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7일 고영한ㆍ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 “법원은 진정 ‘임종헌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인가”라며 “사법농단 진상 규명을 바라는 국민의 외침을 외면한 법원의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국회는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담보할 수 있는 특별재판부 설치 및 관여 법관 탄핵 소추에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는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각각 맡았다.

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중 피의자의 관여정도 및 소명 정도, 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현 단계에서 구속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민변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TF(단장 천낙붕)는 이날 논평을 통해 “과연 법원이 사법농단 사태 해결에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변은 “검찰은 지난 몇 달 간의 수사를 통해 확보된 구체적 증거와 현직 법관들의 진술을 통해 두 전 대법관이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작성ㆍ실행을 지시하고 구체적인 재판거래ㆍ재판개입 행위를 했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수면 위로 드러난 두 피의자의 행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박병대 전 대법관의 경우, 총리공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만나 일제 강제동원 소송의 진행 과정을 직접 논의하고 헌법재판소 문건을 유출해 피고 대리를 맡고 있던 김앤장에 전달할 것을 직접 지시했음이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에서는 특정 법관에게 사건을 배당하기 위해 항소심 사건 접수 전 사건번호를 조작할 것을 법원 고위 간부에게 지시하고, ‘윗선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 재판거래ㆍ재판개입 행위를 한 혐의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고영한 전 대법관의 경우, 문OO 전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은폐를 위해 일선 형사재판에 직접 개입한 사실 및 매립지 관할권 소송 선고를 대법원이 헌법재판소보다 빨리 해야 한다는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해당 재판부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하도록 한 사실에 대해서 스스로 시인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토록 중대한 범죄 혐의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고 이는 다수의 관련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임에도, 법원은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며 “특히 법원은 광범위한 증거가 수집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사법농단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불구속 상태에 있다는 점, 두 전 대법관이 구속되지 아니할 경우 진술이 오염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번 두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추가적인 증거인멸을 사실상 방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우려했다.

민변은 “나아가 통상의 구속영장청구 사건은 물론이고 임종헌에 대한 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결정과 비교해 보더라도, 금번 두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법원이 ‘헌정 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관 구속’이 미칠 내부 파장을 고려해 또 한 번의 ‘제 식구 감싸기’식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공범이자 두 전 대법관의 하급자였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했음에도, 일련의 행위들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두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며 “임종헌의 구속기소를 기점으로 법원이 ‘꼬리 자르기’를 하려 한다는 의심이 현실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아무런 근거 없는 기우라고 할 수 없는 이유”라고 짚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영장실질심사를 끝내고 나오며 ‘법원은 국민이 희망을 얻고 위로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며 대법관은 바로 그런 권위의 상징이다. 전직 대법관이 구속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믿음과 희망이 꺾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라는 말을 언론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변은 “과연 오늘의 법원은 ‘국민이 희망을 얻고 위로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행위로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은 누구인가. 사법농단 사태로 ‘상처’를 입은 국민에게 남아있던 ‘믿음과 희망’을 다시 한 번 꺾은 법원에, 과연 그 진상을 명명백백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려는 의지가 남아있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오늘 법원의 결정은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 및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 소추에 앞장서야 하는 국회의 책임을 더욱 무겁게 한다”며 “국회가 입법권과 탄핵소추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일 뿐만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 국회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담보할 수 있는 특별재판부 설치 및 관여 법관 탄핵 소추에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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