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재심절차’ 개선 법무부장관에 권고ㆍ대법원장에게 의견표명
인권위, ‘재심절차’ 개선 법무부장관에 권고ㆍ대법원장에게 의견표명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8.12.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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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형사사건 재심절차 개선을 위해 법무부장관에게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에 따른 재심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검사의 불복제도를 개선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을 마련할 것과 법 개정 때까지 검사의 불복권 행사를 신중하게 할 것을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또한 대법원장에게는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와 재항고 재판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재심개시결정 시 형의 집행정지결정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번 결정은 구금 상태에서 재심결정을 받은 김신혜씨의 진정이 계기가 됐다.

김씨는 2000년 8월 1심 법원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존속살해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15년간 수감생활을 하던 중 2015년 1월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재심사유가 있음을 주장하며 재심청구를 했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은 2015년 11월 18일 김신혜씨의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여 재심개시결정을 했다. 그런데 검사가 즉시항고 해 2017년 2월 10일 항고기각결정이 있었고, 검사가 재항고를 해 대법원이 2018년 9월 28일 재항고를 기각함으로써 비로소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됐다.

김신혜씨는 “원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진 후 재심개시결정 확정까지 3여년이 경과됐다”면서, “불복절차로 인한 재심재판 지연과 인신구속 상태 지속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은 “재심불복제도로 인해 부당한 재판 지연이 있었다는 주장은 헌법 제27조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되고, 형의 집행정지에 관한 주장은 재판에 관한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하지만 인권위는 정책권고 및 의견표명을 냈다.

인권위는 “근래 김신혜 진정사건을 포함해 여러 사건들에 대해 재심절차가 진행되면서 재심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형사사법체계에서 오판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대두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는 위 진정사건을 각하하기로 결정했으나, 현행 재심제도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통한 피고인의 인권보호 요청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살펴보고자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정책권고 및 의견표명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형사사건 재심청구 후 재판부의 재심개시결정까지 가장 오래 걸린 경우 7년 12일이었다.(법원행정처 자료, 2018. 10. 29.기준)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기각결정은 최장 9년 32일, 재항고 기각결정은 최장 3년 182일이 걸렸다.

실제 김신혜씨의 경우 재심대상판결로 15년 동안 구금돼 있는 상태에서 법원의 재심개시결정 이후에도 검사의 즉시항고 및 그에 대한 항고법원의 기각결정, 검사의 재항고 및 그에 대한 대법원의 기각결정까지 3년여의 기간이 경과됐고, 현재도 구금상태에서 재심공판절차를 준비

하고 있다.

또한 무려 24년 만에 무죄확정 판결을 받은 일명 ‘유서대필사건’의 경우 피해자 강기훈씨가 재심청구를 제기해 재심개시결정을 받고도 최종 재심개시결정 확정에 이르기까지 3년 3개월이 소요됐다.

두 사례에서 보듯, 실체적 진실을 다투는 과정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다투기 위한 시작점에 서기까지만 3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된 것이다.

재심제도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는 경우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해 이를 시정하기 위한 비상구제절차로서, 그 본질에 관해 법적 안정성과 실체적 정의의 조화로 보는 입장과 무고한 피고인의 인권보호를 강조하는 입장으로 대립되고 있다.

인권위는 “그러나 어떤 입장을 취하더라도 재심의 본질적인 이념 실현을 위해서는 재심개시결정 이후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다툴 재심의 공판절차는 신속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비록 재심개시결정이 실체적 진실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은 확정판결에 오판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신속한 재심절차 진행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재심개시결정의 확정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불복제도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며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보장하고, 재항고에 대해서도 그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재심개시결정의 확정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실제로도 근래 거의 모든 재심개시결정에 대해서 검사의 항고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나 재항고가 관행적으로 행해진다면 재심개시결정에서 재심개시 확정까지의 기간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익재심만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익재심과 불이익재심을 모두 허용하고 있는 독일은 당초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1964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폐지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 재항고(특별항고)를 허용하는 일본의 경우, 재항고(특별항고)는 헌법 위반과 판례 위반을 이유로 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이 재항고 사유를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때’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독일은 1964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폐지했고, 일본은 검사의 재항고(특별항고)권을 헌법위반과 판례 위반 사유로만 한정해 인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재항고 사유를 규칙 위반까지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불복제도는 인권보장과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사법정의의 실현을 위해 검사의 무비판적인 불복을 제한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재심절차가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불복제도를 개선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을 마련할 것과 동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불복권 행사를 신중하게 할 것을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신속한 재심절차의 진행을 위해 재심개시결정의 항고, 재항고에 대한 법원의 신속한 처리 역시 요구된다”며 “재심개시의 요건 심사가 사건의 실체를 다툴 재심심판보다 시일이 오래 소요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못함에도 실제로는 요건 심사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신속한 재심절차 진행의 필요성에 비추어 보면 재심청구사건들을 일반사건과 동일하게 처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므로, 재심사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리기한 규정을 두는 등 제도적인 개선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심청구의 적법성과 재심개시와 기각 결정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구성하거나, 국선변호인의 활용을 강화해 절차의 신속을 도모하는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며 “이에 대법원장에게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와 재항고 재판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현행 형사소송법(제435조 제2항)은 ‘재심개시의 결정을 할 때에는 결정으로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계속되는 구금상태에서는 재심청구인이 새로운 사실 주장이나 사실오인 다툼 등 방어권 행사가 어려울 뿐 아니라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도 반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인권위는 “사법적 구제절차로서 재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심청구인이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 없음이 소명되는 경우 형집행정지가 원칙적으로 적용되도록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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