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청탁금지법 시행과 새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의 청렴수준이 높아지고, 행정서비스와 관련한 국민의 부패경험도 같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가 5일 발표한 612개 공공기관의 올해 청렴도 측정 결과에 따르면 종합청렴도 평균 점수가 전년 대비 0.18점 상승한 8.12점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외부청렴도, 내부청렴도, 정책고객평가 영역의 점수가 모두 상승했다. 특히 외부인이 평가하는 외부청렴도와 정책고객평가 점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행정서비스를 경험한 국민이 평가하는 외부청렴도 평균 점수는 8.35점으로 전년 대비 0.22점 상승했고, 내부직원이 평가하는 내부청렴도는 0.06점 상승한 7.72점, 전문가ㆍ업무관계자 등이 평가하는 정책고객평가는 0.32점 상승한 7.61점으로 각각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들의 부패경험률도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외부평가 설문에 응답한 국민 중 0.7%(1020명)가 공공기관 행정서비스를 받으면서 금품ㆍ향응ㆍ편의를 제공하거나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 대비 0.3%p 낮아진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공공기관 직원들 중 인사업무 관련 부패를 경험한 응답자는 0.5%로 전년 대비 0.1%p 높아진 반면, 예산집행과 업무지시 관련 부패 경험자는 각각 5.1%와 5.7%로 전년 대비 3.4%p, 3.0%p 낮아졌다.

전문가ㆍ업무관계자 등 정책고객 중 부패경험 응답자 비율도 전년 대비 0.7%p 낮은 2.1%다.

특히, 올해는 응답자의 응답부담을 완화하고 부패경험 측정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청렴도의 부패경험과 내부청렴도의 인사업무 부패경험 설문의 측정범위를 확대했는데도 부패경험률이 낮아지거나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나 실질적인 개선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부패사건이 발생해 감점된 기관은 145개 행정기관(546건)과 54개 공직유관단체(78건)로 전년(148개 행정기관 406건, 54개 공직유관단체 82건) 대비 기관수는 소폭 감소했지만 부패사건 수는 증가했다.

부패사건 유형별로는 행정기관의 경우 금품수수(25.8%, 141건), 공용물 사적이용(20.9%, 114건), 공금횡령·유용(19.2%, 105건) 순이며, 공직유관단체는 금품수수(42.3%, 33건), 공금횡령ㆍ유용(28.2%, 22건), 직권남용(9.0%, 7건)순이었다.

올해 감점 적용기관 중 기관장급이 연루된 기관은 14개 기관(행정기관 9개, 공직유관단체 5개)이며, 해당 기관들의 종합청렴도 평균점수는 7.63점으로 전체 기관(8.12점) 대비 0.49점이 낮았다.

기관 유형별로는 광역자치단체를 제외한 모든 유형의 종합청렴도 점수가 상승했고, 특히 중앙행정기관이 평균 0.47점 상승하여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종합청렴도 점수는 공직유관단체(8.40점), 중앙행정기관(8.17점), 교육청(7.94점), 기초자치단체(7.88점), 광역자치단체(7.64점) 순이며, 광역자치단체는 전년 대비 평균 0.01점 하락했다.

< 우수ㆍ향상 기관 사례 분석 >

최근 3년간 1~2등급을 유지한 총 56개 공공기관의 종합청렴도 평균 점수는 전체 측정기관(8.12점) 대비 0.41점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내부청렴도의 부패방지제도 부문(+0.51점)과 반부패ㆍ청렴수준 향상을 위한 고위직 솔선수범 항목(+0.49점), 외부청렴도의 부패경험빈도 항목(+0.45점)에서 상대적으로 큰 점수 차이를 보였다.

올해 청렴도 등급이 1개 등급 이상 상승한 기관은 총 156개 기관이며, 특히 3개 등급 이상 상승한 8개 기관의 경우 전체 측정기관에 비해 내부청렴도의 기관장 노력도 항목(+0.47점)과 부패방지 제도 부문(+0.36점), 외부청렴도의 부패경험 부문(+0.55점)에서 높은 점수 차이를 보였다.

