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의 수습방안으로 ‘사법행정제도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의견’을 발표하고, 법원행정처를 통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전달했다. 소위 법원개혁 방안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그런데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는 연일 법원행정처를 강하게 비판하며 “법원행정처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쳐 쓸 수 없는 조직이니 빨리 폐지해야 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박판규 변호사는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37기를 수료하고 판사로 임관해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수원지방법원에서 근무했다.

왼쪽 맨앞이 박판규 변호사
왼쪽 맨앞이 박판규 변호사

15일 박판규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법원행정처의 머릿속이 궁금하다”는 글을 올렸다.

박 변호사는 “사법발전위원회 후속추진단은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며 총괄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이를 수정해 사법행정회의에 ‘중요한’ 사법행정사무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부여하며 이를 개혁안이라고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행정회의가 한다는 그 ‘중요한’ 사법행정사무가 무엇인지 살펴보자”며 다음과 같이 짚었다.

1. 대법원규칙의 제ㆍ개정안 성안 및 제출, 대법원예규의 제ㆍ개정

2. 예산요구서, 예비금 지출안과 결산보고서의 검토

3. 법원조직법 제9조제3항에 따라 대법원장이 국회에 제출하는 의견의 승인

4. 판사의 보직에 관한 기본원칙 승인 및 인사안 확정. 다만, 법관이 아닌 위원은 판사의 보직에 관한 인사안 확정에는 참여하지 아니함

5. 사법행정에 관한 중요한 사항으로서 대법원장 또는 위원 3분의 1 이상이 부의하는 사항

박판규 변호사는 “이 안건들이 정말 ‘중요한’ 사법행정사무일까? 질문을 바꿔 이 사무를 사법행정회의에 맡기면 이번 사법농단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전혀 아니다”고 일축했다.

박 변호사는 또 “현행 헌법과 법률에는 대법관회의라는 게 있다”며 “대법관회의 권한은 다음과 같다”고 열거했다.

①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 및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의 소송에 관한 절차, 기타의 대법원규칙에 관한 사항(헌법 제108조)

② 판례의 수집ㆍ간행에 관한 사항

③ 예산요구ㆍ예비비지출과 결산에 관한 사항

④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으로서 대법원장이 부의한 사항

⑤ 기타 법령에 의하여 대법관회의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 등을 의결한다(법원조직법 제17조)

박판규 변호사는 “사법행정회의가 하게 되는 ‘중요’ 사법행정사무와 현행 대법관회의의 권한을 보면 거의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법농단 사건에서 대법관회의는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떠올려 보면, 이번 대법원 개정안이 담고 있는 사법행정회의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금방 추측해볼 수 있다”며 “그냥 허수아비 기구 하나 더 있는 셈이다”라고 혹평했다.

박 변호사는 “이 정도의 개정안을 개혁안이라고 제출하는 법원행정처의 ‘패기’에 대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개정안에 담긴 법원행정처의 생각은 ‘아무 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 아주 격렬하게’이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판규 변호사가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박판규 변호사가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앞서 지난 13일 박판규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대법원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의미’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대법원이 법원개혁에 관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내놨다”며 “그동안 사법발전위원회 후속추진단의 개정안을 뭉개고, 내부 의견을 듣는다며 시간을 끌더니, 결국 추진단의 개정안을 폐기하고 자체 개정안을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후속추진단의 개정안은 다수의견과 1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그 차이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되, 폐지되는 법원행정처 대신 신설되는 사무처를 사법행정회의의 소속으로 둘 것이냐, 아니면 대법원장의 지휘 하에 둘 것이냐 였다. 비유하면 뇌와 몸을 하나에 맡길 것이냐 아니면 뇌와 몸을 분리할 것이냐 였다”고 설명했다.

박판규 변호사는 “그런데 이번 대법원 개정안은 후속추진단의 개정안보다 훨씬 퇴행한 것이다. 사법행정회의를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지위가 아닌 중요안건만을 의결하는 기구로 낮췄다”며 “비유하면 뇌가 아니라 그냥 보조기억장치로 쓰겠다는 정도로 보면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변호사는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사무처에 현직판사들이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조항을 일부러 삭제한 것이다(추진단의 개정조항을 일부러 삭제하고 현행 유지). 사무처에 현직판사들을 계속 관료로 근무시키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법농단이 얼마나 심각한 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판규 변호사는 “이제 대법원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냈으니 법원행정처 관료들은 국회와 법무부를 상대로 열심히 법안 원안 통과와 수정안 저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참으로 악순환이다”라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쳐 쓸 수 없는 조직이니 빨리 폐지해야 된다”는 말을 남겼다.

박판규 변호사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박판규 변호사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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