, 중앙대 61.84% 등 3곳만이 60% 이상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또 한국외대 56.25, 서강대 56.25%, 이화여대 55.17%, 경희대 53.33%, 인하대 52.78%, 한양대 52.21%, 건국대 50.67% 등 7개 대학이 합격률 50%를 갓 넘었다. 이들 대학은 2명이 응시하면 1명이 합격한 셈이다.

이밖에 서울시립대 45.33%, 전남대 44.81%, 경북대 44.08%, 강원대 43.02%, 부산대 41.74%, 충남대 41.15% 등 6개 대학의 합격률은 40%대였다.

특히 충북대 31.62%, 동아대 30.18%, 제주대 28.41%, 전북대 27.43%, 원광대 24.63% 등 5개 대학의 합격률은 극히 저조했다. 합격자보다 오히려 불합격자 수가 많은 이들 학교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이번 제7회 변호사시험을 본 10명 중 7∼8명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것이 된다.

법무부는 “2018년 제7회 변호사시험에 처음 응시 가능했던 기수는 로스쿨 7기이고, 석사학위 취득자라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인원이 있을 수 있으며, 석사학위 추가 취득 또는 석사학위 취득 후 군입대 등의 사유로 변호사시험 응시기간이 연장될 수 있는 등 누적 인원은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2년 제1회부터 2018년 제7회까지 변호사시험의 누적 합격률은 83.1%로 나타났다. 로스쿨을 졸업해 석사학위를 취득한 1만 3097명 중 1만 884명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5회까지 응시 가능하기 때문에, 매년 치러지는 시험의 합격률보다는 누적합격률의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으나, 누적합격률은 누적 통계이기 때문에 높다는 얘기다.

누적합격률이 가장 높은 로스쿨은 연세대가 94.02%로 서울대 93.53%를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고려대가 92.39%, 아주대 91.90%, 성균관대 90.43% 등도 90%가 넘는 높은 합격률을 기록했다.

또 경희대 87.94%, 인하대 87.54%, 한양대 87.27%, 서강대 87.22%, 이화여대 87.18%, 중앙대 87.09%, 영남대 86.71%, 한국외대 86.32%, 서울시립대 84.80%, 건국대가 81.61%로 80%대의 누적합격률을 보였다.

이밖에 전남대 79.80%, 경북대 77.55%, 부산대 77.26%, 강원대 75.68%, 충남대 75.69% 충북대 72.87%의 누적 합격률로 집계됐다.

최하위권은 전북대 69.62%, 제주대 67.78%, 동아대 67.82%, 원광대 62.60%로 전국 25대 로스쿨 가운데 60%대의 낮은 누적합격률로 체면을 구겼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쳐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5년 내 5회 변호사시험 응시가 가능하므로, 석사학위 취득자 대비 누적합격률은 실제로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확률을 추정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통계자료”라고 설명했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무제한 응시로 인한 국가인력의 낭비, 응시인원 누적으로 인한 시험 합격률의 저하를 방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적인 교육효과 소멸 등을 고려해 변호사시험 응시가능 기간 및 횟수를 석사학위 취득일로부터 5년 5회로 제한하고 있다.

■ “법무부의 로스쿨별 합격률 공개를 환영한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22일 “변협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소송이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변협 승소로 확정된 결과,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초로 로스쿨별 합격률이 공개됐다”며 “로스쿨별 합격률 공개는 교육 소비자들에게는 선택권을 부여하고, 로스쿨에게는 보다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한 노력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되며 국민들에게는 로스쿨 평가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협은 “공개된 합격률은 응시자 대비 합격자 수 비율로, 전국 25개 로스쿨의 제1회~제7회 변호사 시험 평균 누적 합격률은 83.1%로 확인됐다. 7회 시험 동안 누적합격률이 가장 높은 로스쿨은 94.02%인 반면, 가장 낮은 로스쿨은 62.6%를 기록했다. 최근 3개년 간 치러진 5, 6, 7회 변호사시험에서는 합격률이 가장 높은 로스쿨이 86.12%, 79.31%, 73.38%이지만, 가장 낮은 로스쿨은 26.87%, 28.77%, 27.43%로 합격률 편차가 점차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법조인 양성을 위해서는 균등한 교육의 질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발표된 합격률에 따르면, 로스쿨 간의 학력 수준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다”며 “우선 하위 로스쿨은 학력 수준을 높이는데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고, 장기적으로 전국적으로 난립해 있는 25개 로스쿨을 통폐합해서 균등한 교육 제공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협은 “일본 서열 7위 메이지대 로스쿨은 정원을 120명에서 40명으로 감축하면서 로스쿨 교육을 보다 충실히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우리나라 로스쿨도 수험생 수만 늘리기보다는 결원보충제 폐지, 입학정원 축소를 통해 불합격자 양산을 막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은 “이번 로스쿨별 합격률 공개가 로스쿨 통폐합 논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우수한 법조 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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