국민권익위는 청렴도 우수ㆍ향상기관의 사례 10개를 선정하고, 그 중 2개 기관은 5일 열린 ‘반부패 주간 기념식’에서 기관담당자가 직접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작년 종합청렴도가 5등급이었으나, 기관장 직속 ‘청렴도 향상 기획단’을 설치하고, 전 직원이 참여하는 청렴토론회와 국민권익위의 청렴컨설팅 참여 등 다양한 청렴활동을 펼친 결과, 올해 청렴도 등급은 3개 등급이 상승하여 2등급으로 올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부패취약 분야인 구매계약 부문에 대해 향응ㆍ편의 제공 자체적발과 처벌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부패 위험요소를 파악한 후 ICT를 활용한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단계별 부패요인을 차단하는 한편, ‘인사 옴부즈만’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ㆍ시행해 인사 청탁을 방지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운영해 작년 2등급에서 1개 등급 상승해 1등급을 달성했다.

국민권익위는 “앞으로 이번 사례들을 관계기관 워크숍 등에서 공유ㆍ확산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자율적 청렴노력을 계속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부정청탁 관련 문항 분석 >

외부ㆍ내부 청렴도와 정책고객평가 설문의 ‘부정청탁에 따른 업무 처리’에 대한 인식 문항을 분석한 결과, 외부 국민(8.98점, 전년 대비 –0.05점)과 내부 직원(8.28점, –0.11점)은 부정청탁에 따라 업무처리를 하는 정도가 높아졌다고 답했고, 정책고객(8.23점, +0.28점)은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작년에 비해 부패경험률이 감소하고, 내부 직원들의 부정청탁 간접경험률(2.4%, -0.3%p)도 낮아졌으나 외부 국민과 내부 직원의 부정청탁 인식이 악화된 것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로 부정청탁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채용비리 관련 기관 분석 >

채용비리에 연루된 51개 공직유관단체의 점수를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내내 채용비리 연루 기관이 채용비리가 없었던 기관에 비해 인사업무 평균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또한 올해 내부청렴도 항목 중 부당한 업무지시 빈도(-0.41점), 업무처리의 투명성(-0.36점), 부패행위 적발·처벌의 적절성(-0.36점) 항목에서도 채용비리 미발생 기관에 비해 낮은 점수를 보였다.

< 공공서비스 유형별 결과 분석 >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공직유관단체 233개)을 서비스 유형별로 분류하여 분석한 결과, 에너지 분야(8.54점)의 종합청렴도 평균 점수가 가장 높고, 다음으로 고용ㆍ복지(8.49점), 교육ㆍ연구(8.43점)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8.38점), SOC(8.34점), 문화 분야(8.29점) 공공기관은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행정서비스를 경험한 국민들이 평가한 외부청렴도 평균 점수도 에너지 분야(8.94점), 고용·복지(8.87점), 교육ㆍ연구(8.74점), 산업(8.69점) 순이었으며, 금융(8.64점), 문화(8.61점), SOC(8.56점) 분야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세부 항목별 외부청렴도 평균 점수는 ‘부정청탁에 따른 업무처리’ 항목의 경우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9.55점) 평균 점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금품경험률’ 항목의 경우 공공안전 분야(8.05점), ‘향응경험률’ 항목의 경우 SOC와 문화 분야(각 8.17점) 점수가 가장 낮았다.

< 향후 추진방향 >

국민권익위는 이번 측정결과를 반영한 공공기관 청렴지도를 제작하여 국민권익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각 기관 홈페이지에도 해당 기관의 청렴도 결과를 공개하도록 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청렴지도’는 공공기관의 청렴도 수준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청렴도 등급에 따라 색깔을 지도나 도표 등에 표시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또 내년도 청렴도 측정의 신뢰도·타당도 제고를 위해 관계 기관 및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측정 대상기관 및 업무 선정, 측정모형 개선 검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권익위 임윤주 부패방지국장은 “이번 청렴도 측정결과는 공공기관의 고객인 국민과 전문가 등이 평가한 점수가 크게 향상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앞으로 청렴도 향상ㆍ우수 기관 사례 등을 지속 발굴ㆍ확산하고 홍보를 확대해 각 기관이 자율적인 청렴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관에서도 부패방지 제도를 확립하고, 활발한 자체 감사를 벌여 부패사건을 예방 또는 적발하는 것이 기관의 청렴도 향상에 도움이 되므로 자율적인 청렴노력을 확대해 달라”로 당부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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