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법원은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한 계엄법 위반의 재심사건에서 ‘1979년 10월 18일자 계엄포고 제1호’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ㆍ위법해 무효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확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1979년 10월 18일 부산지역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계엄사령관은 이날 유언비어 날조ㆍ유포를 엄금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계엄포고 제1호를 발령했다.

A씨는 1979년 10월 20일 “데모 군중이 반항하면 발포하라는 명령이 내렸다”, “이번 데모에서 총소리가 군중 속에서 났다”는 등의 계엄사령관의 조치에 배반하는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계엄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1980년 9월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재심대상판결), 대법원은 1981년 2월 10일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2년을 확정했다.

부산고등법원은 2016년 7월 7일 A씨의 재심대상판결에 대해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부마민주항쟁보상법)의 특별재심사유가 있다고 봐 재심개시결정을 했다.

재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고, 이 사건 계엄포고는 구 계엄법 제13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으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위헌ㆍ위법해 무효”라는 등의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계엄포고가 구 계엄법 제13조의 발령요건을 갖추었는지, 그 내용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 등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1월 29일 부마 민주항쟁 당시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확정 받았던 A씨의 재심 상고심(2016도14781)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법원은 현행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계엄포고에 대한 위헌ㆍ위법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있다”며 “이 계엄포고는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인 부마민주항쟁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고, 그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과 사회상황이 구 계엄법 제13조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 계엄포고의 내용은 언론ㆍ출판과 집회ㆍ결사의 자유, 학문의 자율,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됨은 물론 ‘유언비어를 날조ㆍ유포하는 일체의 행위’ 등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고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며 “따라서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서 정한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과거 유신헌법 하에서 헌법 가치에 부합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발령된 이 사건 계엄포고가 위헌ㆍ위법해 무효라고 선언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확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충실하게 구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이 판결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저지른 잘못된 판결을 바로 잡고 국민의 권리구제의 폭을 넓힌 긴급조치 제1호의 위헌ㆍ무효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ㆍ무효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2013. 4. 18.자 2011초기689), 긴급조치 제4호의 위헌ㆍ무효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3. 5. 16. 선고 2011도2631) 등과 궤를 같이 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