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최기상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며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대법원은 “선언적 취지로, 법률적 효력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27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법관대표회의 탄핵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법관 탄핵소추 촉구 결의에 대해 대법원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1월 19일 ‘재판독립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한 의결의 내용은 특정 판사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는 취지보다는 과거 법원행정처 관계자의 특정한 행위들이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임을 ‘선언’하는 취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그래서 다른 헌법기관에 대한 법률적 효력이 전혀 없고, 다른 헌법기관에 탄핵을 촉구하는 등의 형식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재판독립 침해 등 행위에 대한 헌법적 확인 필요성에 관한 선언’을 채택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선언에서 “우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 관계자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해 준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의결했다.

이 안건 표결에는 각급 법원 법관대표 105명이 참여해 찬성 53명, 반대 43명, 기권 9명으로 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다음날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자문서 형태로 위 의결안을 전달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사진=블로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사진=블로그)

이와 관련해 곽상도 의원은 대법원에 “탄핵의견 접수됐는데도 왜 김명수 대법원장은 의견표명 하지 않는 것인지?” 등을 질의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 제6조 제1항은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 의결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단순히 헌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서, 탄핵 절차에 관하여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는 점에 비춰 보더라도, 그 의결은 특별한 법적 효력이 없고, 대법원장에게 어떤 건의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같은 이유에서, 대법원이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도 적절하지 않음을 양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에 대한 질의에 대해 대법원은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상 법관대표들이 그 소속 법원 판사들의 다수 의사에 반드시 기속돼야 하는지에 관해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설령 법관대표들이 그 소속 법원 판사들의 다수 의사에 반드시 기속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관대표들이 중요한 의사를 표명함에 있어서 소속 법원 판사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존중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 과정에서 보듯이, 반대 의견도 상당했던 점을 고려해, 대법원은 위 의결의 형태로 제시된 의견은 물론, 그와 다른 다양한 의견들도 함께 경청하면서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곽상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이 자문기구인 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 탄핵 촉구안의 법적 효력 등을 모두 부인했다”며 “결과적으로 법관대표회의가 정치적 행위를 했따는 것을 대법원이 자인한 꼴”이라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흘러나오면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요구가 거세져, 대법원 규칙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규칙’이 제정됨에 따라, 2018년 4월부터 공식 기구가 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장 자문기구다. 전국법관대표회의규칙 제6조(임무) ①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성원은 총 117명이다. 판사 정원이 300명 이상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대표판사 3명을, 150명 이상인 서울고등법원, 수원지방법원이 2명을, 나머지 각급 법원이 1명을 선발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2명, 사법연수원과 사법정책연구원에 각 1명이 배정됐다. 대표판사는 각 법원에서 선출한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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