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6일 ‘심리불속행’ 대법원의 상고제도 개선을 위해 대법관 수를 대폭 증원하는 것보다,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신설하는 상고심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검사 출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금태섭 의원은 지난 23일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설치해 상고사건을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금 의원은 심리불속행 사건은 대법관들이 아예 사건기록도 읽을 수 없고, 당사자는 왜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됐는지 판결 이유도 알 수 없지만, 반면 상고심사부는 사건을 상고심에 보내지 않는 결정을 할 때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도록 했다.

이번 상고제도 개선 법안에는 금태섭 의원을 비롯해 강훈식, 권미혁, 김영진, 김해영, 김현권, 남인순, 송갑석, 안호영, 윤관석, 전혜숙, 정춘숙 등 총 12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금태섭 의원
금태섭 의원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금태섭 의원은 “국민의 권리보호를 위해 대법원의 상고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기자회견을 하러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금 의원은 “대법원의 핵심 기능은 법령 해석의 통일을 통해 법적 가치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이러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법을 해석하는데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반영되어야 하고, 대법관 전원합의체의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가치의 대립이 해결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과정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심은 2013년 3만 2176건에서 2017년 4만 2722건으로 4년 만에 32.7%가 증가했다”며 “대법원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가 너무 많아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 전원합의체의 심도 있는 심리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이 때문에 대법원의 법령 해석 통일 및 정책법원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행법은 모든 사건에 대해 제한 없이 상소를 허용하고 있어, 정작 대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사건을 충분히 심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깊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한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이 동일한 비중으로 처리되면서 오히려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태섭 의원은 “1994년 도입된 심리불속행 제도는 대법원이 법률심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지만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심리불속행 제도는 접수된 상고사건의 대부분을 기각하고 있고 심리불속행에 따른 판결은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으며, 상고가 기각되더라도 당사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또한 심리불속행 사유가 추상적이라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금 의원은 “상고심 사건을 제한하지 않고 4만 2천 건에 이르는 사건들을 모두 대법원에 올리는 것이 일견 보기에는 모든 사건을 대법원에서 심사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많은 심리불속행 사건들은 아예 대법관들이 읽어볼 수도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피하기 위해 전직 대법관을 변호사로 선임하는 등 전관예우 문제도 발생한다”며 “대법관이 하나의 사건에 보다 많은 시간과 역량을 투입함으로써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법령 해석 통일 기능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고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 의원은 앞서 11월 23일, 심리불속행 제도를 대신해 고등법원 상고심사부가 상고심사 및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상고심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금 의원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도 상고사건 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상고제도를 개선해왔다고 한다.

금태섭 의원
금태섭 의원

금태섭 의원은 “일각에서는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는 방법으로 상고심을 개선하자고 한다”며 “그러나 대법관 수를 두 배로 늘리더라도 지금 있는 상고사건 수가 2만 건을 넘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대법관 1인당 사건의 수가 1600건에 이르기 때문에 어차피 심도 있는 심리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한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릴 경우 전원합의체 결정이 불가능해서 우리 사회의 통일된 가치관을 제시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017년에 접수된 상고심은 총 4만 2722건, 대법관 1명이 연간 32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 의원은 “중요한 문제가 있는 사건, 중요하게 판단해야 될 사건에 대해서만 상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상고심을 법률심으로 하고, 상고제도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라며 “이 법안이 국회에서 신속히 논의되고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3일 국회에 제출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례법 제2조에 민사, 형사, 가사, 행정소송 상고사건 전반에 대해 고등법원 상고심사제도를 도입하되, 고등법원 또는 특허법원을 제1심으로 하는 사건,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형사사건, 당선의 효력이나 공무담임권에 영향을 미치는 공직선거법위반 등 형사사건, 군사법원 사건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제7조에 상고심사부는 상고이유가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사건을 상고심에 보내지 아니하는 결정을 한다. 이러한 결정을 할 때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상고이유가 없음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사건을 상고심에 보내는 결정을 하도록 했다.

제8조에는 상고심사부의 상고심 불송부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제9조에 상고법원은 상고심 불송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때에는 결정으로 이를 기각하고, 그 외의 사건에 대하여는 상고심절차에 따라 상고사건에 관하여 심판하도록 했다.

특별법 제안이유에서 금 의원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은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며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하고, 대법원 내부 자료도 유출했으며, 일선 법원의 재판에도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금태섭 의원은 “상고법원이 사법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모습으로 기억될 사법농단의 발단이 됐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상고제도는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모든 사건에 대해 제한 없이 상소를 허용할 경우 중요 사건들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어려울 수 있고, 권리확정이 지연되며 사회적 비용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금 의원은 “많은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되는 이유는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재판을 받고자 하는 당사자의 요구와 함께 대법원 상고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인용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무익한 상고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상고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로 인해 대법원은 충실한 심리와 판결을 하기 어렵고, 중요한 법령해석이 쟁점으로 된 사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며 “그 결과 법령해석에 통일을 기하는 최고법원으로서의 대법원 기능과 상고심의 본래 목적 달성의 한계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금태섭 의원은 “따라서 대법원이 법령해석 및 법적용의 통일적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고, 국민의 권리구제기능 역시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현행 심리불속행 제도를 대신해 고등법원 상고심사부에 의해 상고심사 및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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