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경찰청장에게 경찰의 자의적인 내사활동에 따른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법률에 경찰내사에 관련한 근거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법률 제정 전까지는 현행 ‘경찰내사처리규칙’을 위반한 부당한 내사 관련 피내사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관리ㆍ감독에 만전을 꾀할 것과 내사를 6개월 이상 장기화하는 경우 규칙 요건 강화하고, 직원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재야민주화 운동가인 윤OO씨는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이유로 2011년부터 내사를 진행하다, 2014년에는 인터넷 블로그, 카페, 이메일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검증을 실시해 혐의점을 찾지 못했으나 종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후에도 주변 친인척 등으로 내사를 은밀히 장기간 지속 확대해 왔다. 이 사실을 2017년 4월에서야 뒤늦게 알게 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형사소송법 등에 근거해 사법경찰관리의 범죄수사 권한에 따라 진정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게시물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3년 2월 내사를 착수했고, 2014년 4월 이메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이후 구체적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2017년 4월 내사를 종결하고, 영장집행 및 내사종결 사실을 직접 진정인에게 통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업무관행에 따라 내사를 장기간 수행해 비록 일부 내사규칙 위반이 있었고, 사건이 방치된 사정은 있으나, 내사 및 영장집행을 통해 합법적으로 수행했으며, 적법절차를 위반한 미행, 감시 등 내사행위를 한 사실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침해구제1위원회(위원장 최혜리)는 “비록 경찰이 임의수사방법으로 또는 영장을 발부받아 진정인 등에 대한 내사를 수행했고, 법령의 규정이 아니라 내부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지만, 경찰의 내사행위는 헌법 제10조 및 제17조에서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 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보안사건의 성격상 혐의확증을 위해서는 장기간의 내사활동이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경찰 스스로가 ‘경찰내사처리규칙’ 규정을 위반했음을 자인하는 주장으로서 이 사건 내사활동 장기화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은 진정인 등의 혐의사실에 대해 특별히 은밀성과 긴밀성, 그리고 중요성이 있다고 봐 일명 ‘보안공작사업’으로 승인을 받아 내사를 시작했음에도 이후 1년8개월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방치하고, 진정인 외 3명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외견상 아무런 내사 근거를 남기지 않고 자의적으로 개인정보를 취급하고 관리했다”며 “국가 보안수사기관에 특별히 적용되는 내부지침의 적법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경찰의 모든 내사활동에 규율되는 경찰내사처리규칙상의 제반 규정을 위반했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찰 내사행위가 비록 임의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현행 법률상 명확한 근거규정 없이 ‘경찰내사처리규칙’에 의해 규율되는데 이것이 내부지침에 지나지 않아 투명성 및 책임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더욱이 압수ㆍ수색ㆍ검증 등 대물적 강제처분 등에 나아갈 경우 기본권 제한의 헌법상의 원칙인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와 같은 한계 내에서 경찰은 경찰내사처리규칙을 둬 통제하고 있으나 첩보 등에 의한 경찰내사 건수가 2017년 한해만 해도 74만 건에 이르는 등 국민 일반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어, 일탈ㆍ남용이 있는 경우 사후적인 행정상의 통제만으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364회 정기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시 경찰청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경찰의 내사사건은 2011년 171만 건에서 점점 늘어 2016년 200만 건을 기록했다가 2017년 177만 건에 달했다. 2017년의 경우 내사의 단서는 신고가 102만 건으로 가장 많았고, 진정, 첩보, 신문기사 등 신고 없이 내사에 착수한 경우도 74만 건으로 전체 42%를 차지하고 있다.

인권위는 “법률의 위임은 없으나 해당 내사 지침이 국민의 인권과 내사절차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관련 경찰공무원이 이러한 관련 내사규정의 위반에 따른 위법의 인식이 미약하고, 피해자 또한 내사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한 자신의 권리침해 여부를 주장하거나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경찰의 내사 개시 및 절차의 진행은 관행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관행을 방치할 경우 자의적인 내사 개시 및 장기화로 인한 인권침해가 계속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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