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위에 입맞춤하려다 멈춘 부사관 ‘사생활 방종’ 전역처분 취소”
법원 “소위에 입맞춤하려다 멈춘 부사관 ‘사생활 방종’ 전역처분 취소”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8.11.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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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당직하던 여군 소위에게 입맞춤하려다 거부 의사를 표시하자 중단한 부사관에게 “사생활이 방종하고,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끼칠 성격적 결함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내린 전역처분에 대해 법원은 취소 판결을 내렸다.

대전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해군 부사관 A씨는 2017년 2월 부대 당직실에서 견습 당직사관인 B(여, 20대)소위와 둘만 남게 돼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B소위의 어깨를 감싸며 입맞춤을 시도했다.

B소위가 팔을 휘두르면서 “이러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피하는 바람에, A씨는 행동을 멈췄다.

이로 인해 A씨는 군형법상 군인 등 강제추행 미수죄로 구속돼 2017년 4월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의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받고 그 무렵 확정됐다. 당시 A씨는 49일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선고유예로 석방됐다.

이에 해군 함대사령관은 품위유지의무 위반(성폭력 등)으로 A씨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A씨는 ‘현역복무부적합 조사위원회’를 거쳐, 해군본부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됐다.

해군본부 전역심사위원회는 2017년 8월 A씨가 ‘사생활이 방종해 근무에 지장을 주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는 사람’이고, ‘근무 시 또는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끼칠 성격적 결함이 있는 사람’에 해당해 현역 복무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전역을 의결했다.

해군참모총장은 해군본부 전역심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A씨에게 현역복부부적합 전역처분을 했다.

A씨는 “피해자(B소위)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호감이 있다고 생각해 우발적으로 피해자에게 입맞춤을 하려다가 멈추라는 피해자의 말에 따라 행위를 중지했다”며 “범행 경위 및 내용, 사생활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위 행위만으로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주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시키는 사람’, ‘근무시 또는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끼칠 성격적 결함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설령 일부 현역복무부적합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간 성실히 군복무를 하면서 5회에 걸쳐 표창을 받은 점, 과거에 징계 및 형사처벌은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원고의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전역처분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방창현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해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가 2017년 8월 원고에게 한 전역처분을 취소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6조 제2항 제1호는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주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시키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방종’의 사전적 의미는 ‘제멋대로 행동하여 거리낌이 없다’는 것인데, 원고가 이 사건 이전에 여자 문제 등 사생활 면에서 제멋대로 행동해 거리낌이 없어 방종하다고 평가를 받을 만한 행위를 했다는 사정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원고는 당직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인 충동에 따라 우발적으로 위 행위를 했고 피해자의 거부의사에 따라 곧바로 중단했다”며 “위 행위가 사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행위의 동기 및 경위, 내용, 그 이후의 상황 등에 비추어 원고가 위와 같은 행위를 계속할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예견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 행위만으로 사생활이 방종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리고 원고는 이 사건 전까지 형사처벌이나 기타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었고, 인사자력표의 근무경력, 표창 내역, 가족 및 주위 동료들의 탄원 내용 등이 비추어, 주위 동료들 또는 상사, 부하와의 관계에서 별다른 문제없이 성실하게 군 생활을 해온 것을 보이며, 달리 이 사건 이전에 원고에게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끼칠 성격적 결함이 있음을 확인할 만한 자료는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물론 원고의 범행 경위, 성범죄는 군기강을 문란하게 하고 군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범죄인 점 등을 감안하면, 위 비위행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볼만한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는 순간적인 충동에 따라 우발적으로 입맞춤을 하려다가 피해자의 거부의사에 따라 곧바로 중단했던 점, 원고가 위 비위행위로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당시 49일간 구금돼 있었고, 그 후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으며, 현재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피해자에게 진지한 사과해 용서를 받았고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원고의 사회적 유대관계도 비교적 분명해 향후 같은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위 행위만으로 곧바로 원고가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끼칠 성격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해 판결한다”고 받아들였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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